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의 열기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전 세계 축구팬들이 유명 선수들의 현란한 발재간에 쉴 새 없이 탄성을 터트린다. 특히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 모두 패배를 직감하고 고개를 떨어뜨릴 때 팀을 패배에서 구해내는 선수가 보여주는 모습은 그 자체가 한 수의 시(詩)가 되기도 한다. 팀이 수세에 몰리고 있을 때에도 ‘이 선수 때문에 우리는 이긴다’는 믿음을 주는 선수. 이들을 사람들은 ‘판타지스타(fantasista)’라고 부른다. 이탈리아 언론에서 만들어낸 신조어인 ‘판타지스타’는 영어로 ‘환상’이란 뜻인 ‘fantasy’라는 단어를 써도 아깝지 않을 정도의 선수에게 붙여지는 영광스런 칭호다. 김성봉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세계 경제의 ‘판타지스타’로 아시아와 미국을 꼽았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와 미국이 과연 위기에 빠진 세계 경제를 구해낼 수 있을지, 김 팀장을 통해 들어봤다. -세계 경제 회복의 선봉이 아시아가 될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금융위기에서 회복되고 있는 양상을 살펴보면, 선진국이 쇠퇴하고 신흥국의 세계경제 성장률 기여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가 세계 경제 성장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지만, 유럽의 비중은 축소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미국은 유럽 쪽 선진국과는 달리 자생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의 금융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세계 경제 성장에서 아시아와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논의되고 있지만, 유럽은 전문가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측면에서 아시아, 그중에서도 중국의 역할은 어떤 것인가? “우선, 성장하는 방법에 차이가 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는 양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흐름일 것이고, 미국은 효율적 소비와 혁신을 통한 수요 창출로 성장을 이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경우를 알려면, 먼저 중국 내부의 경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우선, 중국은 현재 임금 인상이 진행되면서 내수 소비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항공·화장품·옷·식음료에 대한 수요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또한, 위안화가 절상되고 있어 투자가 아닌 내수 성장으로 방향이 전환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캄보디아나 베트남 등지로 시장이 옮겨 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세계 경제 성장에서 미국의 역할은 무엇인가? “미국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효율적인 소비에 대한 인식이 강해져, 자동차를 고를 때에도 과거에는 엔진의 배기량이나 크기를 보고 사던 분위기가 이제는 연비를 따지는 분위기로 변화되고 있다. 아울러, 혁신을 통한 신제품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일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이폰 4G가 곧 출시되는데 그 안에는 미국 자체는 물론 한국·일본의 기술력도 함께 응집돼 있다. 미국은 앞으로도 이런 형태의 수요 창출을 활발하게 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미뤄볼 때, 미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업종은 당분간 IT와 자동차 업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시기에 눈여겨볼 주식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세계적인 수요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업체가 성장세를 탈 수 있을 터인데, 현대차와 하이닉스는 선진국을 대상으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종목이다. 현대차는 신흥 시장의 수요와 선진 시장의 고연비 차량에 대한 수요 증가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고, 하이닉스는 4분기 이후 기업형 PC 교체는 물론, 모바일 D램 등의 수요 증가로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외에, 대한항공·현대중공업·오리온·엔씨소프트·CJ오쇼핑 등은 신흥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보이는 종목들이다. 대한항공의 경우는 위안화 절상으로 중국인의 입국 및 환승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고, 현대중공업은 신흥 국가들의 대규모 원전 건설 계획과 맞물려 좋은 성과가 기대된다. 오리온은 해외 제과업체 중 중국 2위, 베트남 1위 업체로 해외 내수 시장 성장에 의한 수혜를 누릴 것이다.”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데, 기업들의 움직임은 어떻게 봐야 하나? “기업들의 움직임은 ‘시장 지배력 유지’, ‘신수종 사업 발굴’, ‘개방형 혁신’ 등 세 가지로 크게 나눠볼 수 있다. 우선, 금융위기 때 시장 지배력이 높아진 기업들의 가장 큰 목적은 당연히 이를 유지하거나 더 키우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설비투자와 M&A에 적극 임할 것으로 보인다. 