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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구폐쇄술로 선천성심장병 치료한 28세 신부

심벽에 선천성 구멍 있는 심방중격결손, 가슴 안 열고 치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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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90호 편집팀⁄ 2010.10.04 14:19:39

최재영·김남균 세브란스심장혈관병원 소아심장과 교수 오전 진료를 보기 위해 진료실로 향하는 길이었다. 이른 아침 진료실 앞에는 심각한 표정을 한 남녀가 진료를 보러 와 있었다. 이젠 환자들이 처음 진료실로 들어서는 모습만 봐도 어느 정도 심각한 상황인지 대충은 알 수 있는 경지에 들어선 것 같다. 이들은 사연은 이랬다. 임선화 씨(가명)는 결혼을 2달 앞두고 있는 28세의 예비 신부였다. 5월의 신부가 될 꿈이 큰 걱정으로 바뀐 것은 결혼을 앞두고 시행한 건강검진 결과를 들은 뒤부터였다. 흉부 방사선 검사에서 심비대 소견이 보이고 심전도 검사에서도 이상소견이 나왔으니 정밀 검사를 받아 보라는 것이었다. 이 소식에 본인과 신랑, 양가 부모님까지 모두 놀라서 당장 진료를 예약하고 아침 일찍부터 진료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건강한 성인으로서 백년가약을 맺으려던 기쁨도 잠시, 이젠 심장에 이상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에 어제 하루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진료를 보니 흉부 방사선 촬영 소견상 심비대 소견이 보이고 청진기에서 심잡음이 들려 선천성 심장병이 있음이 거의 확실해 보였다. 우선 무슨 질환인지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나는 임선화 씨를 안심시키고 심초음파 검사를 시행하도록 했다. 진단은 이차공 심방중격결손이었다. 그 크기가 꽤 큰 편으로 이미 삼첨판 역류 및 우심확장 소견이 보였고, 중등도의 폐동맥 고혈압이 동반돼 있었다. 이 상태에서 치료를 미룰 경우 향후 임신 및 출산에 무리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성인 선천성심장병이란? 성인 선천성 심장병은 크게 두 가지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영유아 때 진단받은 소아 선천성 심장병 환자가 시술이나 수술로 구조적·혈역학적 이상을 교정 받고 성인으로 자란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성인기에 처음으로 진단되는 선천성심장병이다. 각각의 경우에 따라 주로 나타나는 증상도 다르고 그에 따른 치료법도 다양하다.

