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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균 건강 칼럼]어른에게 나타나는 선천성 심장병의 치료

어려서 수술하는 것보다 위험하므로 전문클리닉 치료 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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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87호 편집팀⁄ 2010.09.13 11:50:48

김남균 연세의대 심장혈관병원 소아심장과 교수 어느 화창한 오후였다. 외래 진료실 창 틈 사이로 따사로운 햇살이 밀려들어와 불현듯 진료실이 이렇게 포근한 곳이었나 싶었던 그런 날이었다. 평소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진료실을 찾은 나에게 뜻밖의 환자가 찾아왔다. 이성환 씨(가명). 32세 남자 환자로 어렸을 때 활롯 4징으로 수술을 받고 이후에 병원을 찾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시던 분이었다. 몇 달 전부터 이일상 생활을 하는데도 숨이 차고 몸이 부어 오르는 증상이 있더니 최근에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식은 땀이 나는 일이 빈번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본인의 심장질환의 이름을 활롯 4징이라고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던 이성환 씨는 어렸을 때 수술을 받은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로 인해 군대에도 가지 않았다. 그러나 그동안 가정을 이루고 어엿한 직장에서 자기 몫을 해 내는 사회인으로서 별 불편함 없이 지내고 있었다. 워낙 건강하게 잘 지냈기에 정기적으로 검진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지냈다고 한다. 환자의 부모님들은 어렸을 때 병원에서 설명을 들은 것 같기도 한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선천성 심장병의 수술적 치료가 활성화 되고 치료 성적이 향상되면서 선천성 심장병 환자들의 장기 생존율은 85% 이상으로 급증하였다. 물론 단순 심기형에서 복잡 심기형에 이르기까지 모든 선천성 심장병의 생존율이기에 질환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이겠지만, 이전에 5~15% 정도 밖에 되지 않던 선천성심장병의 자연생존율에 비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성인이 된 선천성 심장병환자, 즉 성인 선천성 심장병 환자들의 수가 증가하게 되었다. 선천성 심장병이라 하면 뱃속에서부터 타고 나는 질환으로 어린 아가들에게서만 문제가 되는 질환으로 생각해 오던 것이, 성인에서도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혹은 새로 진단되기도 하는 질환으로 그 인식이 바뀌었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에 따라 성인 선천성 심장병 환자들에게 적절한 추적관찰을 하고 건강을 유지시켜주기 위한 맞춤 치료가 필요하게 되었다. 위에서 언급한 환자처럼 잘 치료 되어서 꾸준히 관리만 하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환자들이, 적절한 관리를 받지 못할 경우 별 증상 없이 잘 지내다가도 심장이식 이외에는 특별한 방법이 없는 지경에 이르는 등 커다란 문제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에 선천성 심장병을 다루는 의료인들을 중심으로 어린 시절에 치료를 받고 성인으로 성장한 선천성 심장병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인 선천성 심장병 클리닉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현재 국내 유수의 기관들이 이를 통해 성인이 된 선천성 심장병 환자들의 건강 관리를 하고 있다.

