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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한상윤展: 해학과 풍자로 보여주는 욕망의 이중주

장은선 갤러리 1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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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91호 편집팀⁄ 2010.10.11 13:34:36

신항섭 (미술평론가) 한상윤의 작업에서는 현실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이 인상적이다. 현실을 직시하는 가운데 해학과 풍자, 은유, 희화, 그리고 비판이라는 팝아트의 어법을 수용하면서도 독자적인 캐릭터를 제시한다. 슈퍼맨을 연상케 하는 붉은 망토를 걸친 돼지는 그가 창안한 캐릭터이다. 지능이 낮고 그저 먹는 데만 혈안이 된다는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는 돼지는 탐욕과 동시에 부를 상징한다. 의인화된 돼지는 황금만능주의로 치닫는 현실상을 은유라는 방식으로 반영하는데,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는 망토와 루이비통 상표로 치장한 돼지는 돈이 많을수록 자유롭게 살 수 있는 현실적인 인간상을 풍자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분수를 모르는 돼지를 비꼬는 풍자와 해학이 담겨 있다. 하지만 그의 작업은 단순히 현실 비판이라는 날카로운 칼끝만을 내세우진 않는다. 오히려 긍정의 이미지가 강하다. 흐드러진 꽃을 배경으로 골프를 치거나 날아다니는 천진난만한 돼지의 모습은 유쾌한 감정을 유발한다. 황금을 좇는 돼지가 아니라 아름다운 삶을 즐기는 낙천주의자의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품으로 치장한 돼지는 사회적인 비판의 대상임과 동시에 선망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현대인의 이중성을 되돌아보게 한다. 짝퉁으로 대중화돼버린 루이비통이야말로 대량생산으로 만들어진 대량 소비사회의 단면을 명쾌히 부각시키는 상징적인 이미지이다. 따라서 그의 작업에서 루이비통은 어느새 팝아트의 전령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는 일반적으로 팝아트 회화가 맹목적으로 서구미학 및 그 방법을 그대로 좇는 것을 당연시하는 시각과 과감히 절연을 선언한다. 그는 한국적이고 동양적인 팝아트에 대한 고민을 담기 위해 유채나 아크릴이 아닌 분채를 사용한다. 재료의 차이에 따른 시각적인 이미지에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재료에서 느껴지는 시각적인 이미지 및 정서는 한국적인 팝아트를 지향하는 데 있어 외면할 수 없는 문제이다. 돼지 또한 마찬가지이다. 한국은 물론 한자문화권에서 부의 상징인 돼지는 누구에게나 친근한 존재임과 동시에 대중적인 정서를 대변하고 있는 존재이다. 여기에 현대적이면서도 누구나 쉽게 인지할 수 있는 보편화된 이미지, 즉 슈퍼맨의 망토와 루이비통 상표를 결합해 현실을 반영하는 풍자적인 캐릭터가 완성된다. 그의 캐릭터가 주는 이미지는 긍정의 효과를 지닌다. 세상의 시선이야 어찌됐든 내 방식대로 살겠다는 현대 젊은이들의 심리상태를 반영하듯 그저 경쾌하고 유쾌한 감정을 유발할 따름이다. 뿐만 아니라 꽃으로 가득 채워진 화면구성은 밝고 아름다운 인생에 대한 꿈과 욕망을 자극한다. 그 안에 숨겨진 비판적인 시각은 결코 심각하지도 않을뿐더러 공격적이지도 않다. 이러한 긍정의 시각이야말로 모든 대중이 지향하는 이상적인 세계관을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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