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나무에 매달려 노는 어린 아이들의 표정엔 함박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그 해맑은 눈 속엔 아무런 근심도 걱정도 없다. 어린 아이들 곁에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 여성과 달항아리는 포근하게 아이들을 감싸준다. 이렇게 보기만 해도 따뜻한 봄의 기운이 물씬 느껴지는 그림, 마음이 포근해지는 그림을 그리는 이계련을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만났다. 이계련을 보자마자 떠오른 단어는 ‘행복’이었다. 부드러운 미소를 지닌 이계련은 작품에 대해 이야기할 때 행복한 기운이 물씬 풍겨 나왔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는 그녀는 ‘그림을 그리고 살면 평생 외롭지 않고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에 그림을 그리게 됐다고 한다. 유년시절 느꼈던 행복을 진달래로 표현 그림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여성과 달항아리이다. 이계련은 세상에 존재하는 강한 힘은 ‘부드러움’에 있다고 생각하고 이를 여성의 모습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또한 이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운 여성은 진달래나무와 함께 등장하는데, 이는 아이를 지켜주는 꽃의 정령이자 자연의 수호신을 나타낸다. 달항아리는 ‘왜 달항아리에 매혹되는 사람이 많을까’하는 궁금증으로부터 시작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항상 아이들의 곡선에 대해 생각하고 탐구하던 그녀는 목욕을 시킬 때 아이의 예쁜 엉덩이 곡선을 보면서 달항아리의 선을 떠올리게 됐다고 한다. “우리 선조들이 손자들을 키우면서 예쁜 엉덩이를 보고 달항아리 선을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유추를 하게 됐어요. 그래서 달항아리에 아이들을 조화시키기 시작했죠. 달항아리 특유의 편안한 느낌 때문에 마치 ‘엄마의 자궁’이 연상된다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분홍빛 진달래꽃도 눈에 띈다. 진달래는 시골에서 자란 그녀가 항상 보고 자라면서 원초적인 행복을 얻었던 소재로, 문명을 접하기 전 행복했던 유년시절을 상징한다. 2008년 열린 이계련의 첫 개인전 주제였기도 한 진달래에서 그녀는 자신이 유년시절에 느꼈던 행복의 절정을 표현하는 동시에 자연에 대한 향수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천진난만하게 그림 속 세상을 누비는 아이들은 이계련이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만든 원동력이다. 그림을 그릴 때 너무나 행복하다는 이 작가는 잠시 그림과 이별의 시간을 가졌던 때가 있다고 한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엄마노릇을 제대로 하기 위해 작업을 10년 정도 쉰 적이 있어요. 미련이 생길까봐 전시회도 일부로 가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 기간을 후회하지는 않아요.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제 자신이 더 성숙해질 수 있었거든요. 아이들은 저를 성숙하게 해줌과 동시에 다시 붓을 잡게 해줬죠.” 한지, 실크, 닥종이 사용해 동양적 느낌 살려 이계련은 그림을 그릴 때 한지와 실크, 닥종이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그림에서는 동양적인 체취도 느껴진다. 첫 번째 전시에서는 실크에 진달래를 표현해 달콤한 이상의 분위기를 자아냈다. 두 번째 전시에서는 닥종이를 사용했다. 닥종이가 지닌 특유의 독특한 질감 덕분에 어린 시절에 뛰놀고 바라봤던 흙과 햇빛에 대한 이미지를 충분히 표현할 수 있었다고 이계련은 말한다. 한지 또한 어릴 때 한옥에 살면서 창호지가 발라진 문을 보고 자란 그녀가 도시에 살면서 가장 그리워하게 된 소재로 작업에 사용하게 됐다. 동양적인 느낌이 묻어나는 작품들은 8월 도쿄 신주쿠의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전시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한지와 실크, 닥종이 소재의 특성상 종이가 울기 쉽고 수정이 불가능해 그림을 그릴 때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여러 겹의 한지를 겹치는 배접의 과정을 거쳐 항아리선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과정이다. 이계련은 도자기를 빗듯이 부드럽게 한지를 다루면서 자신이 원하는 항아리선이 나오는 즉시 손을 멈춘다고 한다. 원하는 선을 금방 찾으면 빠르면 1~2시간 내에 작품이 완성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며칠이고 걸릴 때도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자신은 행운아라고 이계련은 말한다. 그녀에게 있어 그림은 행복을 가져다주는 대상이자 앞으로 함께 나아갈 동반자이다. 이계련은 아직 그리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이계련 만의 여인의 선이다. 아이들의 경우 나름대로 선 표현을 찾아냈지만 여인의 선은 아직 찾아내야 할 숙제라고 그는 말한다. “매번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그림 주제를 생각할 때는 힘들지만 아직 그리고 싶은 것이 많아요. 마치 그림을 그리는 것이 숙명같이 느껴질 때도 있죠. 앞으로는 자연을 바라보며 느꼈던 행복감을 그리면서 여인의 선을 찾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