설비투자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101조 원가량 투입될 전망이며, M&A는 거래건수는 감소하고 평균 프리미엄은 상승하는 양상을 보일 것이다. ‘신수종 사업 발굴’은 반도체 등 물리적 한계를 맞이하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삼성·LG·SK·POSCO·현대중공업 등 국내 대기업은 올해에만 R&D(연구개발)에 13조6000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할 계획이다. 그만큼 신수종 사업 발굴의 중요성을 국내 대기업들이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업계에서 바라보는 유망한 신수종 사업은 전기자동차 출시에 맞춘 자동차용 2차 전지·LED(디스플레이)·에너지·바이오·태양전지로 집중되는데, 결국에는 정보통신과 생명공학·나노공학·환경공학을 아우르는 융합산업으로 기업들의 관심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개방형 혁신’은 과거의 ‘폐쇄형 혁신’의 반대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전에는 기술 개발의 노하우 유지 등을 이유로 폐쇄적인 개발이 주를 이뤘지만, 기술의 변화 주기가 점점 빨라지면서 독자적인 투자나 연구에는 한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됐다. 게다가 소비자들의 수요도 점점 다양해지면서 기업들은 공존공생을 통한 돌파구 마련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 시점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가 과거의 수직적 상하 관계에서 전략적 협력 관계로 변화하면서 지분 인수를 통한 공존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러한 기업의 성장전략이 호재로 작용하는 유망주에는 어떤 것이 있나? “다섯 개 정도의 수혜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삼성정밀화학·LG화학·에스앤유·한솔LCD·OCI가 그것이다. 삼성정밀화학은 수요 산업 호조에 따라 염소·셀룰로스 부문의 특화제품군 매출이 증가하고 있어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할 수 있으며, 생산 설비 확장, 신사업 진출로 성장동력을 이미 확보했다. LG전자도 정보·전자·소재 부문의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계속 실적을 개선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에스앤유와 한솔LCD는 모두 타 회사와 공조하여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중이고, 세계 최고 수준의 원가 경쟁력을 보유한 OCI는 시장 조기 선점에 따른 기술 경쟁력 확보 및 장기 공급 체결 등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이 외에, 하반기에 눈여겨볼 업종에는 어떤 것이 있나? “하반기뿐 아니라 앞으로도 꾸준히 공급을 통해 수요가 창출되는 업종이 몇 가지 있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기존 제품이 성숙기에서 쇠퇴기로 돌입하기 전에 새로운 제품군을 출시하여 계속 수요를 만들어간다는 데 있다. 대표적인 업종으로 디스플레이 업종을 꼽을 수 있는데, 디스플레이 쪽은 소비자들의 필요를 채워주면서 기술 발전이 가속화된 사례다. 디스플레이 업종은 LCD산업이 성장기를 넘어 쇠퇴기로 가는 중에 LED 제품을 출시했고, 다시 새로운 수요를 만들기 위해 3DTV와 아몰레드 등을 개발해 TV 교체 주기를 단축시키고 새로운 주기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 반도체 업종도 디스플레이와 비슷한 경우이다. 일단 삼성전자가 30나노까지 접근하면서 물리적인 한계가 보이는 수준까지 왔다고 본다. 특히 일본은 메모리산업을 포기하고 복합 기능 칩(SOC) 등의 개발에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되며, 유럽은 합작 투자 등 전략적 제휴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자동차 시장은 IT는 물론 환경산업과도 융합돼 매력적인 신기술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IT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디지털화를 통한 자동차 부품의 전장(전기와 관련된 부분)화와 전자제어 시스템 장착 자동차가 소비자들의 소비 욕구를 자극하고 하이브리드카·전기차 등 친환경차가 주목을 받고 있다.” -관련 수혜주를 추천한다면…. “덕산하이메탈·실리콘웍스·동부하이텍·유진테크·만도·에스엘 등 중·소형주에 눈을 돌려볼 것을 권하고 싶다. 이 중 유진테크는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의 양대산맥인 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모두 고객으로 확보한 가운데, 두 회사와 긴밀하게 협력하여 신규 공정 개발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동부하이텍도 올해 흑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에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 외에, 만도는 자동차 제동부문의 핵심제품에서 안정적인 수익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에스엘은 연말에 출시할 예정인 현대자동차의 그랜저 HG 모델에 LED 헤드 램프를 장착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하반기 투자전략을 제시해 달라. “‘선(先) 공격 후(後) 수비’를 권유하고 싶다. 일단 하반기 초반에 주가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4분기에 들어서면서 금리 인상 관련 신호가 감지되거나 가시화되면 중립적인 자세를 가지고 금융업 쪽으로 투자의 방향을 전환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