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8호 심원섭⁄ 2010.07.12 16:38:38
6.2지방선거 후유증 극복에 나선 여권이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시작으로 번진 영일·포항 출신 5급 이상 공직자 모임인 ‘영포(목우)회 파문’에 이어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외곽 조직이었던 선진국민연대의 금융권 인사 개입설이 잇따라 불거져 나오는 등 내부 갈등으로 거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여권 내부의 불미스런 의혹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도 아닌 임기 절반을 넘기는 중반기에 외부로 고스란히 표출되는 현상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는 가운데, 특히 정치권 내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여권 내부 권력투쟁의 산물일 수 있다는 데 주목하는 분위기다. 그리고 시기적으로 6.2지방선거 패배 이후 당·정·청 개편 등 대규모 인사를 앞두고 있는데다, 7월 14일 개최될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목전에 둔 시점도 개연성을 갖게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영포회와 선진연대는 친이계 중에서도 실세인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 그리고 ‘왕비서관’ ‘왕차관’ ‘왕의 남자’ 등 여러 수식어가 따라 붙는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번 파문은 이 의원과 박 차장을 겨냥한 공세라는 분석이 우세한 가운데, 단순한 정치적 입장 차이나 견해 차이에서 오는 마찰이 아니라 권력과 헤게모니 쟁탈을 위한 치밀한 계산에 따른 정략적 공세라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여권 내 치열한 권력투쟁이 밖으로 표출된 것” 실제로 이 대통령 집권 후반기의 여권 진용 개편을 앞두고 박영준 차장과 한나라당 모 실세 의원 간의 알력설이 나오고 있으며, 특히 지난 2008년 초에도 권력 사유화 논란으로 한 차례 대립한 바 있는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정치권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내용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박 차장이 주도했던 선진국민연대 출신인 김대식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이 7.14전당대회 최고위원에 출마하는 과정에서도 김 처장과 지역이 겹치는 모 의원 측에서는 김 처장의 중도포기를 종용해왔고, 최근에는 최후통첩성 경고를 보낸 것으로 전해지는 등 상당한 견제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말하자면 모 의원으로서는, 김 처장이 전대에 출마한 것은 당권 도전에 나선 자신을 떨어뜨리기 위한 불순한 의도에서 시작됐고 그 배후에는 이·박 라인이 있는 만큼, 김 처장을 중도포기시키지 않으면 극단적인 사투를 벌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렇듯 공세를 취하고 있는 모 의원은 청와대 모 수석과 연결돼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김 처장은 대통령실장까지 끌어들여 자신의 전대 출마 중도포기를 종용하는 문제의 모 수석을 찾아가 심한 언쟁을 벌였다는 후문도 들리고 있다. 심지어 임태희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내정된 대통령실장직을 비롯한 핵심 요직을 놓고 여권 내 각 세력이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 흔적도 포착되고 있다. 이와 관련,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영포회와 선진연대 건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배후에는 여권 내 세력들이 얽혀 있는 것으로 안다”며 “권력투쟁을 내부에서 소화하지 못해 외부로 극명하게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영포회나 선진국민연대를 겨냥한 공세가 꼭 실체가 있어서가 아니라, 6.2지방선거 이후 여권에 토라져 있는 민심을 이용해 상대 진영의 약점을 건드려 차제에 이들의 발을 묶고 나아가 이들을 제거하기 위한 조직적 음모라는 견해도 정치권에 파다하게 번지고 있다. 