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덕 스탠다드차타드제일은행 광장동지점 PB, CFP “someday가 가장 위험해요. 언젠가 가보겠다, 언젠가 해보겠다 하지만, 언젠가는 없어요(Never someday).” 최근 개봉한 톰 크루즈와 카메론 디아즈가 출연한 영화 <나잇 앤 데이(Knight & Day)>에 나오는 톰 크루즈의 대사이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언젠가는’이란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가령, “언젠가 난 우리 집을 가질 거야” “언젠가 은퇴 후 세계여행을 하면서 멋지게 살 거야”라는 인생의 큰 목표에서부터 “현재 반 토막이 나 있는 내 펀드, 언젠가는 원금이 회복될 거야”라는 현실 속의 작은 희망까지 말이다. 이 모든 소망이 ‘언젠가’처럼 뜻대로 이뤄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우린 가능성이 희박할 때도 ‘언젠가는’이란 말을 사용해 우회적으로 표현한다. 친구와 우연히 길에서 만났다고 하자. “언제 한번 우리 만나자”와 “다음 주 수요일에 만나자” 둘 중 어느 쪽이 현실적으로 빨리 만날 수 있을까? 후자 쪽이다. 1년 뒤도, 2년 뒤도 ‘언젠가’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1억 원을 모으겠다”와 “5년 안에 1억 원을 모아 내 집을 마련하겠다”고 계획한 두 사람이 있다고 하자. 열심히 일했다고 해서 둘 다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한다. 그 이유는, 구체적인 목표가 없는 사람은 구체적인 목표를 가진 사람에 비해 열심히 하는 정도가 다를 수 있으며, 중간에 차를 바꾼다든지, 여행을 간다든지 하는 불필요한 소비로 재정목표 달성이 방해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구체적인 목표 없이 마련된 목돈은 종잣돈 마련 자체에 대한 보상으로 소비되거나 계획성 없는 투자로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테크를 잘해서 ‘언젠가’ 세계 여행도 하고 골프도 치며 나의 멋진 노후를 즐길 수 있을 거라 믿지만, 불확실성이 높아진 현실 속에서 구체적인 목표와 실천 계획이 없이는 우리가 꿈꾸는 ‘언젠가’란 순간은 영화 속 톰 크루즈의 대사처럼 결코 찾아오지 않을지 모른다. 따라서 우리의 현명한 자산관리를 위해 이제부터 ‘언젠가는’은 버리고 ‘지금부터’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머릿속의 상상과 희망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계획이 필요하며, 그 계획의 첫 번째 단추는 구체적인 시간과 방법을 정하는 일이다. ·먼저, 자신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는 재무목표를 수립하자. 재무목표는 현재의 소비성 지출 목표와 미래를 위한 비소비성 지출 목표 두 가지로 구분해 수립하는 것이 좋다. 현재의 소비성 지출 목표는 의식주 해결을 위한 생활비, 여가생활 등을 위한 여행 경비 등 현재 살아가면서 필요한 지출에 대한 목표 설정이다. 반면, 미래를 위한 비소비성 지출 목표는 주택 마련 자금, 자녀 교육비, 노후 자금 등 지금 당장 필요한 돈이 아니라 미래에 사용될 비용을 위한 재무목표이다. 재무목표 수립이라고 하면 미래의 재무목표만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재의 소비지출을 위한 재무목표도 함께 세워야 한다. 미래의 재무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소비 상태를 점검하고 정확한 지출 목표를 설정하는 일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소득 획득 기간 대비 은퇴 후 삶의 기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노후 자금을 준비하기 위해 외식비 축소 등 현재의 소비 지출을 위한 재무목표 수정을 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를 희생하는 대가로 미래의 재무목표가 달성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 재무목표를 세분화하고 우선순위를 정하자. 재무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미래의 재무목표를 세분화하고, 각각 개인의 중요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는 수순이 필요하다. 특히, 현재의 소비 지출을 위한 재무목표는 반드시 가족 해외여행비·외식비 등 구체적인 항목에 따른 우선순위를 정하고 지출의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 현재의 재무목표에 사용되는 자금은 소비성 지출이어서 지금 지출되면 다시는 나에게 돌아오지 않는 돈이기 때문이다. 계획적이고 합리적인 소비 지출을 통해 미래의 재무목표 달성을 위한 투자 자원을 준비해야 한다. ·셋째, 우선순위에 따라 결정된 재무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투자 방법을 선택한다. 부동산이나 주식 또는 펀드에 투자하여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는 것이 훌륭한 재테크(자산관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불교의 능엄경에서 유래한 “달을 보라 하니 손가락만 보고 있다”는 말이 있다.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본다는 뜻인데, 사물의 핵심을 제대로 알지 못함을 일깨워주는 말이다. 우리는 투자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달(재무목표)은 보지 않고 손가락(수익률)만 쳐다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넷째, 자산관리와 관련된 의사결정 기준은 재무목표에 있다. 예를 들어, 30대의 젊은 부부가 자녀의 대학 교육비라는 재무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투자 방법을 선택하고자 한다. 최근 평균 물가상승률은 4~5%인데 반해, 대학 등록금 상승률은 7%에 달한다. 3%대의 은행 적금을 선택했다면, 10여 년 뒤의 교육비 상승률을 감안할 때 단순 계산을 해도 해마다 -4%의 손실을 보게 된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해마다 교육비 상승률만큼 저축액을 늘리거나 7% 이상 수익률을 창출할 수 있는 상품에 가입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생의 재무목표가 자녀 교육비에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해마다 저축액을 증가시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때 주식형 펀드와 같은 상품에 투자하는 방법이 고려될 수 있다.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위험이 있다고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요즘과 같은 저금리시대에 어느 정도의 위험부담은 수익을 위한 도구이며, 현명한 자산 배분을 통해 목표로 하는 수익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 보다 중요하다. 만약, 1년 뒤에 대출금을 상환할 목적으로 자금을 위험부담이 큰 주식형 상품에 가입했다고 하자. 다행히 1년이 지나 목표로 하는 수익이 발생했다면 좋겠지만, 시장 상황의 변동으로 손실이 발생했다면 대출금 상환을 위해 다른 목적자금을 해지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본인의 재무목표·재무상태·연령 등을 고려해 자산을 적절히 배분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 재테크라 할 수 있다. 현명한 자산관리의 시작은 본인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게 재무적인 목표를 수립하는 일이다. 이러한 재무목표는 반드시 단기·중장기적으로 수립해야 하고, 현실에 기반을 둔 실현 가능한 목표이자 실행의 우선순위를 결정 짓는 요소여야 한다. 목표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스케줄을 작성하고 실천해 나간다면, ‘언젠가’가 아닌 목표한 바로 ‘그때’에 나의 재무목표는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