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윤 부동산써브 상담위원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시한 아파트 표준공급계약서는 ①계약자가 중도금을 3회 이상 납부하지 않아 건설사가 2회 이상 독촉했음에도 납부하지 않은 경우 ②잔금을 약정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납부하지 않은 경우 ③건설사 보증으로 융자가 알선되었는데 계약자가 이자를 납부하지 않아 금융기관이 건설사에 대신이행을 청구하고, 건설사가 2회 이상 독촉해도 계약자가 이자 등을 납부하지 않는 경우 ④계약자가 청약저축 등 입주자 저축을 타인 명의로 가입하거나 입주자 저축을 사실상 양도받아 계약을 체결한 경우 등에 대하여 건설사는 계약 해제를 통보하고 새 입주자를 구하면 되지만, 이것은 주택경기가 호황일 때 해당하는 얘기이고, 요즘처럼 미분양이 쌓여가는 부동산 시장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단, 건설사의 귀책사유로 입주예정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입주할 수 없게 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중도금까지 낸 계약자가 공급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경우는 없다. 실례를 들어본다. ①A씨는 2006년에 용인의 엘지아파트 178㎡(54평형)를 담보로 하여 5억 원을 대출받아 인근의 새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분양권에 프리미엄이 붙고 입주 시 가격이 오르면 대출금은 쉽게 갚으리라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분양권의 가격이 오르기는커녕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기록하고 있고, 담보로 잡힌 기존 아파트의 가격이 3억 원 넘게 떨어져,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 해제를 하고 싶지만 중도금이 지급된 상태라 일방적인 계약 해제는 불가하다는 통보를 건설사로부터 받았다. ②인천 송도신도시에 분양가 10억 원 상당의 148㎡(45평)를 분양받고 주택 로또의 꿈에 젖어 있던 B씨는 계약금을 마련하고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를 처분해 중도금을 낼 계획이었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택 거래는 실종되고 가입한 펀드는 반 토막이 난데다 주택담보대출 이율의 전반적인 상승에 따라 대출 연체이자에 시달리다가, 계약금 1억 원을 포기하고 말았다. ③분당의 C씨는 고의로 분양대금을 3회 지급 연체하여 분양사로부터 계약 해제를 유도했으나, 분양대금을 연체하더라도 계약 해제를 결정하는 것은 건설사이므로 계약 해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도금 한 번이라도 내면 계약 해제 어려워 표준공급계약서는 본인 사정 때문에 스스로 본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중도금을 한 번이라도 낸 사실이 있다면 건설사가 인정하는 때에만 계약의 해제를 인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중도금 납부 이전이라도 계약자 사정으로 계약이 해제되면 공급대금 총액의 10%를 위약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다른 경우이지만, 분양계약을 해제하고도 계약금의 손실을 입지 않은 예도 있다. 공공기관을 통해 위약금 없이 분양계약을 해제한 사례도 있다. 판교신도시에 당첨된 당첨자 5인은 지방 이전과 질병 등의 이유로 분양권을 대한주택공사에 환매했으며, 그동안 낸 분양대금에 정기예금 금리를 적용해 환불받을 수 있었다. 이들이 계약한 판교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여서 분양권 전매가 제한되지만, 불가피한 사정이 있을 때는 환매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계약을 해제한 경우이기 때문이다. 최근 용인 흥덕지구에 분양받은 D씨는 중도금을 70%나 낸 상태에서 건설사에 계약의 해제를 요구했는데, 그는 아파트를 인수할 사람이 있다면 전매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이 해외 근무 때문에 더는 계약 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건설사에 제시하여 계약금의 손실 없이 분양권을 넘길 수 있었다. 계약자가 신용불량자가 되었을 때는 건설사 측에서 적극적으로 해제에 나서지만, 계약 해제를 위해 자신이 신용불량자로 몰리는 것을 감수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계약자 입장에서는 계약할 때 반드시 아파트 공급계약서의 내용을 자세히 읽어, 향후 계약 해제 시의 계약금 귀속 여부와 연체 시의 불이익 및 건설사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범위 등에 대하여 잘 살펴보고 건설사와의 마찰을 줄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