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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서거 1주기, 정치권 여야 초월 DJ 유지계승 열풍

‘DJ 유지 계승’ 주장, DJ 지지층 흡수하려는 의도…
민주주의·서민경제·남북관계 등 ‘3대위기’ 극복에 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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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84호 심원섭⁄ 2010.08.23 11:56:12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아,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있고 사회통합 문제가 심각해진 상황에서 이 분야에 확고한 발자취를 남긴 DJ의 공백이 새삼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을 중심으로 고인의 유지 계승 열풍이 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에 헌신한 고인을 기리며 그가 남긴 화해와 통합의 정신을 되살려 나가자고 다짐했으며, 특히 민주당 등 야권은 고인이 생전에 강조한 민주주의와 서민경제·남북관계 등 3대 위기 극복에 방점을 뒀다. 정신적 유산으로 남은 ‘행동하는 양심’ 김 전 대통령은 지난 2009년 1월 1일부터 노쇠한 몸을 이끌고 민주주의·서민경제·남북관계 위기 상황의 타개를 온몸으로 부르짖었지만 끝내 관철시키지 못하고 영면해 우리 사회에 남긴 유산이 되고 말았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지금 우리는 민주주의·경제·남북관계의 3대 위기에 처해 있다”며 “국민은 지금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전례 없이 빈부 격차가 강화돼 어려움 속에 살고 있다. 남북관계가 초긴장 상태에 있어 속수무책으로 슬프다”고 부르짖었으나, 그로부터 1년이 지났지만 ‘3대 위기’는 아직 깊은 터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DJ가 마지막까지 호소했던 ‘행동하는 양심’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그리고 반석 위에 올랐다고 여겼던 여러 가지 생각들이 ‘착각’이 돼버린 예기치 못한 상황에 그의 막바지 생은 다시 ‘투사’로 바뀌었다. DJ는 마지막 강연이 된 2009년 6월 11일 63빌딩에서 열린 6·15남북공동선언 9주년 특별강연에서 “50년 간 피 흘려 쟁취한 민주주의가 역행하고 위태로워졌다. 마음속 피맺힌 심정으로 말한다. 우리가 진정 평화롭고 정의롭게 사는 나라를 만들려면 행동하는 양심이 돼야 한다”고 부르짖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해 8월 18일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그의 외침은 우리 사회에서 부각되는 듯했지만, 1년이 흐른 2010년에도 민주주의·서민경제·남북관계 ‘3대 위기’는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서 오히려 더욱 후퇴하고 있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특히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등 권력기관의 민간인 사찰 논란은 민주주의의 역주행이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옥죄던 과거 유신체제나 5공 시절의 전철이 되살아난 것이라는 혹평까지 받고 있다. 정운찬 전 총리도 8월 11일 이임사에서 “민간인 사찰 같은 구시대적인 사건은 그 어떤 목적이나 명분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개탄한 바 있다.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경찰이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피의자들을 고문한 사실이 드러난 사례도 마찬가지로서, 서민과 사회적 약자의 삶은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는 증거다. 1년 전에 이미 경색된 남북관계는 지난 3월 북한의 천안함 공격 사태를 겪으면서 한반도에 평화 공존과는 거리가 멀어진 전쟁이 운운되는 ‘냉전의 섬’으로 급격히 되돌아가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 저마다 “내가 DJ 유지 계승할 적임자” 이러한 우리 사회의 위기가 김 전 대통령의 외침을 다시 불러내고 있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대중 자서전>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김대중 정신’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잇따르는 것도 한국 사회의 현실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특히 오는 10월 3일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당 당권주자들은 저마다 ‘DJ 계승 적임자’임을 천명하고 있으며, 심지어 김 전 대통령 생전에 철저한 비판 세력이었던 한나라당을 비롯하여 진보 진영에서까지도 DJ의 유지를 계승하겠다고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 10.3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할 것이 확실시되는 정세균 전 대표를 비롯한 손학규·정동영 상임고문과 천정배·박주선 의원 등도 김 전 대통령의 유지를 계승할 적임자임을 자임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하면서 펴낸 <뉴민주당, 그 거대한 기쁨>이라는 책의 첫머리에 ‘영원한 스승, 김대중-거인 김대중을 만나다’라는 글을 실은 바 있는 김효석 의원은 김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맨 앞에 언급하면서 자신이 DJ의 유지를 계승하고 있음을 역설하기도 했다. 