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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관계 1992년 수교 뒤 현재 최악”

삼성경제연, 안보지수 발표…“미국 관심이 중동→극동 옮겨지면서 위기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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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86호 김진성⁄ 2010.09.06 17:46:21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지 다섯 달이 넘었지만, 그 여파는 아직 한반도 전역에서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9일 유엔안보리가 “북한에 천안함 침몰의 책임이 있다”는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수용하고 북한을 규탄하는 의장성명을 채택한 이후 대북관계, 북미관계는 눈에 띄게 냉각기류를 형성하고 있으며 중국도 한국과 미국에 대해 경계심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한반도 정세보고서’는 이러한 한반도의 정세를 더욱 극명하게 드러낸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반도 안보지수는 현재 45.01이며, 예측지수는 45.73을 기록하고 있다. 50점을 기준으로 그 이상은 긍정적, 이하는 부정적임을 나타낸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한반도 안보는 우려할만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이 보고서는 6자 회담의 재개가 불투명하다며 당분간 한반도의 안보환경이 좋아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비관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하는 상황이다.

북한-중국이 부정적 변수로 작용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간하는 ‘한반도 정세보고서’에서 다루는 국가는 한국, 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개국이다. 이 6개국의 변수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가 평가한 결과 북한과 중국의 변수가 가장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북한변수는 기준점인 50보다 한참 아래인 35.12를 기록하면서 6개국 중 최하위를 차지했다. 35.12라는 수치는 부시 행정부 당시 감행한 2차 핵실험 때보다도 낮은 수치로, 전문가들은 북한 발 안보 위협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또한, 미국의 전문가 그룹도 북한변수를 30.76으로 산정해 가장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역시 44.86을 기록하면서 2008년 이래 가장 낮은 지수를 나타냈다. 이는 천안함 사건 이후 중국의 한반도 정세에 대한 시각을 반영한 것으로, 중국전문가를 포함한 각국의 전문가 그룹 모두가 중국변수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중국에 대한 평가에서도 미국전문가 그룹이 가장 낮은 점수를 줬다는 점이다.

