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9호 양지윤⁄ 2010.07.19 15:33:14
유통업체에 근무하면서 출장길에 자주 나서는 최첨단(가명·39) 과장은 요즘 이른 새벽에 차를 몰고 나가도 걱정이 없다. 평소 덜 깬 아침잠 때문에 운전대 잡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졸음운전을 걱정할 필요가 사라졌다. 최첨단 과장의 자가용에는 차선을 이탈할 때 방향을 잡아주는 장치가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밤길 운전 때마다 걱정되는 커브길·장애물 등에도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첨단 브레이크 시스템이 자동으로 제어해 보다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최첨단 과장의 ‘안전하고 똑똑한’ 자동차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기술 개발이 완료됐거나 일부 차량에는 장착된 새로운 기술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8일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자동차성능연구소에서 ‘자동차 첨단기술시연회’를 열고 차선유지도움장치(LKAS), 차간거리제어장치(SCC),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UVO) 등 자동차 전장 및 안전 제품 9개 분야의 기술을 선보였다. UVO를 제외하면 모두 외산 자동차 제품에만 적용된 기술로, 가격이 비싸 국내에는 에쿠스 등 고급차에만 장착됐다. 그러나 현대 모비스가 이 기술의 국산화에 성공해 국내 중소형 차에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시연회에 선보인 핵심 제품들을 성공적으로 양산해, 현재 15조 원인 핵심 부품 및 모듈 부분의 매출 규모를 2020년까지 30조 원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강점 분야인 모듈 제조 및 AS 부품 사업을 유지하면서 2020년까지 IT 컨버전스 전장, 친환경 핵심 부품, 모듈 통합 시스템을 3대 주력사업으로 키워 세계적인 부품업체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다. 이날 시연회에 선보인 차선유지도움장치(LKAS:Lane Keeping Assist System) 는 운전자의 졸음운전이나 부주의로 차량이 차선을 이탈할 때 위험 상황을 감지하고 차량의 방향을 안전하게 바꿔주는 장치다. 차량 앞에 장착된 카메라가 도로 영상을 수집하여 이를 실시간으로 영상처리장치로 보낸다. 이를 바탕으로, 차선유지도움장치를 제어하는 전자제어부(ECU)가 도로 영상을 파악하고 차선 이탈 위험이 감지되면 경보음을 울린다. 위험 상황을 알린 뒤에도 핸들에 적당한 힘을 가해 차선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차선유지도움장치는 카메라→영상처리장치→차선유지도움장치 전자제어부(ECU)→조향장치 자동작동의 원리로 실행된다. 이 첨단 기술로 해외 고객경험관리에 나선다는 게 현대모비스의 계획.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차선유지도움장치는 안전운행을 돕는 능동형 차량 기술로 전자·통신·제어공학 기술이 집적돼 있다”며 “조만간 독자 기술로 차선유지도움장치를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차선유지도움장치가 성공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전동식 조향장치와 같은 기술이 선행돼야 하는데 이 두 가지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는 현대모비스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2∼3업체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첨단 브레이크 시스템(MEB:Mobis Electronic Brake)은 현대모비스가 독자 기술로 개발해 완성차에 적용하고 있다. 커브길이나 장애물 등 갑작스런 위험 상황이 닥칠 때 차량의 움직임을 판단하여 바퀴의 미끄러짐과 차체 선회각을 감지해 자동으로 제어해준다. 이 시스템을 장착하면 안전한 조향을 제공하는 이점이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타사 브레이크 시스템과 비교해 20%가량 무게와 부피가 축소된 첨단브레이크 시스템은 차량에서 차지하는 면적을 줄이고 소음을 최소화한다”며 “제동 능력을 향상시켜 차량의 안정성을 극대화시켰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장치는 중국형 아반떼와 카니발에 장착돼 있다.
차량-모바일 연결 운영체제 마이크로소프트와 공동 개발, 화제 이번 시연회에 소개된 차간거리제어장치(SCC:Smart Cruise Control)도 눈길을 끄는 첨단기술이다. 운전자가 설정한 속도로 자동 운행을 하면서 차량 앞에 장착된 레이더 센서로 차간 거리를 실시간 측정하는 기술이다. 차간거리제어장치가 장착된 차량 운전자들은 운전 중에 적정 차간 거리를 유지할 수 있다. 이 기술은 BMW 및 아우디 등 일부 고급 외국 차량에 옵션으로 장착돼 있으며, 독일의 콘티넨탈과 보쉬가 세계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국내에 보급된 차간거리제어장치는 10km/h 이상에서만 작동하게 되어 있는데, 차량 흐름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이 시스템의 이점을 활용하기 어렵다. 현대모비스는 2012년까지 속도가 낮은 주행구간에서도 정지 및 서행이 가능하고 가격까지 저렴한 차간거리제어장치를 양산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2010 국제전자제품 박람회(CES)에서 공개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UVO System)은 현대모비스와 마이크로소프트가 공동 개발해 화제가 된 기술이다. 최신 차량용 운영체제를 적용해 다양한 모바일 기기와 차량이 연결되도록 했다. 또한 통합 음성인식 기능, 컬러 TFT LCD 및 터치스크린, 후방 카메라 등의 기능이 추가됐으며, 새로운 기능을 쉽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올해 10월부터 북미에 수출되는 쏘렌토R 차종에 장착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시연회에서는 타이어의 저압·이상고온 상태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타이어 관련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타이어 공기압 감시장치(TPMS:Tire Pressure Monitoring System), 운전자 스위치 버튼 조작으로 가능한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시스템(EPB:Electronic Parking Brake System) 등의 기술도 소개됐다. 이날 현대모비스는 주력 사업 분야를 IT 컨버전스 전장, 친환경 핵심 부품, 모듈 통합 시스템 등 3대 사업으로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점차 커져가는 ‘친환경 및 지능형 자동차 신성장시장’에 대비하기 위해 총 550여 건에 이르는 관련 테크니컬 로드맵을 구축하여 기술 구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R&D 연구개발비를 현재 3500억 원에서 2015년 6500억 원으로 대폭 늘려 나갈 방침이다. 또한 기존 R&D센터를 선행·기초·양산 3개 연구소로 분리해 기술개발 효율 극대화를 꾀함과 동시에 연구 인력 및 장비도 대폭 확충한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신영철 전무(메카선행개발 담당 중역)는 “자동차에 장착되는 전장 부품 비율이 40%에 육박할 만큼 부품산업이 기계 중심에서 친환경 전자 장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며 “이번 시연회에 선보인 핵심 전장 제품을 하루빨리 독자기술로 양산화하는 한편, 전사적인 R&D 역량 확보에 전력을 다해 10년 후에는 세계 최고의 전장부품 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