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섭 (성곡미술관 큐레이터) 긴 속눈썹을 자랑하는 외눈박이, 길쭉하게 늘어진 팔, 회전을 멈추지 않는 나선형의 형상들, 동그랗게 튀어나온 돌기, 화면 가득 불을 내뿜고 있는 커다란 입, 일련의 방향성을 갖고 촘촘히 그려진 털 등 서로 다른 얼굴과 움직임을 보이는 갖가지 몬스터들은 조금의 여백도 허락하지 않으려는 듯 사각의 캔버스를 가득 채우고 있다. 원근법과 명암법은 철저히 배제된 채 소위 컬러풀한 몬스터들은 시작도 끝도 없이 서로 엉키고 뒤섞여 마치 연주가 가능할법한 하나의 악보, 즉 ‘리듬’을 만들어 낸다. 몬스터들의 세계는 마치 소우주를 보여주듯 인간의 ‘삶’과 닮아있다. 작가는 살면서 마주치는 모든 관계에 주목하고 물리적인 관심에서 기인하여 서로 간에 영향을 주는 비가시적인 에너지에 주목한다. 상호간의 ‘관계’란 절대불변의 고정적이고 단일화된 것이 아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의 원리에서 알 수 있듯 모든 생명체는 서로 간에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진화한다. 최근 선보이는 오브제 작품도 이와 다르지 않다. 조직은 그대로이되 외형을 자유롭게 바꾸면서 좀 더 구체적인 형상을 획득한 몬스터들은 다양한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작가가 주장하는 H=mw²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 공식인 E=mc²를 시각적 형태로 표현하기 위해 응용한 새 공식이다. 에너지들 역시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상대방이 뿜어내는 에너지는 분명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로인해 모종의 변화를 가져온다. 캔버스 속 몬스터들은 서로가 뿜어내는 에너지들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마치 어떤 물체로도 자유자재로 유연하게 변할 수 있는 트랜스포머와도 같이 모습을 변화시킨다.
그녀의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역동적인 에너지들의 흐름과 관계는 평형상태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생성을 거듭하고자 하는 노력에서 기인한다.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크고 작은 에너지의 파동을 가느다란 줄을 통해 전해지는 소리의 움직임, 소리 없이 이동하는 빛, 대기를 부유하는 공기 등 어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관점의 차이가 아닌 차이 자체에서 관점이 발생하듯 김동현은 마치 ‘날것’과도 같은 서로 상이한 접점들을 여과 없이 평면위에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또한 아무리 무거운 주제라도 웃음의 코드를 잃지 않고 유쾌하게 승화시킨다. 나아가 스스로 느끼는 모든 어렵고 힘든 감정들을 마치 장난감을 갖고 노는 아이처럼 ‘유희’로 풀어낸다. 한 예로 그녀의 작업에서 작가의 서명보다 더 완전하고 중요한 요소인 ‘홀마’(홀로 고독하게 세상을 떠돌아다니며 메시지를 전하는 악마)의 존재처럼 어떤 방해에도 흔들림 없이 유쾌한 에너지를 전파해 나가는 작가 김동현의 앞으로의 행보가 사뭇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