미국전문가들의 평가가 이렇게 부정적인 견해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강경 입장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천안함 사건 이후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과의 핵협상에 진전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제재 중심의 대북정책을 진행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의견을 뒷받침하고 있다. 보고서 결과에서 또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은 현재지수와 예측지수의 차이가 0.72밖에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과거 북한의 2차 핵실험 전후처럼 한반도의 안보 정세가 1년 이상 불안정한 상태로 지속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중국, 한국-중국 갈등 언제까지 지속되나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 안보에서 빼놓을 수 없는 ‘큰 손’이다. 하지만, 양국의 관계가 계속해서 냉각되면서 한반도의 불안요인도 커지고 있다. 일단 미국은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관계를 단단하게 다지면서 외교안보 측면에서는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중관계 지수는 2분기의 47.66에 비해 급격히 하락한 33.93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5월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대화로 미국의 대(對)대만 무기판매, 티베트문제, 환율문제, 무역마찰 등에 대한 갈등이 봉합되는 듯했으나 최근 들어 다시 양국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과 중국의 긴장관계가 형성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천안함 사건과 이란 문제로 보인다. 지난 6월, 유엔 차원에서 이란의 핵 문제와 천안함 사건을 논의할 때 양국은 북한과 이란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놓고 격론을 벌인 바 있다. 또한, 미국은 최근 한미 외교-국방 장관 회담에서 2010년 하반기 중에 서해상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시행하겠다고 언급했으며, 중국은 이보다 앞선 8월 3일부터 서해 인근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하며 미국의 서해진입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한 상황을 역이용해 ‘21세기 대국외교’를 본격적으로 가동할 가능성도 충분히 타진할 수 있다. 이미 중국은 현 시점을 아시아 강대국을 넘어 세계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전략적 과도기’로 규정하고, 최소한 동북아 지역에서 주도적인 지위를 유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미국의 ‘중국 봉쇄’에도 대비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중국은 자국 해군의 대양진출 및 미국 견제를 위해서라도 해군력을 강화해야 하는 입장이고,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남중국해를 중국의 ‘핵심 국가이익’으로 새롭게 규정했다. 그러나 지난달 19일 자 조선일보에 따르면 미국은 “남중국해 안보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이 분야에 대해서도 갈등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은 중국에 대한 견제를 본격적으로 실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외교적으로 동아시아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올해 3분기에 들어서면서 군사적인 견제를 본격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은 그동안 중동문제나 9.11테러 이후 반테러 움직임에 집중하는 동안 중국의 세력이 동북아에서 동남아에 이르기까지 확산되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는 것에 대한 반성의 몸짓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관계자들 “한국이 좀더 유연해져야” 한국과 중국의 관계도 급격히 차가워지고 있다. 2분기에 48.79를 기록한 한중관계지수는 3분기에 들어서 29.64를 기록해, 20 가까이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전문가들은 양국 간의 관계가 1992년 수교 이후 최저수준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과거에도 2000년 ‘마늘분쟁’이나 2004년의 ‘동북공정’처럼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정치-안보영역에서의 갈등관계가 이처럼 오래 지속된 것은 처음이다.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냉랭해진 이유는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양국이 상대 국가의 역할에 대한 기대치가 달랐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한국은 천안함 사건에 대응하는 것을 한반도 안정 및 지역 평화와 관련된 전략적 협력 사안으로 보고 중국의 책임 있는 역할을 기대했으나, 중국은 자국의 남북 간 균형자적 역할 수행이 오히려 지역안정에 이바지했다고 인식하면서 양국의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것이다. 이에 중국전문가 그룹은 중국에 대한 한국의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중국전문가들의 대부분은 “한국정부가 비핵화의 원칙을 지키면서 대북정책을 좀 더 유연하게 가져가야 한다”며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고려한다면, 남북관계가 장기적인 교착상태에 빠지는 것은 방지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반면 미국전문가들의 상당수는 한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비핵화를 전제로 한 남북교류의 원칙을 일관성 있게 지켜야 한다”고 주장해 중국전문가들과 상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남북관계 경색, 4분기도 계속될 가능성 커 남북관계 지수는 올해 1분기만 해도 45.49를 기록하며 큰 문제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 이후 조사된 2분기의 남북관계 지수는 24.61을, 3분기 남북관계 지수는 21.07을 각각 나타내며 끝없는 내리막길을 걷는 형국이다. 이는 지난 7월 있었던 천안함 관련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이 채택된 이후 남북관계의 경색을 벗어나기 위한 출구전략 모색이 계속해서 늦어지고 있는 데서 빚어진 모습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21일 한미 외교-국방장관 연석회의를 통해 대북제재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으며, 미국은 독자적으로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 방안을 마련하는 중이다. 이에 북한은 “핵 억제력에 기초한 우리 식의 보복성전” “물리적 타격” 등의 문구를 사용한 성명전을 펼침과 동시에 물리적 대응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러한 남북관계의 긴장상태가 4분기에 지속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특히 한미 양국이 북한에 대해 지속적인 압박을 이어갈 경우, 북한이 새 판 짜기를 위한 돌출행동을 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과 미국이 올해 말까지 한반도 인근에서 합동군사훈련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어, 북한이 이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3차 핵실험 등 초강수를 둘 가능성도 크게 점쳐지고 있다. 이는 궁지에 몰릴 때마다 협상 판을 새로 짜기 위해 ‘벼랑 끝 전술’을 사용해왔던 북한의 전형적인 모습이기 때문에 같은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북핵문제에 관해서는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는 점을 들어 의외의 반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아울러 실현 가능성을 말하기는 이르지만, 북한이 천안함 문제에 대해 간접적으로나마 사과의사를 표명하고 조건 없는 6자 회담 복귀를 실천하면 한반도 정세는 급격히 안정화될 수 있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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