민주당, 재보선 앞두고 “대형 호재 터졌다” 반색 민주당은 여권 내에서 벌어지는 이런 권력 다툼에 대해 7.28재보선을 앞두고 “대형 호재가 터졌다”며 내심 반색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며, 은근히 즐기면서 갈등을 부채질하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의 박지원 원내대표는 7월 7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영포(목우)회’의 월권 의혹과 관련해 “국무총리실 박영준 국무차장이 청와대 개편안을 작성, 청와대에 들어오겠다고 하니까 (여권 일각에서) 이를 막자는 것”이라며 “청와대 내부나 한나라당 쪽에서 박 차장의 횡포를 막아달라는 제보를 해오는 등 여권 내 권력투쟁이 시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 원내대표는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은 전 정권에서 임명된 공기업 기관장들을 정리하고 자기 사람을 논공행상으로 심기 위해 시작됐지만, 지금은 권력투쟁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결단으로 권력투쟁이 중단돼야 이 정권이 남은 임기를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박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전광석화처럼 인사를 하지 못하고 계속 미루면서 자리 보존과 영전을 위한 권력투쟁이 초래되었으며, 특정인의 대권후보 가도를 막으려는 꼼수의 세대교체로는 진정성이 통하지 않는다”며 “이 모든 것은 이 대통령의 책임이므로, 이 대통령은 양파 껍질과도 같은 영포회 문제 등을 척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박 원내대표는 “저수지 둑에 쥐구멍이 뚫리는 심상치 않은 상황”이라며 “대통령 비서들이 자기들만 살려 하고, 책임 있는 자들은 입각해서 국회의원이나 출마해볼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은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외곽 지원 조직인 선진국민연대가 공기업·금융계의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일각의 의혹 제기를 토대로 선진국민연대 쪽으로 포문을 열면서 대여 총공세를 펴고 있다. 민주당 ‘영포게이트 진상조사특위’ 소속의 백원우 의원은 “불법사찰을 당한 김종익 씨는 국민은행 하청업체 대표를 지내다 외압으로 대표직을 내놨다”며 “KB금융지주 산하 국민은행이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요청에 따라 김 씨에게 압력을 행사하게 된 배경에 선진국민연대 인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전병헌 정책위의장도 6일 “박영준 국무차장,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 이인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의 삼각 커넥션 고리가 어떤 실체적 진실을 갖고 있는지 밝혀내는 것이 몸통의 진상을 밝혀내는 핵심”이라고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유선호 의원은 “몸통이 박 차장인지, 박 차장이 모신 이상득 의원인지, 그것도 아니면 이영호 비서관과 수차례 독대한 대통령인지 밝혀져야 한다”며 “청와대와 정부, 한나라당이 영포회가 이번 사건과 관련 없다고 강변한다면 국회 국정조사를 즉각 받아들이라”고 요구했다. 조영택 원내대변인은 “이인규 지원관과 이영호 비서관 외에도 공직윤리지원관실의 김충곤 1팀장과 진경락 기획총괄과장 역시 포항 출신”이라며 “포항 출신이 주동하고 핵심 멤버가 돼 조직한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공안통치를 뒷받침하기 위한 사찰 비선조직으로 운영되지 않았나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은 자신이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을 빚고 있는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창설 과정에 개입했다는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박 차장은 7월 5일 오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집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2008년 6월 9일에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을 사퇴한 후 야인으로 있었고,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창설될 무렵에는 장기간 가족여행도 다녀왔다”며 “상식적으로도 공직윤리지원관실 창설에 대해서는 내가 알 수도 없었고 관여할 수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차장은 “국무차장으로 일하던 지난 1년 간 아프리카를 포함해 총 6번, 두 달 이상 해외출장을 다녔다”며 “1년에 두 달 이상 해외에 나간 사람이 공직윤리지원관실 같은 조직을 지휘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의 민간인 사찰이 이뤄진 2008년 9, 10월에도 공직을 떠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나라, “재보선에 악용하려는 정치공세에 불과” 그러나 민간인 불법사찰을 주도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박 차장의 총리실 부임 직후 총리실장 직속으로 승격한 것으로 드러나 그 배경이 의문시되고 있다. 