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50대 초반인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필두로 세대교체형 청와대 3기 참모진 진용을 구축함으로써 집권 후반기 소통과 화합을 통한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동시에 정국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등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구상을 가다듬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지난 6.2지방선거에서 드러난 혹독한 민심을 수습하지 않고서는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당·정·청에 걸친 인적개편을 계기로 전방위 민심수습책을 세우면서, 큰 틀의 방향을 가늠케 하는 화두로는 소통·친서민·일자리 등 3대 핵심 키워드를 내세우고 있다. 아울러 여권 수뇌부는 당·청 관계 재설정, 당의 쇄신과 화합, 보수대연합 등 2012년 정권 재창출을 위한 내부 프로그램 검토 작업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에 새로운 과제를 제시하기보다는 그동안 계획된 과제를 수행하고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 따라 정책 집행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특히 현 정부의 핵심 기조인 친서민 중도실용 색채를 더욱 강화하고 일자리 창출에 주력함으로써 이반된 민심을 수습하고, 여권에 등을 돌린 ‘2040세대’를 다시 끌어안는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참모진 ‘세대교체’ 마무리 이 대통령은 우선 집권 후반기를 보좌할 청와대 ‘3기 참모진’의 진용을 완성했다. ‘투 톱’인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백용호 정책실장에 이어 청와대 기능의 핵심인 정무·홍보수석까지 모두 확정한 인적쇄신의 특징은 무엇보다 확실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즉, 청와대의 4대 요직인 대통령실장·정책실장·정무수석·홍보수석 등이 모두 전임자보다 젊은 50대 초중반이다. 임 대통령실장과 백 정책실장은 54세 동갑으로 60대 중후반이었던 정정길 전 대통령실장과 윤진식 전 정책실장에 비해 한층 젊어졌으며, 정진석 정무수석은 올해 50세, 홍상표 홍보수석은 53세로 더 젊다. 심지어 김희정 대변인은 올해 39세로, 박선규 전 제1대변인보다 10살이나 어리다. 여기에는 여권의 주력을 40∼50대 초반으로 일신, 전체적인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음으로써 국정을 쇄신하자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대통령이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전격 발탁한 의도는 집권 후반기에 흔들림 없는 국정운영을 펼치기 위한 조력자로서 모든 면에서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판단을 내려 임 실장으로 하여금 장관 직과 현역 국회의원 직을 그만두게 하면서까지 청와대 참모진의 수장 역할을 맡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이 대통령은 임 실장에 대해 ▲정통 경제관료 출신의 전문성과 행정 경험 ▲3선 의정 경력 및 정치 감각 ▲고용노동부 장관과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등을 지낸 경륜 ▲야당이나 친박(親朴)계로부터도 큰 거부감이 없는 온건하고 합리적인 성품 등을 높이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또한 임 실장은 이 대통령의 대선후보와 당선인 시절에 두 차례나 비서실장으로 호흡을 맞춰 이미 두터운 신뢰 관계가 구축돼 있다는 점도 권력 누수를 경계해야 할 집권 후반기 대통령실장으로 낙점된 배경이라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임 실장의 스타일이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의 경제참모로 활약했고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시절에도 대표 비서실장을 맡아 ‘유능한 참모’로 이미지를 굳히는 등 이 대통령이 가장 선호하는 ‘실무형 참모’라는 점에서 일치한다.
이 밖에, 고용노동부장관으로 재임하면서 13년 묵은 숙제인 타임오프제(유급근로시간 면제제도) 시행 문제를 해결해 정치력을 입증한 점과 비영남권인 경기도 성남 출신이어서 지역 안배 조건을 어느 정도 충족한 점도 인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리고 임 실장은 이념적으로도 ‘합리적 중도보수’로 평가받고 있어 이 대통령의 ‘친서민 중도실용’ 국정 기조를 구현하는 데 적임자로 지목됐다. 임 실장은 이러한 행정·의정 경험을 살려 후반기 주요 국정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데 기여하는 한편, ‘계파색이 엷고 조정 능력이 뛰어나다’는 정치권의 평가를 바탕으로 당·정·청 관계의 원만한 재정립을 주도하고 대국민 소통 강화에도 앞장설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50대 초중반의 ‘젊은 대통령실장’으로서 청와대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는 동시에, 이 대통령이 원하는 ‘젊고 활력 있는 여당’ 구현을 위해 여권 세대교체의 기수 역할을 자임할 것으로 보인다. 주류 첫 당권 장악…당·청 이명박 친정체제 구축 특히 이 대통령의 이번 청와대 인사에서는 친정(親政) 체제가 강화되고 정무 기능이 대폭 보강된 점도 눈에 띈다. 대통령실장과 정책실장에 모두 측근을 기용해 국정 장악력을 강화했고, 3선 중진 의원을 대통령실장과 정무수석에 기용함으로써 여의도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의 명칭을 고용복지수석으로 바꾸고 서민정책비서관을 신설한 변화도 집권 반환점(8월 25일) 이후를 대비한다는 계획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 대통령은 지방선거 패배 여파로 중도폐기한 세종시 수정안과는 달리 4대강 사업은 후반기에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이번 청와대 조직 개편에서 정책기획관 산하에 정책홍보지원비서관을 둔 것도 대국민 홍보를 강화해 4대강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돌리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토착비리와 교육비리·권력비리 등 3대비리 척결 작업을 고강도로 유지해 나감으로써, 자칫 집권 하반기에 느슨해질 수 있는 공직 기강을 바로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은 친이계 주류의 안상수 대표를 비롯해 홍준표·나경원·정두언 최고위원 등 친이계 4명이 대거 지도부에 입성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친정체제를 구축하는 등 집권 후반기 여권의 새 진용 개편에 서막을 올렸다. 