그리고 김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박지원 원내대표는 “김 전 대통령은 우리 국민과 세계인의 가슴속에 아직도 살아 있다”며 “김 전 대통령의 철학과 이념을 더욱 계승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 원내대표는 “민주개혁 세력이 단합해 민주주의와 서민경제·남북관계의 총체적 위기상황 극복을 위해 공동 대응하고 정권 교체를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영택 비대위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민주주의·서민경제·남북관계가 후퇴하는 정국을 겪으면서 고인이 추구했던 큰 뜻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며 “그 이상과 가치가 실현되도록 정치인들이 더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DJ 서거 1주기인 8월 18일 오전 최고·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오늘은 많은 대한민국 국민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하루가 될 것”이라며 “김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평생 헌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안 대표는 “갈등과 반복으로 점철돼온 정치권이 고인이 남긴 화해와 통합의 메시지를 다시 한 번 깊이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안형환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김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헌신해온 모습을 국민 모두 잊지 못하고 있다”며 “한나라당도 김 전 대통령이 남긴 화해와 통합의 큰 뜻을 마음 깊이 새기며 친서민 소통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논평에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공과가 분명히 있지만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일생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정치가 고질적 병폐에서 벗어나 선진화되는 게 유지를 받드는 길”이라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현 정권의 오만과 독선이 심해질수록 고인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며 “진정성 있는 실천으로 유지인 ‘행동하는 양심’을 받들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평화민주당 김정현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원칙을 지켰고, 서민 대중을 위해 생산적 복지를 도입했으며, 정보 통신과 문화 강국의 미래를 제시했고, 햇볕정책으로 민족 화합의 전기를 마련해 남북 화해협력 시대를 열었다”면서 “그는 평생을 독재와 싸워 한 번도 굴복하거나 타협하지 않았고, 모든 차별에 정면으로 도전했지만 또한 용서와 화해를 잊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김 전 대통령은 스스로 전라도 출신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했고, 반대파에 의해 끊임없이 공격당했지만 그들을 증오하거나 미워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며 “그가 오직 두려워한 것은 자서전에서도 밝혔듯이 역사의 심판이었고 또 마지막까지 역사와 국민을 믿었다” 논평했다. DJ 자서전 출판기념행사, 여야·동서 화해 분위기 이처럼 DJ의 유지를 받들겠다는 정치권의 열풍은 김대중·김영삼·김종필 등 ‘3김’ 이후 정치 세력이 분화된 가운데 ‘큰 정치인’이었던 김 전 대통령 지지층을 자신의 지지층으로 흡수하려는 의도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의 한 전문가는 “여야를 막론하고 남북관계와 민생 문제 등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실천했던 DJ의 유지를 계승한다는 점을 과시하는 것이 분명히 정치적으로 이득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듯, DJ 서거 1주기에 앞서 8월 10일 김대중평화센터(이사장 이희호) 주최로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자서전 출판기념회 행사에는 정치권을 비롯, 각계 인사 100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을 기렸다. 야권에선 이해찬·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김원기·임채정 전 국회의장, 김 전 대통령 최측근이었던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 정세균 전 대표, 정동영·손학규·김근태 상임고문, 동교동계 인사인 권노갑·한화갑·김옥두 전 의원, 김대중 정부 시절의 장·차관들, ‘친노(親盧)’ 인사인 안희정 충남지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여권에서도 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를 비롯,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과 상도동계인 김덕룡 대통령 국민통합특보,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 주호영 의원 등이 참석했다.

