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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광의 아프리카미술과 친해지기

‘아프리카의 헤어스타일’은 소통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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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78호 편집팀⁄ 2010.07.15 17:43:56

정해광 (아프리카미술관 관장·갤러리통큰 대표) 베컴의 레게머리는 양심선언과도 같은 ‘사건’이었다. 2003년 5월, 베컴은 남아공과의 친선 경기에서 레게머리를 하고 나타났다. 항상 새로운 헤어스타일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던 그가 아프리카 땅에서 아프리카 머리모양을 했다는 것은 큰 뉴스거리였다. 넬슨 만델라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그런 헤어스타일을 했다지만, 왜 그는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그리고 세계의 축구팬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 주고자 했을까? 스포츠 스타의 돌출행동으로 치부하기에는 또 다른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남아공의 흑인들을 그토록 핍박했던 영국인, 논리의 비약일 수 있으나 베컴은 일찍이 자신의 조상이 저지른 잘못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인종차별정책(Apartheid)에 오랫동안 시달렸던 남아공 사람들, 이러한 인종차별에 맞섰던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에게 베컴이 아프리카 땅에서 그것도 레게머리를 하고 나타났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기에는 충분하다. 물론 이러한 해석은 그에 대한 과대평가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만델라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서 레게머리를 한 베컴의 모습은 스포츠 영역을 훌쩍 뛰어넘는 양심선언과도 같은 위대한 ‘사건’이었다.

헤어스타일을 통해 승리의 소식을 전하다 1970년 나이지리아 내전에서 오주쿠가 고원에게 항복했을 때의 일이다. 통신시설의 파괴로 많은 사람들이 전쟁의 종결을 알지 못했다. 이에 고원을 지지했던 예술가들은 머리의 앞쪽에 항복한 오주쿠의 문양을 배추머리처럼 바짝 달라붙게 하고, 뒤의 가마 부분에는 고원의 문양을 높게 한 헤어스타일로 승리의 소식을 널리 알렸다. 이처럼 아프리카에서 헤어스타일은 유행에 대한 욕구충족 이외에 새로운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가치를 알리고 참여하도록 조장하는 커뮤니케이션의 도구와도 같다. 나이지리아의 요루바(Yoruba)족 헤어스타일은 특정한 사건에 대한 문화적 반응으로 작용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신분구분의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통치자의 부인들이 주로 한 올로오(olowo) 스타일을 보면, 머리를 밑에서 위로 땋아 올라가 가마부분에서 상투처럼 동그랗게 만 것이 누가 보아도 높은 신분임을 알 수 있는 모습이다. 그에 반해 올로우(olowu) 스타일은 가마에서 밑으로 땋아 내려가는 모양으로 마치 대지를 향해 흘러내리는 굵은 땀방울과도 같다는 점에서 노동을 주로 하는 일반인의 헤어스타일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레게머리에는 다양한 소망과 의지가 담겨져 있다 아프리카인들이 즐겨 사용했던 레게머리에는 독립에의 의지가 담겨 있었고, 일상에 대한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었다. 머리카락을 굵게 땋아서 밑으로 늘어뜨린 레게머리, 이는 흡사 검은 곱슬머리가 먹구름처럼 뭉쳐져 하늘에서 내리는 굵은 빗줄기의 모습을 닮았다. 비에 대한 소망이 어떻게 헤어스타일로 연결되었는지는 아프리카의 격언을 보면 안다. “하늘여신이 빗질을 해서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리면 그것이 비되어 내린다.”고 했다. 가나 판티족(Fanti people)은 빗 조각에서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를 굵게 땋아 수직형태의 지그재그 문양으로 표현했다. 그것은 그들이 그토록 바라던 비의 은유적인 모습이었다. 자신의 머리를 빗줄기와 동일시하고 싶어 하는 간절함이 바로 아프리카의 헤어스타일이었던 것이다. 여기에서 판티족의 조각이 남다른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하늘을 향한 길쭉한 머리가 신을 지향하라는 이데아의 뜻을 담고 있다면, 홀쭉한 가슴은 녹록치 못한 현실에서 서로의 마음을 보듬고 살아야 함을 인간의 존재의미로 받아들이라는 뜻일 것이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빗 조각에서 자신들이 지향하고자 하는 이데아를 정적으로 표출하고 있다면, 헤어스타일은 현실세계에서 정체성을 찾기 위한 동적인 행위와 직결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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