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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자유로운 영혼 담아내는 정연연 작가

“그림 그리지 않는 삶은 상상할 수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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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84호 김금영⁄ 2010.08.24 09:31:23

“와! 예쁘다!” 서울 인사동 하나아트 갤러리에 걸려 있는 그림을 보고 나온 첫마디이다. 차분하고도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림 속의 여성을 보고, 이 그림을 그린 작가는 분명 조용하고 여성스러운 사람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전화 속에서 들려온 작가의 목소리는 뜻밖에도 아주 당차고 활발한 기운이 넘쳤다. 어떤 사람일까 궁금하고도 기대되는 마음에 만난 정연연 작가는 넘치는 에너지와 열정을 가진 사람이었다.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고 하자, 정 작가는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며 시원하게 웃었다. “제 작품을 보고 작가 또한 작품같이 여성적이고 조용한 사람일 거라고 여기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실제로 작업을 할 때에는 좀 더 여성적이고 세밀한 성격이 되기는 해요.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털털한 성격에 웃기고 엽기적인 만화를 좋아하는 평소의 저로 돌아오죠. 작업할 때와 일상생활의 자신이 분리돼야 좀 더 여러 가지를 경험하고 많은 것을 받아들이면서 다양한 작품을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린 시절 부담 없이 ‘당연함’으로 다가온 그림 밝고 활발한 성격에 귀여움을 받고 자랐을 것 같은 정 작가는 의외로 늦둥이로 태어나 바쁜 어른들 사이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고 한다. 그때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 것이 ‘그림’이다. 벽이나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면서 자란 그녀는 책 또한 그림과 관련된 위인전 읽기를 즐겼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에는 집 옆의 헌책방에서 미술 관련 책들을 쉽게 접했고, 집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전집이 있어 미술에 흥미를 가지게 됐다. 미술계의 위대한 거장으로 일컬어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지만, 어렸을 때는 부담 없이 그에 대해 읽고 자랐기에 오히려 친근하게 다가왔다고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어렸을 때는 ‘나도 크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되는 건가’ 하고 생각했어요.”

자유롭고 열린 시각으로 작품 감상해주었으면… 정 작가의 작품 속에는 항상 ‘여성’이 등장해왔다. 올해 들어서 남성처럼 보이는 인물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이는 보는 이의 마음에 따라 여성이 될 수도, 남성이 될 수도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작품을 보고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그 사람의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제 그림을 보면서 꼭 어떤 것을 느껴야 한다고 강요하고 싶진 않아요. 저도 제가 그린 그림을 볼 때마다 매번 느낌이 달라지는데, 틀에 박힌 생각을 강요할 순 없죠. 자유롭고 열린 시각을 가지고 제 작품을 감상해주셨으면 합니다.” 작품을 그냥 보면 한 인물만이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 인물의 머리카락 안에 새로운 인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 인물들은 사람들의 내면세계를 상징한다고 정 작가는 말한다. 사람의 표면적인 모습뿐 아니라 그 심리까지 깊게 파고들어 작품에 담고자 한 것이다. 또한 이 새롭게 펼쳐지는 내면세계에는 마치 숨은그림찾기와 같이 인간의 심리를 표현하는 핵심 단어들과 문장들이 꼭꼭 숨어 있어, 작품을 감상하는 이에게 색다른 재미를 준다. 물론 이 숨은 단어들을 찾는 것도 보는 이의 자유이다. 이런 정 작가의 작품이 탄생하기까지는 엄청난 노력이 뒤따른다. 작업 과정에 대해 묻자, 정 작가는 손부터 내둘렀다. 그녀는 그림을 그리기 전에 무엇을 그릴지 주제를 정한 뒤, 그 주제에 관한 자료를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읽는다고 한다. 그 자료들 중 특히 공감 가는 부분을 체크해 개념을 정하고 작가 노트를 정리한다. 그리고 그림의 모델이 되어줄 사람을 주로 주변에서 찾고, 모델이 정해지면 그 인물에 대한 자료도 수집하여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녀는 한 번 작업을 시작하면 하루에 거의 18시간 작업에 몰두하고, 한 달에 3일 정도 쉴 정도로 끊임없이 작업을 이어간다고 한다. 작업할 때에는 마치 4살짜리 어린아이가 엄마한테서 떨어지기 싫어하듯이, 자신도 그림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그림에 붙어 있어야 한다는 것. 물론 힘들고 괴로울 때도 많다. 하지만 완성된 그림을 볼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그녀로 하여금 다시 붓을 잡게 한다. “마치 그림에 중독된 것 같아요. 그림을 그릴 때 너무 힘들어 죽을 것 같지만, 안 그리면 더 죽을 것 같은 거죠.”

잘 익은 감같은 작가 되고 싶어 정 작가의 작품들은 조금씩 계속 변화를 겪어왔다. 정체돼 있지 않고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그녀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 의견을 듣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작가라고 해서 작가만의 세계에 안주하지 않고 여러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지 않고 서로 대화를 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을 그리고 싶습니다.” 아직은 자신도 완성되지 않고 새싹이 조금 돋은 정도이기에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정 작가는 겸손해한다. 하지만 완성되지 않은 만큼 아직 보여줄 것도 많다고 당차게 말했다. “감으로 치자면 저는 아직은 익지 않아 떫은맛이 나는 감이라고나 할까요? 앞으로 작품과 함께 저 자신도 성숙해지면서 잘 익은 감 같은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어떤 그림을 선보일지 미래가 벌써부터 기대되는 작가 정연연의 개인전은 서울 명동 더샘 매장 3층에서 8월 19일부터 9월 3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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