선천성 심장병에 대한 치료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1957년에 서울역 앞 세브란스병원에서 시작되었다. 당시에는 많은 열악한 사정으로 복잡한 심장수술의 위험이 높아 간단한 수술만 주로 시행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선천성심장병에 대해 성공적으로 수술적 치료를 시행하기 시작한 시기는 1970년대 후반으로 많은 어려운 심장병들이 성공적으로 치료되었다. 다행히 198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심장병어린이 돕기 운동 및 한국심장재단의 설립 등으로 많은 어린이들이 수술을 받게 되었으며, 지금은 성인이 된 환자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성인 선천성 심장병 환자의 빈도나 치료에 대한 통계는 없으나, 대부분 전문가들은 대략 15~20 만명 이상의 성인 선천성 심장병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성인 선천성 심장병 환자들은 크게 두 분류로 나뉠 수 있다. 하나는 치료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별 이상이 없이 지내다 우연히 진단된 경우로 일명 ‘자연 생존자’라고 한다. 심방중격결손이나 동맥관개존 등의 질환이 이러한 경우의 대표적인 질환이라 할 수 있겠다. 또 다른 성인 선천성 심장병환자들은 바로 어린 시절 수술적 교정을 받은 환자들이다. 이러한 환자들은 고유의 의학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감염성 심내막염, 부정맥, 심근기능 부전, 폐혈관 질환 등이 대표적인 문제들이다. 이성환씨는 활롯 4징으로(그림 1), 수술한 폐동맥판막부위의 판막에 역류현상이 발생하여 우심실부전이 발생하여 심장이 붓는 증상 및 호흡곤란이 발생했다. 흉부 방사선사진에 심장이 매우 크게 나타났다(그림 2). 성인 선천성 심장병의 중요성 성인 선천성 심장질환으로 진단받았거나 특별한 이상이 없어 관찰만 하고 지켜보는 경우에도, 감염성 심내막염은 반드시 예방해야 하는 중요한 합병증이다. 감염성 심내막염은 발병하면 치료하고 회복하는 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반복적으로 발병하여 심장판막부전 및 전신적 증상을 일으키므로 그 예방과 관리가 중요하다. 본인의 감염성 심내막염에 대한 위험도를 인지하고 치과 치료 등의 예방이 필요한 상황을 알아서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이것은 성인 선천성 심장병 클리닉에서 철저한 교육을 통해 이루어 져야 한다. 심장박동이 불규칙하거나 너무 빨리 뛰거나 너무 느리게 뛰는 것을 부정맥이라 한다. 부정맥 또한 성인 선천성 심장병 클리닉에서 다루어지는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그 이유는 선천성 심장병을 가지고 있는 성인은 오랜 기간 동안 비정상적인 해부학적 구조를 가지고 있거나, 이전의 수술로 심장의 흉터인 섬유화 및 변성이 일어나는 경우가 발생하고, 오랫동안 지속되는 혈역학적인 변화로 부정맥이 잘 일어날 수 있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성인 선천성 심장병 환자들에서는 재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재수술은 어린 시절 처음 시행 받는 수술에 비해 합병증과 사망률이 높을 수 있어, 지속적인 추적관찰을 통해 적절한 수술의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 또한 환자의 상태 및 해부학적 구조를 잘 알고 있는 전문 외과 의사에게 수술을 받아야 한다.

성인 선천성 심장병 클리닉 이러한 모든 성인 선천성 심장병 환자들은 질환별, 연령별, 개인별 관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일원적인 진료보다는 소아심장 전문의, 소아심장 전문 외과의, 부정맥 전문의 등이 팀을 이루어 입체적인 진료를 볼 수 있는 체계적인 진료가 필요하다. 이에 국내에서도 성인 선천성 심장병 클리닉을 개설하여 이러한 입체적인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기관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또한 성인 선천성 심장병 환자들은 질환별로 서로 다른 특징을 보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정대혈관 전위 환자의 경우 부정맥이, 단심실 환자의 경우 심근 기능이, 활로 4징 환자들 같은 경우에는 우심실 기능 및 폐동맥 판막 부전 같은 각 질환별 특징에 맞게 주의해야 할 사항들이 각기 다르다. 근래 각 질환별로 환자들의 자발적인 자조모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국내에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환자들간의 모임이 활성화 되고 있으며 이러한 모임을 통해 서로 교류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환자들 본인에게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앞에서 소개한 이성환 씨는 심장초음파검사에서 심한 우심실 기능부전 소견을 보였고, 입원하여 심부전에 대한 치료를 받았다. 심부전에 대한 치료를 통해 기존의 부정맥도 호전을 보였고 운동능력도 많은 향상을 보였다. 심장상태가 회복 된 후 이성환씨는 폐동맥판막치환술을 받았으며 이제는 퇴원 후 다시 건강한 상태가 되어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그림 3). 그는 너무 늦지 않게 병원을 찾게 되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었음에 감사하며, 앞으로는 정기적으로 성인 선천성 심장병 클리닉을 통해 경과 관찰을 철저하게 받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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