총리실이 7월 8일 민주당에 제출한 ‘공직윤리지원관실 현황’에 따르면, 사무차장 소속이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직제가 지난해 3월 총리실장 직속부서로 변경됐으며, 이때는 ‘왕비서관’으로 불리던 박영준 전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이 ‘왕차관’이란 세간의 별칭과 함께 총리실 국무차장으로 옮긴 지 약 2개월 만인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같은 직급인 조원동 사무차장 산하에 있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직제가 총리실장 산하로 승격되면서 박 국무차장의 개입이 훨씬 자연스러워졌을 것”이라고 해석하면서, 실세 중의 실세로 불린 박 차장이 조 차장의 업무 영역을 침범한다는 모양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편, 설립 당시 20여 명이었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인원 규모는 현재 1개의 기획총괄과(7명)와 7개의 공직윤리점검반(각 5명)등 총 42명으로 불어났다. 특히 각 부처의 파견 인력으로 꾸려진 인원 중 가장 많은 파견 인원을 배출한 부서는 경찰청(10명)이며, 경정 3명, 경감 5명, 경위 2명을 파견했다. 그리고 검찰청(1명)·국세청(3명)·금감원(2명)·해경(1명)등 사정기관에서 파견된 인원들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그 외 정부부처 중에서는 노동부(3명)·환경부(2명)·국토부(2명)가 복수의 인원을 파견했고, 행안부·복지부·중기청·지경부·교과부·농식품부·국방부·서울시·공정위·관세청에서는 1명씩을 파견했다. 공직윤리점검반의 소관 업무로는 ▲공직 윤리 및 기강 확립 ▲공직자 사기 진작 및 고충 처리 ▲부조리 취약 분야 점검 및 제도 개선 ▲대통령·국무총리 지시사항 처리 등이 적시돼, 민주당은 공직윤리점검반의 소관 업무 가운데 ‘대통령 지시사항 처리’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 민주당의 이 같은 공세에 대해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인 김무성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중진연석회의에서 “검찰은 한 점 의혹 없이 수사하고 잘못된 행위에 대해 무거운 처벌을 내려야 한다”면서도 “(이번 사건은) 정신 나간 사람이 오버하다가 벌어진 개인적 사건이지 권력형 게이트나 정치적 사건이 아니다”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김 원내대표는 “연관성이 없는 친목단체와 신빙성 없는 인물을 억지로 끌어들여 대통령을 흔들고 재보선에 악용하려는 정치공세는 국가적 혼란만 가중시킨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김 원내대표는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이번 사건은 ‘영포회 사건’이 아니라 ‘이인규 사건’”이라며, 사찰 대상이었던 김종익 씨에 대해 “노사모의 핵심 멤버였고 좌파 성향 단체에서 활동해온 사람으로, 국민은행 지점장 시절 권력의 후광을 업고 많은 문제를 저질렀으며, 그 때문에 그만두게 됐는데도 그 뒤에 오히려 이사급의 보직으로 가게 됐다”고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화 국회부의장도 “명백히 잘못된 사건이나, 대단한 게이트나 되는 것처럼 야당이 특별검사제나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건 재보선에 이용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고, 친이계 이윤성 의원은 “총리실도 알았지만 처리에 한계를 느낀다고 한 것은 무책임의 극치로, 빠른 시간 내에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청와대 일각에서는 이번 여권 인사와 기구 개편 등의 주도권을 놓고 여권 세력 간에 대립 양상이 빚어지는 등 충돌이 있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권력투쟁이 현 정부의 조기 레임덕을 초래할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고스란히 여권의 부담으로 남게 된다는 점이다. A 세력이 B 세력을 공격하고, B 세력이 C 세력을 공격하고, C 세력이 A 세력을 공격하는 혼돈스러운 상황에서 서로 간에 상대 약점을 외부에 유출하다 보면 여권 내부의 일들이 가감 없이 외부로 누출될 수밖에 없게 돼 과도한 권력 경쟁은 결국 여권의 공멸과 파국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여권 관계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일각에서는 이번 파문과 관련하여, 6.2지방선거 패배 이후 대통령실장이 내정되기까지 한 달 넘게 걸리면서 파문이 확산되는 등 인적쇄신이 늦어지면서 빚어진 권력 누수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따라서 청와대는 임태희 실장 내정에 이어 참모진 개편을 마무리하면 여권 조직의 안정을 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민간인 사찰 의혹은 검찰 수사를 통해 철저히 조사해 문제가 있으면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처리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