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화가·미술평론) 1964년 베네주엘라 카라카스 출생의 마리아 엘레나 알바레즈(MARIA ELENA ALVAREZ)는 미국의 Hartford University를 졸업하고 New York University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그녀의 작품은 흔히 중남미 제국의 여타 작가들처럼 격정적이고 열정적인 원색, 브러싱과는 사뭇 차별화된다. 저채도의 황색조를 바탕으로 격자무늬(grid)의 형상을 반복시키는가 하면 작가 자신의 자전적이고 일상적인 오브제들, 이를테면 자화상, 미지의 여인들, 야자수 풍경, 모자, 정물 등의 드로잉을 무작위로 병치시킨다. 정밀하며 익숙함, 웅대한 스케일 등에 초점을 맞추지는 않는다. 그것은 그녀가 의도하는 그리드의 편집적인 조형성의 기조를 유지시키는데 있어서 종속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격자무늬의 구획을 강렬하게 가시화시키지는 않으면서도 검정색의 사각 형태들을 과감하게 전개시킴으로써 자신의 편집적인 조형성에 관한 근원을 암시시켜 간다. 때로는 화면의 일부를 바느질하거나 콜라주의 형식을 차용하여 안온한 서정성과 안티 페미니즘(Anti-Feminism)의 이미지를 내포하는 듯하다. 형이하학적인 것들, 안락감과 숭고함의 대조적인 시각언어의 편집은 저채도의 황색과 검정의 색채학적인 논리성에 부합되어 진다. 이러한 한결같은 마리아 엘레나 알바레즈의 조형성과 색상구조는 작가 자신의 편집적인 조형성이 단위화되거나 그에 따르는 미학관과 그 고착성으로 인한 진부함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역사적인 격동기의 사유나 지정학적인 풍광 등을 빌미로 때로는 유치할 정도의 색채 배합(Color Scheme)을 보여왔던 타군의 작가들과는 대조적으로 그녀만의 조형성을 유지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서구의, 더구나 스페인의 식민지로써 암울한 한때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중남미 제국의 일원으로써 역사성의 인식, 회한에 따른 성찰과 각오가 양극단의 한 축인 절제와 극기로 분출되는 감성은 당연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동양적이며 규방문화의 정서도 조금은 엿보이는 그녀의 작품에서 애잔하면서도 지적인 화면 구성, 미래에 대한 확실한 기대감, 집적되어 가는 세월의 무게가 느껴진다. 명도 높은 황색과 검정색의 대조적인 색채는 함축적인 아름다움의 근원을 보여준다. 그녀의 조형성이 이대로 계속될는지, 또 다른 삶의 과정으로 인하여 변모를 가져올지 궁금하다. 10월 5일까지 중남미작가 전문화랑인 갤러리 베아르떼에서 마리아 엘레나 알바레즈의 작품이 가을의 서정성과 함께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