그리고 김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와 홍일·홍업·홍걸 씨 등 3남, 한승헌 변호사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도 행사장을 지켰다. 또한 1980년대 민추협(민주화추진협의회)에서 함께 활동했던 동교동계와 상도동계 인사들은 행사 시작 전에 인사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으며, 특히 야권이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벼르고 있는 이 특임장관 내정자도 박 원내대표 등 야권 인사들과 반갑게 대화를 나누는 등 이날만은 여야 간, 동서 간 통합과 화해의 분위기가 형성됐다. 추모위원장인 김석수 전 국무총리는 축사에서 “김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현대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인물로, 용기와 지혜와 통찰력을 갖춘 지도자였다”고 평가했으며, 동교동계 좌장격인 권노갑 전 고문은 “김 전 대통령은 행동하는 양심이었고 화해와 용서를 실천한 우리 시대의 위대한 어르신이었다”고 고인을 추억했다. 이희호 여사는 인사말에서 “남편이 살아 있었다면 얼마나 기뻐했을지 그 모습이 떠오른다”며 “자서전을 읽는 동안 권력에 굴하지 않고 어려움을 이겨낸 남편이 존경스러웠다”고 눈물을 흘렸다. 이런 가운데, 김 전 대통령 배우기 열풍은 정치권을 넘어 대중적으로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 “나는 세상 바꾸는 대통령 되고 싶었다” 8월 초부터 판매되기 시작된 김대중 자서전은 2권 1세트가 5만5000원이라는 비교적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2주 만에 4만 세트가 매진됐으며, 추가로 3만 세트를 제작해 판매 중인 것으로 알려져, 8월 한 달에만 8만 세트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 자서전을 펴낸 도서출판 삼인의 강주한 편집장은 책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에 대해 “김 전 대통령 1주기라는 시기적인 면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고인의 정본 자서전으로서 가치가 있는데다 한국현대사의 알려지지 않은 비화도 많이 볼 수 있다는 입소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으며, 천정배 의원은 이 자서전을 읽는 것에 대해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를 읽고 미래를 가늠해보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 자서전은 1권이 708쪽, 2권이 648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으로, 출생부터 재임기까지 김 전 대통령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으며, 남북관계, 전직 대통령들 및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 등도 담겨 있다. “나는 세상을 바꾸는 대통령이 되고 싶었다. 더러는 그런 나를 ‘대통령병 환자’라고 매도했다. 그래도 개의치 않았다. 내가 훌륭한 정치인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정치인으로 살아온 것을 후회하진 않는다.” (김대중 자서전 1권 21쪽, 생의 끄트머리에서) “정치는 생물이다”라고 말하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85년 인생의 3분의 2 이상을 정치에 몸담았다. 따라서 자서전에 자신이 서자로 태어난 출생의 비밀과 가족에 대한 사랑 외에도 민족과 정치, 정치를 하면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소회가 많이 담겨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리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개헌과 관련된 김 전 대통령의 사견도 찾아볼 수 있다. 김 전 대통령은 “나는 오랫동안 대통령 중심제를 지지해왔고 이를 관철하려고 목숨을 걸고 싸웠지만,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정·부통령제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정·부통령이 있다면 한쪽이 개혁적이라면 다른 한쪽은 보수적인 인물일 수 있고, 한쪽이 동쪽 출신이면 다른 한 사람은 서쪽 출신일 수도 있다. 또 대통령에 집중된 의전 부담도 줄일 수 있고, 대통령 유고 시에 국정 중단을 막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책임제를 논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김 전 대통령은 한반도의 외교 문제에 대해 “4대 강국에 둘러싸여 있는 대한민국에게 외교는 명줄이나 다름없다”며 “한반도는 4대국의 이해가 촘촘히 얽혀 있어 잘못하면 조선왕조 때처럼 지배당하고, 잘하면 예쁜 처녀 하나 두고 네 총각이 프러포즈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군사동맹을 견고히 하고 중국·일본·러시아와 친선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며 “뒤에 오는 이들은 내가 왜 4대국 정상외교에 심혈을 기울였는지 제발 살펴봤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 밖에도, 1971년 첫 대선 출마, 1980년 신군부의 사형선고, 1987년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후보 단일화 결렬, 1997년 대선 승리 등의 뒷얘기도 남겼다. 또한 김대중평화센터에 따르면, <김대중 자서전>은 일본 이와나미(岩波文庫) 출판사의 출간 제의에 따라 현재 일본어로 번역 중에 있으며, 연말이나 내년 초쯤 출판될 예정이다. 김대중평화센터 최경환 공보실장은 “관심을 갖고 있는 미국·중국·독일의 출판사들과도 번역 및 출판에 대한 협의를 진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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