한국 경제가 2010년 들어 기나긴 암흑의 터널을 완전히 빠져나온 것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그리스·헝가리 등 유럽발 악재가 연속해서 터졌음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정상적인 상태를 회복하면서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투자자들은 일찌감치 하반기 투자처를 찾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상당수의 투자전문가가 2011년에는 2400~2500포인트까지 코스피지수가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하기 때문에 지금부터 우량주를 선점하겠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공통된 심리다. “2009년까지의 성장과 다른 양상 나타날 것” 이에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위기가 끝나면 리레이팅(재평가)이 시작된다’는 보고서에서 “새로운 성장산업을 주목하라”는 조언을 투자가들에게 던지고 있다. 오 센터장의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올해부터 앞으로 10년 정도는 소비에 의한 성장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오 센터장은 보고서에서 “2003년부터 2009년까지는 ‘투자에 의한 성장’이 주를 이뤘다면, 앞으로 10년은 ‘소비에 의한 성장’이 경제를 주도할 것”이라며 “특히 유가 상승의 후유증과 공장가동률의 증가, 소비시장 급성장 등의 요소를 염두에 두고 투자처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보고서의 내용에 따르면, 2003년에서 2009년 사이에 아시아 국가들은 인프라에 대한 투자 규모를 키우는 데 골몰했다. 그 결과 건설업과 철강·소재 관련 업종이 호황을 누렸으며, 대형 벌크선 제조업도 ‘봄날’을 누렸다. 이 외에도, 석유와 LNG 등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면서 에너지 관련 산업과 유조선·LNG선을 제조하는 조선업이 이 시기에 큰 이익을 누렸다. 그러나 에너지 수요의 증가는 대체에너지 개발에 대한 필요성을 증대시켰고, 이는 2010년 이후 아시아 국가들의 투자에서 중요한 화두가 될 전망이다. 특히 오 센터장은, 2010년에 접어들어 유가 상승의 후유증이 강하게 나타나면서 풍력·태양 등 대체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확대됐고, 이러한 흐름은 2020년까지 10년가량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또한 경기가 회복되면서 공장가동률의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에 전력 수요의 증가가 예상된다. 이에 화력이나 원자력·수력·대체에너지 관련 산업에 계속 관심을 가질 것을 오 센터장은 투자가들에게 주문했다. 이 외에도, 소비시장이 2020년까지 급성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전기차를 비롯한 자동차와 2차전지, 반도체` 디스플레이, 무선 인터넷, 중국 내수시장 진출 기업, 스마트 그리드 등과 관련된 산업이 호황을 누리리라고 오 센터장은 내다봤다. 오 센터장은 위와 같은 분석을 통해서, 올해 하반기를 주도할 테마 및 산업을 ‘Re-tooling 기업’, ‘Winner takes it all’, ‘Paradigm shift’ 등 3개 영역으로 분류해 27개 기업을 선정했다. 우선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노후 IT 장비나 기계를 교체하는 리툴링(Re-tooling) 기업에는 LG디스플레이와 하이닉스반도체·대한항공·SBS 등이 선정됐다. 이 중 LG디스플레이에 대해 오 센터장은 “하반기에 기업용 PC 수요 증가에 따른 IT 패널 주문 증가가 7월부터 나타나고, 중국의 국경절과 북미·유럽 성수기를 대비한 TV패널 수요도 8월부터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7~8월부터 패널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또한 SBS에 대해서는 “기업의 실질적 가치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며 “올해 영업수익이 15% 증가했고, 민영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사) 제도 마련이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추진된다면 이에 대한 직접적인 수혜주가 될 것”이라고 오 센터장은 내다봤다. 오성진 센터장이 추천하는 ‘주목할 주식’ 리툴링 기업 : LG디스플레이, 하이닉스반도체, 대한항공, SBS 승자독식 기업 : 기아차, 현대건설, 현대중공업, SK에너지, 현대제철, 신한지주, 메리츠화재, 현대백화점, CJ제일제당, 동아제약, 엔씨소프트, 호텔신라, 모두투어 패러다임 전환 기업 : 두산중공업, KT, 다음, LG화학, 삼성SDI, 삼성전기, LG이노텍, 아모레퍼시픽, 오리온 독보적인 실적을 내고 있는 기업체들을 선정한 ‘승자독식(Winner takes it all)’에는 기아차·현대건설·현대중공업·SK에너지·현대제철·신한지주·메리츠화재·현대백화점·CJ제일제당·동아제약·엔씨소프트·호텔신라·모두투어 등의 기업이 포함됐다. 기아차에 대해 오 센터장은 “과거 투자가들이 기아차에 투자를 꺼려했던 가장 큰 이유인 ‘연결 실적과 본사 실적과의 괴리’가 해소되는 과정에 있다”며 “성공적인 신차 출시, 해외 현지 재고의 질적 변화를 통해 해외 판매법인의 손익구조가 개선되는 중”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또한 신한지주에 대해서는 “건설계의 구조조정이 현실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자산건전성이 가장 높은 편”이라며 “2011년에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되면 이익증가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오 센터장은 언급했다. 이 외에도, 오 센터장은 게임 개발 업체인 엔씨소프트에 대해서는 “주력 게임인 ‘아이온’ 2.0의 업데이트, 세계 시장에서의 실적 발생”을, 호텔신라는 “관광업의 경기 회복, 공항면세점 흑자 전환” 등의 이유를 들어 해당 업체의 투자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산업 패러다임의 관점을 바꿀 수 있는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에는 두산중공업과 KT·다음·LG화학·삼성SDI·삼성전기·LG이노텍·아모레퍼시픽·오리온 등이 포함됐다. 최근 자금악화설과 관련해 주가 흐름이 약세를 보였던 두산중공업에 대해 오 센터장은 “주요 자회사들의 실적이 개선되는 중이고, 본업인 발전과 담수 부문의 수주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하락은 없을 것”이라며 “올해는 10조 원 이상의 수주는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T에 대해서는 “넥서스원 도입에 이어 7월에는 아이폰4가 도입되면서 하반기 스마트폰 가입자 확대의 중요한 조건을 차지했다”며 “스마트폰 가입자가 늘어난 만큼 데이터 매출액이 차지하는 기여도도 증가할 것”이라고 오 센터장은 내다봤다. 또한 삼성SDI는 2분기와 3분기에 각각 727억 원과 824억 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추정되며, 특히 갤럭시S의 출하로 SMD AMOLED의 수익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 분야에 이름을 올렸다. LG이노텍은 LED 부문의 대폭적인 매출 성장 및 조기 흑자 전환으로 1분기를 성공리에 마쳤으며, LED TV, 3D LED TV가 기대 이상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전환점을 더욱 빨리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오 센터장은 전망했다. 아울러 아모레퍼시픽은 ‘백화점과 전문점 등에서 보여주는 지속적인 성장세와 고가 브랜드의 호조’를 이유로, 오리온은 ‘하반기 상하이·광저우 공장 라인 증설에 따른 외형 증가와 프리미엄 제품 확대 및 원재료 가격 하락’을 이유로 오 센터장이 선정한 ‘Paradigm shift’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