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이 2013년 도입 예정인 새 대통령 전용기 선정에 보잉사가 최신 모델인 B747-8 기종으로 단독 입찰을 해 화제가 됐다. 보잉의 이 모델은 실내 정숙도가 높고 기존의 B747기보다 더 많은 인원을 태울 수 있으면서도 연료비는 적게 드는 ‘꿈의 모델’이다. 대통령 전용기가 2013년 도입될 계획인 가운데, 아시아 최초로 대한항공이 ‘하늘의 청와대’와 같은 모델을 내년 초부터 실제 운항에 배치할 예정이라 화제가 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9월 7일 “보잉이 공급하는 최신형 B747-8의 첫 인도분 중 화물기(B747-8F)는 7대, 여객기는 5대를 아시아 최초로 대한항공이 공급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신형 항공기를 가장 먼저 공급받는 항공사 중 하나인지라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이 사실을 널리 자랑할 만도 하지만, 대통령 전용기로 유력한 모델을 “우리가 먼저 들여온다”고 홍보하기를 꺼리는 입장이다. B747-8, ‘더 커지고, 더 안락한 친환경 항공기’ 보잉의 747 시리즈 가장 최신 기종인 B747-8은 대형 여객기 및 화물기 중에서도 가장 낮은 운항비용과 최고의 경제성을 자랑하면서, 친환경 요소를 강화했다. 더구나 개발 과정에서 대한항공이 B747-8의 날개 구조물 제작에 참여했기 때문에 대한항공 입장에선 뽐낼만한 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닌 셈이다. 올해 5월 진행된 대통령 전용기 입찰에서 보잉과 함께 입찰 자격을 부여받은 유럽항공우주방위산업(EADS)은 참여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새 대통령 전용기는 보잉사가 공급할 가능성이 높다.
B747-8은 전체 좌석 400~500석 규모의 여객기 조건을 만족시킬 뿐 아니라, 전 세계 항공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보잉 747의 대를 이어 시장을 선도할 모델로 꼽힌다. 보잉은 2005년 11월 룩셈부르크의 카고룩스에 10대, 일본화물항공에 8대 등 총 18대의 B747-8기 주문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장에 그 존재를 알렸다. 보잉은 747 시리즈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B747-8 개발 과정에서 항공사들의 다양한 요구 사항들을 최종 설계에 반영해 혁신적인 신기술을 다양하게 접목했다. 그 결과, B747-8 여객기와 화물기는 연료 효율성과 소음 감소 측면에서 세계 항공기 생산업계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B747-8은 연비가 기존 모델인 747-400보다 16% 이상, 그리고 경쟁사인 에어버스 A380보다는 11% 더 좋다. 동일한 사람 숫자와 화물을 운반할 때 B747-8은 기존 747-400보다 운영비는 13%, 운항비는 2% 더 적게 든다. A380 모델과 비교해도 좌석 당 무게는 10% 가볍고, 승객 1인 당 연료 소비량은 11%나 적다. A380보다 21% 낮은 운항비로 같은 노선에 같은 승객을 태울 수 있다는 결론이다. 이렇게 향상된 성능 덕에 최대 운항거리가 1만 4815km (8000해리)로 늘어 항공사 입장에서는 기종 전환에 대한 비용 부담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더 많은 지역을 취항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이착륙 때의 소음기준도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개선됐다는 게 보잉 측의 설명이다. 많은 부분이 개선됐지만 기존 항공기와의 연계성도 충분히 확보돼, 현재 747시리즈가 취항하고 있는 전 세계의 대부분 공항에 B747-8 역시 문제없이 안전하게 취항할 수 있다. B747-8 기종은 더 많은 사람과 화물을 실을 수 있다. 예컨대 일반적인 3개 등급(일등석, 비즈니스석, 이코노미석) 좌석 시스템의 여객기일 경우, B747-8에는 51석을 추가해 모두 467명의 탑승객을 수용할 수 있으며 화물 적재량도 26% 더 제공된다. B747-8이 대통령 전용기로 최종 선택되면, 1층은 수행원 탑승 공간으로, 2층은 대통령 전용실 및 회의용 라운지 등으로 개조돼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대당 가격은 3억 달러(약 3526억 원)지만 대통령 전용기에 필요한 특수 미사일 회피장치 등을 추가하면 가격은 더욱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방위사업청은 이미 착수금으로 142억 원을 배정해 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항공 “우리 기술 들어간 B747-8로 위상 높인다” B747-8에는 대한항공의 기술력이 녹아들어 있다. 최신형 항공기 제작에 우리 기술이 적용됐다는 사실은 2012년부터 이 여객기를 탈 내국인 승객들의 가슴을 뿌듯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B747-8 차세대 항공기 핵심 구조물을 만들어 제작사인 보잉 측에 처음으로 인도했다. 대한항공은 B747-8 항공기의 ‘주익연장날개’, 날개 밑 유선형 구조물인 ‘플랩 트랙 페어링’, 날개 끝 구조물인 ‘레이키드 윙 팁’을 개발하고 첫 제품을 지난해 7월 2일 미국 보잉사에 납품한 것을 시작으로 총 250대 분량의 날개구조물을 공급했다. 이 제품은 첨단 탄소강화 복합 소재, 최신 금속 재료, 복잡한 곡면 형상 때문에 제작에 고도의 정밀성과 기술력이 요구된다. 대한항공은 지난 1986년부터 지난해까지 B747-400 항공기 날개구조물인 주익연장날개, 플랩 트랙 페어링, 윙렛 제작 사업으로 B747-400 항공기 685대분의 구조물을 납품하면서 기술력을 축적했다. 대한항공이 제작-공급한 B747-8 항공기 주익연장날개는 폭 280㎝, 길이 520㎝, 높이 40㎝에 1톤 가까운 무게이며, 553개 부품으로 이뤄져 있다. 플랩 트랙 페어링은 폭 180㎝, 넓이 540㎝, 높이 100㎝, 무게 330㎏으로 412개의 부품으로 구성된다. 무게 148㎏의 레이키드 윙 팁은 폭 210㎝, 넓이 640㎝, 높이 28㎝로 148개 부품이 만들어낸다. 대한항공은 지난 2003년부터 차세대 항공기로 주목을 받고 있는 B787 항공기의 날개 및 동체 구조물 제작 사업에 참여하면서 복합소재 항공기 부분품 제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한편, 대한항공은 B747-8의 도입으로 자사의 브랜드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 측은 B747-8이 언제부터 운항될지, 어느 노선에 먼저 배치될지에 대해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