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안과 교수 사람이 깨어있는 동안 가장 바쁜 곳이 ‘눈’이라는 말이 있다. 끊임없이 빛의 자극을 받고 반응하는 눈은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존재다. 하지만 소중한 눈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각종 눈병에 걸려 눈을 혹사시키는 경우가 간혹 있다. 소중한 눈을 위해 눈에 관련된 질환과 예방·치료법에 대해 제대로 알고 눈의 건강을 지키자. (1) 유행성 각결막염 유행성 각결막염은 아데노바이러스 감염으로 생기는 결막염으로 흔히 그냥 ‘눈병’이라고 부르는 질환이다. 한 번이라도 눈병을 앓았던 사람들이라면 눈에 눈곱이 끼고 충혈이 된 것을 보고 ‘또 눈병일까?’라고 걱정을 하며 안과를 찾아간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만큼 유행성 각결막염은 갓난아이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남녀 구별 없이 어느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으며 전염력이 매우 강하다. 또한 다른 눈병과는 달리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유행하고 있다. 여름철에 주로 유행하지만 사시사철 어느 때나 감염될 수 있으며 일단 한번 감염되면 치료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상당 기간 동안 불편과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감염이 되면 약 일주일 정도 잠복기를 거친 뒤 한쪽 눈에서 증상이 나타난다. 곧이어 수일 이내에 반대편 눈도 같은 증상을 보인다. 그러나 나중에 시작된 눈의 증상은 먼저 증상이 시작된 눈보다 심하지 않고, 때로는 한쪽 눈에만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주된 증상은 갑자기 한쪽 눈에 티가 들어간 것처럼 불편하고 눈물이 심하게 나오면서 눈이 빨갛게 충혈 되는 것이다. 밝은 빛을 보면 눈이 부셔 잘 뜨지 못하고 눈에 쑤시는 듯한 통증이 있다. 염증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합병증으로 각막염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때 치료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염증이 심해 검결막의 표면에 반투명한 염증성 막이 덮이기도 하나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간혹 귀 앞이나 턱 밑의 림프절이 부어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어린 아이들은 어른들보다도 증세가 심해 보채기도 하며, 발열, 권태, 호흡기 증상, 오심, 구토, 설사, 근육통 같은 감기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런 증상이 호전되는 데는 보통 2~4주가 걸리지만,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의 독성에 따라 증상이 가볍거나 심한 차이가 있으며, 경과도 짧아지거나 길어질 수 있다. 증상이 호전된 뒤 후유증으로 각막상피 아래에 점상의 혼탁이 남게 돼 약 한 두 달 간은 침침하게 느껴지거나 약간의 시력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서서히 회복된다. 증상이 생기고 일주일에서 열흘 사이에 전염력이 제일 강하며, 그 이후로는 전염력이 점점 약해진다. 이 시기가 되면 우리 몸의 정상적인 면역기전에 의해 바이러스 대부분이 제거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도 원인 바이러스를 소멸시킬 수 있는 치료약이 개발돼 있지 않아 유행성 각결막염에 걸리면 아무리 치료를 열심히 해도 오랜 경과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손을 자주 깨끗이 씻고 환자가 쓰는 세숫대야와 비누, 수건을 같이 사용하지 않는다. 특히 가정에서 사용하는 베개와 이부자리는 구별해 사용하고, 부부 중 한 사람이 감염됐다면 약 2주간은 잠자리를 따로 한다. 눈약 함께 쓰면 눈병 전염될 수 있어 남이 쓰다 남은 안약은 버려야 안전 예방을 위해 가족들이 안약을 함께 사용하면 오히려 눈병이 전염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환자가 쓰다 남은 안약은 버리는 것이 좋다. 또한 오염된 손으로 눈을 절대로 만져서는 안 된다. 전염력이 가장 강한 시기인 증상 발현일부터 약 2주 동안은 휴가를 받아 주위 사람들과 떨어지는 것도 예방을 위해 바람직하다. 눈꺼풀이 붓고 충혈이 심해 미용상 목적으로 안대를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주는 혐오감을 줄일 수 있다. 안대는 반대쪽 눈으로의 감염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 치료에 도움을 주지는 않는다. 유행성 각결막염의 치료에 특효약은 없지만 다행히도 대개 특별한 약을 쓰지 않아도 일정기간이 경과하면 감기처럼 저절로 낫는다. 그러나 3일에 한 번 정도 안과를 방문해 각막염 같은 합병증의 발생 여부를 진찰 받는 게 안전하다. 안과 전문 의사의 지시 없이 안약을 함부로 쓰면 더욱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2) 급성 출혈성 결막염(아폴로눈병) 급성 출혈성 결막염은 엔테로바이러스나 콕사키바이러스의 감염으로 생기는 특수한 결막염이다. 흔히 ‘아폴로 눈병’이라고 부른다. 2~3일의 짧은 잠복기를 거쳐 한쪽 눈에 눈곱과 충혈 등 증상이 나타나고, 곧이어 수일 안에 반대편 눈에도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은 유행성 각결막염과 비슷하다. 한쪽 눈에 티가 들어간 것처럼 불편하고 눈물이 심하게 나온다. 눈이 쑤시고 밝은 빛을 보면 눈이 부셔 눈을 잘 뜨지 못한다. 환자의 약 60% 정도는 귀 앞이나 턱밑 임파선이 부어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증상이 발현되고 7~10일 동안 전염력이 가장 강하며 그 이후로는 우리 몸의 정상적인 면역기전에 의해 전염력이 점점 약해지며 1~3주 사이에 증상이 호전된다. 급성 출혈성 결막염은 아직까지 뚜렷한 치료약이 없기 때문에 유행성 각결막염처럼 예방이 중요하다. 눈병 유행 시기에는 수영장, 목욕탕 등을 비롯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손을 자주 깨끗이 씻는 것은 필수다.