이번에는 성인이 된 이후에 처음으로 진단되는 주된 성인 선천성 심장병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성인이 된 뒤에 진단되는 흔한 선천성 심장병으로는 심실중격결손, 심방중격결손, 동맥관개존, 폐동맥 판막 협착, 대동맥 축착 등이 있다. 경과에 따라서는 수술적 교정이 필요할 수도 있고 수술이 아닌 심도자술을 이용한 시술로 치료가 가능할 수도 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진단된 시기가 너무 늦어 수술적 교정을 할 수 없을 때도 종종 있다. 이러한 선천성 심장병들은 그 증상이나 합병증이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특별한 증상 없이 지내다가 우연한 기회에 진단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인이 된 이후까지 특별한 문제없이 잘 지내던 환자들이 “심장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설명을 들으면 상당히 당황하고 혼란스러워 하기 마련이다. 다음은 성인 선천성심장병으로 자주 진단되는 증상들이다. 심실중격결손증 심실중격결손은 좌심실과 우심실 사이의 심실중격 부위에 결손이 있는 경우로, 전체 선천성 심장병의 25%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질환이다. 심실중격결손이 있으면 좌심실의 혈류가 우심실을 통해 폐혈류로 넘어가기 때문에 성인의 경우는 이미 폐동맥고혈압이 오래 돼 비가역적 변형이 일어난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경우를 아이젠멩거증후군 상태라고 하고, 이런 경우에는 환자가 운동을 할 때 호흡곤란 등의 증세를 보이고 심한 청색증도 나타난다. 아이젠멩거증후군이 아닌 경우 성인에서 심실중격결손이 진단되면 수술적 교정을 통해 정상적인 혈역학적 상태를 보이는 정상 상태로 교정할 수 있다. 심실중격결손은 폐혈류량이 체혈류량의 1.5배 이상으로 증가한 경우 수술을 시행해 줘야 한다고 정해져 있다. 물론 이보다 결손으로 새는 피의 양(단락 혈류량)이 적으면 다른 합병증이 없는 경우, 경과 관찰을 할 수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수술을 하지 않고 기구를 이용해 막아 주는 치료법도 있다. 물론 심실중격결손의 심도자술을 통한 기구적 폐쇄술은 아직 합병증이나 위험성이 완전히 입증돼 있지 않아 모든 경우에 표준 치료로 시행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슴 열지 않고, 5cm 정도만 상처 남기는 경피적 폐쇄술에 보험 적용됨에 따라 수술 없이, 저렴하게 심방중격결손 치료 가능해져 심방중격결손증 심방중격결손은 전체 선천성 심장병의 8~10 % 정도를 차지하는 질환으로, 좌심방과 우심방 사이의 심방중격에 결손이 있는 기형이다. 심방중격결손은 일차공, 이차공 및 정맥동 심방중격결손으로 크게 분류되며, 이 중에서 한가운데 결손이 위치하는 이차공 심방중격결손이 가장 흔하다. 심방중격결손은 대부분 성인이 될 때까지 특별한 문제없이 지내기도 하고 60대 이상이 되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심방조동이나 세동 등의 부정맥이 생기고, 폐동맥 고혈압이 생기며 경우에 따라서는 울혈성 심부전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변화들은 매우 서서히 오랜 시간에 걸쳐 나타나기 때문에 우연한 기회에 진단될 때가 많다. 이차공 심방중격결손의 경우 수술을 시행하지 않고 심도자술을 통한 시술로 치료가 가능한 대표적인 선천성 심장질환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을 중심으로 심방중격결손의 경피적 폐쇄술이 많이 시행되고 있다. 최근 들어 국민건강보험이 심방중격결손의 경피적 폐쇄술에 보험 적용을 해 줌에 따라 비용 면에서도 외과 수술보다 저렴하게 치료받을 수 있게 됐으며, 이에 따라 시술 횟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맥관개존증 동맥관이란 태아기에 태반을 통한 태아순환을 하는 데 필수적으로 필요한 구조물로, 대동맥과 폐동맥을 연결시켜 준다. 출생 후에는 저절로 막혀서 없어져야 하는데 출생 후에도 지속적으로 남아 있을 경우 이를 동맥관개존이라고 한다. 이 병 역시 증상 없이 성인이 된 후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오랜 시간 동맥관개존이 있으면 죄심실 및 좌심방 확장과 함께 동반되는 승모판 역류가 생길 수 있다. 이렇게 승모판 역류가 있는 환자에서 그 이외의 구조적 이상을 찾아서 역으로 동맥관개존이 발견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동맥관개존은 수술이 아닌 심도자술을 통해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대표적 질환이다. 시술을 통한 치료 효과 및 안전성이 충분히 확립돼 있어 발견되는 즉시 심도자술로 치료해 주도록 돼 있다. 앞에서 말한 임선화 씨는 진단에 대해 설명을 듣고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 가슴에 생길 심장수술 자국을 떠올리니 수술이 잘되는지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두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선천성 심장병을 치료한다고 하자 수술부터 떠올렸던 그녀는 수술을 하더라도 5cm 이하만 절개하는 미세절개술을 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로봇수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는 어느 정도 안심을 하는 눈치였다. 양가 어른들도 치료를 한 뒤로 결혼을 미루자고 하고, 본인도 건강한 상태에서 결혼을 하고 싶어 했다. 뿐만 아니라 임 씨가 진단받은 이차공 심방중격결손은 수술을 받지 않고 심도자술을 이용한 기구폐쇄술로 치료 받을 수 있음을 알게 되고서야 임 씨는 조금 미소를 되찾을 수 있었다. 그녀는 그 뒤 입원 날짜를 잡고 심도자술을 통한 시술을 성공적으로 받았다. 지금 필자 손에는 임 씨의 결혼식 청첩장이 있다.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결혼할 신부를 떠올리니 소아심장전문의로서 보람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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