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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광의 아프리카미술과 친해지기

아프리카에서 ‘춤’은 정체성 표출하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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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90호 편집팀⁄ 2010.10.04 13:31:02

정해광 (아프리카미술관장·갤러리통큰 대표) 몸짓으로 자기를 표출하고 자아를 인식하다 동굴 안에는 많은 괴짜들이 있었다. 어둠 속에 있으면서도 빛에 대한 그리움을 색으로 표현하기 위하여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있었고, 동굴 안에서의 소리울림을 진동이 아닌 마음의 영역으로 받아들여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자궁 안에서 발길질하는 아이처럼 ‘움직임’을 본능 아니 운명으로 받아들여 연방 몸을 흔들어대며 춤을 추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이 왜 그림을 그렸고, 노래를 불렀는지 그리고 춤을 왜 추었는지에 대해서 그 기원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춤만 하더라도 그렇다. 어떤 사람들은 그 기원을 본능과 연결시키지만, 인간은 결코 본능 때문에 춤을 춘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종교적 의식 내지는 공동체의 유대성을 위해서 춤을 춘 것은 더더욱 아니다. 자기 몸을 도구 삼아 춤을 춘 태초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춤의 원형이 잘 간직된 아프리카의 춤을 살펴보면 인간이 왜 춤을 추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일정한 룰과 형식에 얽매이면서도 그것에 구애되지 않고 자기를 강력하게 표출하여 엑스터시(ecstasy)를 경험하는 행위, 그것이 바로 인간이 춤을 춘 진짜 이유이다. 춤의 기원을 본능이라는 자연성, 공동체라는 사회성, 의식(儀式)이라는 종교성, 예술적 감각이라는 심미성과 연결시키는 것은 그다음의 일이다. 결과적으로 인간이 몸으로 자기를 표출하는 행위는 내가 남과 같지 않다는, 즉 다른 존재와 구별되는 자기 정체성 내지는 자아를 인식한다는 말과 같은 것이다.

춤의 궁극성은 여럿이 함께 하나가 되는 자타합일(自他合一)이다 왈랑갸(walangaa) 족의 춤은 달이 뜬 저녁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장터에서 젊은 남녀가 서로 구애를 하며 추는 춤이다. 춤을 추는 기쁨뿐만 아니라 이성과의 밀회를 나눌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달밤의 장터는 여느 나라의 나이트클럽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아프리카 나이트클럽에서 특기할 만한 사실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춤을 추는 사람과 관객이 따로 구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춤에 지쳐서 무대 밖으로 나갔다 할지라도 중앙 무대를 향해서 몸을 들썩거리거나 옆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고개를 흔들어댄다는 점에서 그들은 관객이 아니라 여전히 춤의 주체로 남아 있는 것이다. 무대 안이나 무대 밖에서 지속적으로 춤을 추는 행위는 자신을 대상세계와 분리시키지 않으려는 자타합일(自他合一)의 과정과도 같다. 물론 자기정체성을 인식하는 과정과도 관련된다. 여기에서 우리는 춤의 의미를 인간의 가치와 연관시켜 볼 수도 있다. 우리는 슬퍼서 혹은 기뻐서 춤을 출 수도 있고 또 종교적 황홀경에 빠지기 위해서 춤을 출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궁극적인 이유나 목적이 될 수 없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혼자서 춤을 추기도 하지만 대개는 여럿이 함께 어울려 춘다. 왜 그런가? 춤의 존재의미가 그러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에서 춤은 타자와 분리되지 않으려는 행위, 즉 개개인의 정체성을 공동체의 동질성으로 인식하기 위한 고도의 드라마와도 같은 것이다.

자유로운 영혼을 만나기 위해서 춤을 춘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춤을 추는 이유는 슬퍼서 혹은 기뻐서만은 아니다. 기쁨과 슬픔을 발산하고, 그것에서조차 자유롭기 위해서 춤을 추는 것이다. 춤에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자기에 대한 인식을 토대로 타자와 함께 하나 됨을 위하여 강렬히 몸짓하는 것, 그것의 궁극성은 인간이라는 이름 속에 담겨진 존재의미를 몸으로 느껴보기 위해서이다. 자유로운 영혼을 만나보기 위함이다.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이 소리에 빠지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색에 빠지고 그리고 춤을 추는 사람이 몸에 빠지는 것, 이는 인간의 가치를 음미하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다. 자유로운 영혼을 만나기 위한 하나의 통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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