((3) 유행성 각결막염(눈병)과 급성출혈성 결막염(아폴로눈병)의 차이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유행성 각결막염과 아폴로 눈병(급성 출혈성 결막염)은 동일한 질환이 아니다. 증상이 비슷해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두 질환에는 약간의 차이점이 있다. 그 차이점에 대해 살펴보자. ((4) 자외선과 눈건강 눈이 자외선에 오래 노출되면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은 크게 급성손상과 만성손상으로 나눌 수 있다. 급성손상은 단시간 내에 일정수준 이상의 과다한 자외선에 노출되었을 때 발생하는 광각막염, 광결막염이 대표적이다. 광각막염에 걸리면 각막상피의 손상과 수반된 염증이 관찰되고, 환자는 눈부심, 눈물흘림, 통증 등의 증상을 호소하게 된다. 광결막염에 걸리면 충혈과 결막부종 등의 징후와 증상을 보일 수 있다. 만성손상은 눈에 지속적인 자외선 노출이 누적됐을 때 생기는 질환이다. 여러 역학조사를 통해 백내장, 익상편(군날개)의 발생과의 관련성은 잘 밝혀져 있다. 관련도가 다소 약하기는 하지만 노인황반변성 같은 실명 유발 질환과의 관련성에 대한 보고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백내장이나 익상편보다는 관련성이 약하다. 그 이유는 정상적으로 광선이 눈 속으로 유입될 때 흡수된 자외선이 망막까지 도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는 자체적인 손상방어기전의 하나로 생각할 수 있다. 자외선으로 눈 손상되는 경우 흔치 않지만 라식 수술 뒤에는 몇달 동안 조심해야 자외선으로 생기는 여러 가지 손상의 기전을 완전히 규명하기는 어려우나, 여러 가지 실험에서 광열반응에 의한 직접손상이나 광화학반응에 의해 형성되는 활성산소에 의한 간접손상의 증거들이 제시돼 있어, 이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외선으로 야기될 수 있는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외선의 가장 대표적인 공급원인 태양 광선에 노출되는 일을 삼가야 한다. 따라서 특히 자외선 지수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날에는 장시간 태양 광선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노출이 불가피하다면 챙이 넓은 모자를 쓰거나 선글라스 또는 자외선 차단제가 코팅돼 있는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착용해야 한다. 선글라스의 경우 안경의 색조가 진한 것과 자외선 차단 효과가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색조가 강할수록 투과되는 광선의 양이 적어지기는 하나 이에 따른 동공의 확장이 오히려 자외선의 유입량을 늘일 수도 있다. 따라서 자외선 차단제가 코팅돼 있는 가벼운 색조의 선글라스를 권장한다. 물론 안경알의 크기가 클수록, 위치가 눈에 가까울수록, 그리고 가능하다면 측면까지 차단하는 형태의 렌즈가 자외선 차단효과가 더욱 높다. 하지만 자외선으로 눈이 손상되는 것은 실제 매우 드문 현상이다. 만성손상도 가장 심각한 황반질환의 경우 그 관련성이 약하며, 백내장이나 익상편은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다. 그러므로 직업적으로나 여가 활동을 위해 야외로 나가는 경우 예방적 차원의 적당한 보호를 해주면 충분하다. 물론 라식수술로 대표되는 각막수술을 받은 뒤에는 몇 달간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