실제로 이번 전당대회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줄곧 ‘관리형 대표’를 선택해온 데서 벗어나 친이계 주류가 처음으로 당권을 장악했다는 의미가 있는 반면, 친박계는 후보 4명이 나오는 난립 구도를 해소하지 못하고 서병수 의원 1명밖에 지도부에 들어가지 못했다. 결국 최고위원회에서 친이-친박계 간의 불균형은 2012년 총선 공천과 대선 경선 과정에서 계파 간 갈등을 촉발시키는 ‘불씨’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안 대표가 그동안 당의 안정과 소통·화합을 화두로 내세우며 정권 재창출의 ‘밀알’을 자임해왔다는 점에서 향후 당·청 관계는 ‘포괄적 협력체제’가 구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 대표는 지난해 5월부터 1년 간 원내대표직을 수행하면서 현안이었던 미디어 관계법과 4대강 예산 등을 말끔히 처리해 이 대통령의 돈독한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당·정·청 쇄신 이후 안 대표가 이끄는 당이 집권 후반기에 여권의 실질적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는 이들도 적지 않지만, 해결해야 할 난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6.2지방선거의 패배와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로 비롯된 비선조직의 인사 개입 논란에다 여권 내 권력 암투설까지 불거지면서 새 지도부는 출범부터 어려운 환경에서 출발해야 한다. 당장 7.28재보선이 기다리고 있다. 재보선이 그동안 `여당의 ‘무덤’이었던 전례를 감안하면 쉽지 않은 승부가 예고돼 있고, 그만큼 새 체제 초기부터 삐걱거릴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지난 지방선거 패배 이후 당 일각에서 수직적 당·청 관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 안 대표가 어떤 식으로든 새로운 당·청 관계 모델을 구현해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그리고 친이-친박계 간 갈등 해소도 정권 재창출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안 대표가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간의 화해에 ‘징검다리’가 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간 회동 가능성도 점쳐진다. 아울러 당직 배분에서도 계파 화합 차원에서 친박계 인사들을 등용시켜 화합을 도모할 공산이 크다. 그리고 안 대표가 원내대표 재직 때 야당과의 관계가 원만치 못했다는 점에서 4대강 사업과 여권 비선조직의 인사 개입 등을 놓고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대립각을 세울 것이라는 여야 관계도 안 대표의 어깨를 무겁게 내리누르는 짐이다. 아울러 한나라당의 투 톱인 안 대표-김무성 원내대표 간 역할 분담이 잘 이뤄질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며, 최고위 내에서도 전대 과정에서 설전을 벌여왔던 홍 최고위원과의 갈등이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등 당내 역학관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7.28재보선에서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승리를 거둬 당에 복귀할 경우 차기 대권가도에서 박 전 대표, 정몽준 전 대표와 함께 경쟁구도 속에 또 한 번 당이 출렁일 수도 있다. 어쨌든 한나라당 새 지도부 구성에 이어 청와대 3기 참모진의 진용이 사실상 완성됨에 따라 개각 작업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 개각 ‘중폭 이상’ 교체 가능성 특히 이 대통령이 개각 시기를 7·28재보선 이후로 늦춘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운찬 국무총리의 거취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여권 내에서는 이번 개각이 집권 후반기 큰 틀의 체제 구축이란 의미가 있는 만큼 총리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많지만, 정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이후 진행된 여권의 사전 검증 과정에서 그를 대신할 만한 카드를 찾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유임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과 언론에서 거명되는 총리 후보군으로는 호남 출신인 김덕룡 대통령 국민통합특보와 이석연 법제처장, 심대평 국민중심연합 대표, 이완구 전 충남지사와 정우택 전 충북지사, 강현욱 전 전북지사, 강재섭 한나라당 전 대표,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김태호 전 경남지사,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임 대통령실장이 50대 중반의 세대교체형 인물인 만큼 후임 총리는 60대 이상이면서 국정 경험이 있는 화합형 인물 가운데 가급적 대구·경북(TK) 출신이 아니어야 하며, 본인과 주변이 혹독한 국회 인사청문회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할 경우, 이들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카드를 찾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당초 7·28재보선 이전으로 관측됐던 개각이 그 이후로 미뤄진 것도 정 총리의 유임 가능성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개각과 관련하여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현역 의원을 포함한 정치인들이 얼마나 내각에 들어갈까 하는 점이다. 안 대표는 ‘정치인 총리’ 요구 외에도 현역 정치인 3명 이상의 입각을 주문해놓은 상태지만, 실제로는 전·현직 의원들이 장·차관에 대거 기용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15개 부처 가운데 정치인 장관이 이미 4명이나 포함된데다 이들 대부분은 유임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맹형규 행정안전, 주호영 특임 장관은 재임 기간이 짧고, 친박계인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도 여러 면을 고려해 유임될 것으로 전망된다. 총리 하마평에 오르는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만 재임 2년이 됐다는 이유로 교체 대상에 거론되고 있어, 2명 정도가 장관으로 입각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권에서는 지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기간에 ‘이명박 캠프’ 공보 라인의 핵심에 있었던 장광근·진수희·조해진 의원의 입각이 거론되고 있으며, 친박계 의원 중에서는 진영·김선동 의원이 장관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광역단체장 출신으로는 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전격 입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