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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함 속 자연의 이야기가 들리는 작은 뜰

따뜻함 묻어나는 작품으로 편안한 쉼과 자유로움 담는 이재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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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83호 김대희⁄ 2010.08.16 15:25:47

우리는 가끔 "시끌벅적해야지만 사람 사는 것 같다"는 말을 한다. 이 같은 이유는 어찌 보면 생명력이 넘치고 살아 있음을 느끼는 자연현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즘은 이러한 소음이 문제가 되곤 한다. 지저귀는 새소리나 계곡의 물이 흐르는 소리, 한여름 땡볕을 알리듯 울려 퍼지는 매미 소리, 문명이 발달하면서 생긴 자동차 경적이나 각종 기계 소리 등 누군가에게는 정겨운 소리지만 누군가에게는 너무나도 시끄러운 소음이 된다. 언제부턴가 버스나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는 조용히가 바로 에티켓이다. 무더위가 정점을 찍으며 강렬한 햇살이 뜨겁던 8월. 이재상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는 오프닝 현장을 찾아갔다. 갤러리라는 공간은 조용히 그림을 감상하고 느끼는 공간이지만, 전시가 시작되는 오프닝 날만은 예외다. 작가의 전시를 축하해주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모이면서 시끌벅적하며 그야말로 사람 사는 세상을 느낀다. 많은 이야기가 오가며 북적이는 사람들 속에서 그림을 처음 접한 느낌은 시원한 바람과 활기찬 생명력이었다. 물론 그림에서 바람이 불어오거나 사물이 튀어나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아닌, 그림이 전해주는 상상 속의 감정이다. 그림에는 땅과 산, 나무와 꽃, 사슴과 새, 버스와 우체통, 집과 의자 등이 자유롭게 함께 공존하고 있다. 특히 전통 민화에 십장생 중 하나로 등장하는 사슴과 현대문명의 산물인 버스 등 전통과 현대적인 요소들의 만남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작품 속에서 조화를 이룬다.

작품과의 첫 대면에서와 달리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생명의 힘이 넘치는데, 가장 눈에 띄는 사슴은 보면 볼수록 살이 통통하게 오른 듯 편안함과 풍요로움을 준다. 더욱 더 작품에 빠져들면 오히려 너무도 조용한 주변을 느끼게 된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와 소음이 들리지 않는다. 그림 속 사물마저도 조용하다. 단 하나 살아 숨 쉬는 생명력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바로 작가가 추구하는 모두가 평등하고 편하게 쉴 수 있는 작은 뜰이 된다. 이 작가는 〃사슴과 새 등 모든 동물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모습은 가족을 나타낸다. 버스나 우체통은 여행을 떠나고 소식을 전하는 등 자유로움을 상징한다. 그림 속의 하트를 닮은 새는 일명 사랑새로 행복을 전한다. 금빛으로 그린 소나무 또한 귀함을 나타낸다. 이는 사람을 의인화한 것으로 결국 모든 것이 사람을 생각하며 작업한 결과〃라고 말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 중 하나로 작품 전체에 작은 점들이 모여 원을 이루고 그 안팎으로 또 다른 원이 생성되는데, 마치 지도 상에 높이를 측정하는 등고선과 같다. 자칫 밋밋할 수 있는 배경에 등고선이 있어 재미를 주기도 한다. 이 작가가 추구하는 이 같은 등고선들은 높고 낮음의 의미를 넘어 모두가 동등하다는 평등을 의미한다. 이 작가는 〃이전 작품을 보면 지금과 확연하게 달라진 점을 알 수 있는데, 바로 산이다. 그때는 작품 속에 산을 직접 그려 넣었지만, 지금은 그 산을 평면화 시켰다. 산이 사라졌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등고선으로 변형됐을 뿐 여전히 살아 있다. 이러한 산이 등고선이 되고 등고선 자체의 의미를 넘어 모두가 평등함을 담았다. 작업의 소재는 언제나 자연 속에 있었고 앞으로도 변함없다〃고 설명했다.

자연의 이미지를 그려왔다는 그의 말은 이전 작품의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다. 산의 모양새를 모아 꽃의 형상을 재현한 如-산으로 피어나다와 如-꽃으로 피다, 바람의 모양새를 그림으로 표현한 如-바람으로 피다에서 최근 선보인 如-바람의 뜰까지 사람과 가장 가까운 자연을 벗처럼 그려왔다. 그는 작가 노트를 통해서도 말한다. "사람들은 계획을 짜고 빡빡한 일상 탈출을 잠깐 한다. 자연을 찾아가 자신들이 자연에서 왔음을 다시 기억해내는 것일까?나는 수도 없이 자연이 이야기해 준 것들을 캔버스에 옮긴다. 인간 본래의 따뜻한 정서를 자연의 숨결이 나의 작품을 통해 내려 주길 원한다. 인간들이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되찾아 사라져가는 동네 어귀를 보고 풍물들이 간직해온 세월만큼씩이라도 기억 속에 오래 담기를 바란다. 그 기억들이 자연이 보내준 바람이 작은 뜰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뜨거운 햇살 때문에 덥고 짜증이 날 만도 한 여름이지만, 그와 또 다른 따뜻한 온기가 감도는 그림으로 편안함을 추구하는 이 작가는 삶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유로움과 함께 더욱 더 편안함을 선사한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하남지부 회장, 서울미술협회 이사 등을 맡고 있는 이 작가는 뒤팽의 고원-如 바람의 뜰이라는 제목으로 서울 인사동 갤러리M에서 8월 11일부터 24일까지 개인전을 연다. CN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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