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7호 김금영⁄ 2010.09.13 11:23:21
천진난만해 보이면서도 무표정으로 숲 속에서, 건물 안에서 사냥을 하고 북을 치는 소년들의 모습은 서늘한 느낌이 든다. 목이 없는 채로 비눗방울을 불고, 악기를 들고 있는 모습은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오싹하기도 하다. 강렬한 붓 터치와 깊은 울림이 담긴 그림에 가는 시선을 멈출 수 없다. 핀란드 작가 야르모 마에킬라에(Jarmo Maekilae)와 독일에서 활동 중인 레바논 작가 모하메드 사이드 발바키(Mohamad-Said Baalbaki)는 자신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어린 시절을 캔버스에 담는다. 야르모 마에킬라에가 그리는 숲은 동화 속에 등장하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내뿜는 동시에 고독함과 적막감이 감돈다. 여성이 등장하지 않는 그의 그림 속에서 소년들은 사냥을 하는 등 사춘기 시절의 과격한 행동들을 보이며, 사회에 만연한 남성 중심의 제도와 관습이 ‘여성 배제’에 의해 형성됨을 암시한다. 다소 무거울 수도 있는 주제를 그는 풍부한 색채와 강렬하면서도 아름다운 페인팅으로 이끈다.
모하메드 사이드 발바키는 자신이 어렸을 때 겪었던 정부군과 반군의 내전과, 팔레스타인 및 이슬람교 게릴라들과 이스라엘의 무장투쟁을 작품으로 승화시킨다. 전쟁의 폐해로 유대인 빈민가에서 난민으로 떠돈 경험을 가진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뒤죽박죽 불안정한 형태를 지닌 채 쌓여있는 물건들의 ‘더미(mass)’로 표현한다. 적갈색, 황토색, 연보라색 등 중간 톤의 색상을 띤 불완전한 형태 덩어리들은 해결되지 않은 과거와 불안정한 현재, 그리고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상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