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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과 행운의 메시지 담아내는 두민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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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86호 김금영⁄ 2010.09.06 17:04:28

“혹시 도박 좋아하세요?” 작품을 본 사람들이 작가에게 가장 많이 물어보는 말이란다. 그도 그럴 것이 주사위와 카지노 칩이 그려진 작품은 도박이란 단어를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완성도 높은 작품은 관찰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강렬한 호기심을 이끈다. 카지노 칩과 주사위로 이렇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두민이다. 도박이라 하면 돈을 놓고 내기를 건다 해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작가는 꼭 돈을 목적으로 하는 것만이 도박은 아니라고 한다. 도박판에서는 사람들이 돈 또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고민 끝에 결정하고 주사위를 던진다. 이렇듯 그의 그림 속 카지노 칩은 단순히 돈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원하고 쟁취하고자 하는 대상을, 주사위는 그 대상을 얻고자 선택하고 결정하는 매개체를 상징한다. 원하는 것을 이루고자 고민하고 선택한다는 점에서 인생의 사소한 모든 일들은 도박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물건을 살까 말까 고민하고 선택하는 것도 욕망과 선택이라는 과정에서 볼 때 하나의 도박이 될 수 있다. 주사위를 던지느냐 던지지 않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듯이 인생에서 다가오는 수많은 선택의 순간과, 그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결과의 양면성을 작가는 표현하고 있다. 두민 작가에게도 선택의 순간이 있었다. 미술 강사로 10년간 일했던 그는 안정된 삶을 살고 있었지만 작가가 되고 싶은 욕망을 접을 수 없었다 한다. “고민하던 순간 누군가 말하더군요.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왜 스스로 작가가 되기로 결정을 이미 내려놓고 고민하느냐며 말이죠. 결국 작가의 길을 선택했고 지금 행복하게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두민은 욕망에 관한 작업을 꾸준히 이어왔다. 이전에는 인간의 욕망을 보다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포크와 쇼윈도에 진열된 명품 하이힐은 인간의 식탐과 소유욕을 나타낸다. 비 내리는 아스팔트 길 표면에 비친 네온 간판은 현대인의 은밀한 욕망을 드러낸다. 네온 간판은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등의 이유로 부정적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하지만 비 오던 날 아스팔트 위에 고인 물 위로 비친 네온 간판이 그에게는 아름답게 비춰졌다고 한다.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현실에서의 모습이 아름답게 비치는 또 다른 모습에서 현실의 양면성과 이중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그림에 담아 왔다. 하지만 그가 단순히 욕망을 표현하는 데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작업에서 그는 인간의 욕망을 그려냄과 동시에 그 욕망을 실현하라는 행복의 메시지를 담기 시작했다. 주사위는 숫자가 클수록 좋다고 여겨진다. 가장 적은 숫자 1이 나오면 탄식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주사위를 잘 살펴보자. 숫자 1의 뒷면에는 가장 큰 숫자 6이 존재한다. 이 두 숫자를 합하면 행운의 숫자인 7이 나온다. 이는 다른 주사위의 면들에도 모두 적용된다. 작가는 어떤 숫자가 나오든 그 뒷면에 존재하는 숫자를 합하면 행운의 숫자 7이 나온다며, 어떤 숫자가 나와도 행운은 따라온다고 말한다. 그러니 자신 있게 주사위를 던지라는 것.

처음 그의 작품을 봤을 때 너무나 정교해서 사진으로 착각할 뻔했다. 작품의 이런 특징은 과거에 사진을 보고 그대로 똑같이 그리는 포토리얼리즘 작업을 했다는 작가의 경험도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자세히 살펴볼수록 나타나는 물감의 느낌과 입체적으로 표현된 코팅 방식이 그가 얼마나 노력을 기울여 그림을 그렸는지 느끼게 해줬다. 두민의 작품은 평면 위에 펼쳐지지만 결코 2차원에서 끝나지 않는다. 물감이 마르기 전에 계속 그림을 그려나가는 그는 유화 작업이 끝나면 주사위 부분에 플라스틱 원액인 에폭시를 부어 투명한 주사위를 입체적으로 표현한다. 그림을 보면 주사위 부분이 실제로 볼록 튀어나와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이 선택한 길을 걸어왔지만 때로는 힘들 때도 있다. 하지만 그림을 그릴 때의 희열과 열정은 그로 하여금 다시 붓을 잡게 한다. “솔직히 그림을 그리기 전 아무것도 없는 흰 캔버스를 볼 때는 막막하고 겁이 나기도 해요. 하지만 완성된 그림을 봤을 때 느끼는 성취감과 카타르시스는 어느 무엇과도 바꿀 수 없죠. 제가 선택한 작가의 길이니 후회하지 않고 항상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그림을 그릴 것입니다.” 스스로 만족을 느끼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작가는 무척 행복해 보였다. 그는 앞으로 자신이 느낀 감정을 바탕으로 자기 자신만을 위한 작품이 아니라 관람객과 함께 공유하면서 행복을 꿈꿀 수 있는 작품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도 작업에 집어넣지 못한 것이 많아 보여줄 것들이 너무 많다는 그의 캔버스에 앞으로 어떤 그림이 그려질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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