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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다리’ 안 쌓고 행복으로 건너가려는 건 탐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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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91호 편집팀⁄ 2010.10.11 14:36:33

손성동 미래에셋증권 퇴직연금 연구소 이사 1. 장수, 인간 탐욕의 덫 누구나 은퇴 이후의 안락한 여생을 꿈꾼다. 그것도 무병장수의 오랜 여생을. 이 꿈은 현역시절의 힘든 나날을 지탱하는 버팀목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이 의미하듯이 행복한 은퇴생활에도 공짜는 없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현재 생활을 핑계로 은퇴 준비를 게을리하면서도 행복한 은퇴생활을 바란다. 탐욕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의 탐욕에는 끝이 없는 것 같다. 이를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단연 진시황제일 것이다. 진시황제는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위대한 군주이다. 하지만 그 역시 탐욕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니 인간임에는 분명한 듯하다. 그는 자신에게 비판적인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유학 관련 서적을 불태우고 유학자 460여 명을 생매장하기까지 했다. 이른바 분서갱유(焚書坑儒)다. 이것도 모자라 신선이 되고자 많은 방사를 파견해 장생불사의 영약을 찾아오도록 했다. 이런 그도 50대 초반에 세상을 떴으니 참으로 허무할 뿐이다. 장수에 대한 인간의 탐욕은 서양에서도 마찬가지다. 성경의 시편에는 “우리 일생이 70이고, 혹시 힘이 남아 더 살아봤자 80인데”라는 구절이 있다. 왜 하느님은 천지 만물을 창조하면서 인간에게 70년이라는 생을 줬을까? 이와 관련해 독일의 유명한 동화작가인 그림 형제가 재미있는 해석을 제시하고 있다. 신은 인간과 모든 동물에게 30년의 삶을 정해 놨는데, 당나귀와 개, 원숭이는 30년이라는 오랜 삶이 너무 고통스럽게 여겨져 각각 자신의 삶에서 당나귀는 18년, 개는 12년, 원숭이는 10년을 빼달라고 요청해 허락을 받아냈다. 그런데 30년의 삶에 불만을 느낀 인간은 신에게 떼를 써 당나귀와 개, 원숭이가 반납한 수명을 다 가져와 70년의 생을 얻어냈다는 것이다. 그림 형제의 말을 한번 들어보자. 사람은 처음 30년만을 인간답게 살고, 30대부터 30년간은 나귀-개처럼 힘들게 살고, 마지막 10년은 원숭이처럼 멍하게 산다는데… “그리하여 인간은 70년의 인생을 갖게 되었다. 처음 30년은 애초부터 정해진 인간의 삶이요, 또 그 30년은 빨리 흘러간다. 그 후에는 당나귀의 18년이 오니 이 기간에 인간은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지고 가야 한다. 그 다음에는 개의 12년이 온다. 이 기간 내내 인간은 이 구석 저 구석 기어 다니며 으르렁거린다. 왜냐하면, 물려고 해도 이젠 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 시절이 지나면 이제 그에게 남은 시간이라고는 마지막 원숭이의 10년밖에 없다. 이제 그는 정신이 없고 약간 우스꽝스러워져 아이들이 보면 웃고 조롱하는 이상한 짓을 한다.” 시몬 드 보부아르는 ‘노년’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인간의 노년이 동물의 노년보다 더 길고, 더 고통스러운 것은 모두 인간의 책임이다. 인간은 자기 자신의 경솔한 탐욕 탓에 그런 선고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간은 역시 위대한 동물인가보다. 그림 형제와 보부아르의 이야기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50이 넘어서도 이빨은 멀쩡하며, 빠진 이빨도 완벽하게 수리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60세, 아니 70세 이후에도 젊은이 못지않은 체력을 뽐내는 노인들도 적지 않다. 산업화, 도시화, 과학의 발전 등으로 대변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 신의 영역까지 침범한다는 비판까지 대두될 정도다. 그렇다면 과연 오늘날 사람들은 은퇴 이후의 생활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가지고 있을까? 많은 사람이 느끼고 있는 것처럼 답은 부정적이다. 바로 경제적인 문제라는 장벽이 우리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의 바클레이즈 은행이 조사한 바로는 150만 달러(약 16억 8000만 원) 이상의 투자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부유층들조차 은퇴 이후의 재정적 대비를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할진대 보통 사람들이야 어떻겠는가? 노후에 대한 불안은 그림 형제의 비유처럼 인간의 숙명인가? 문명이 고도로 발전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탈출구는 없는 것일까? 2. 연금, 인간 탐욕의 덫에서 벗어나는 열쇠 오늘날 우리에겐 연금이라는 좋은 도구가 있다. 원시시대의 사람들이 공동체 생활을 통해 자연과 야수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해 왔듯이, 오늘날의 사람들은 연금이라는 세대 간 협조 체제를 통해 미래의 불확실한 재정적 문제에 대처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이러한 체제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바로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오래 살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이를 일컬어 사람들은 ‘장수 리스크’라고 한다. 인류의 오랜 염원이었던 장수가 리스크로 일컬어지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선진국에서는 연금 개혁 문제로 잠잠한 날이 없을 정도다. 그만큼 연금은 장수 사회의 필수품이라는 인식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떠한가? 연금을 장수 사회의 필수품으로 여기기는커녕 냉소적이기까지 하다. 먼저 국민연금을 보자. 국민연금은 연금 중의 연금이라 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국민연금 없는 노후 준비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 그래서 더더욱 연금개혁에 대한 저항이 심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국민연금을 용돈연금이라며 조롱한다. 2030세대 직장인 중 63.3%는 월급날 공제되는 항목 중에서 국민연금을 가장 아까워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퇴직연금은 어떠한가? 퇴직연금은 국민연금의 급여 수준이 떨어지고 있는 요즘 시대에 더욱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연금이다. 하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2005년 12월에 도입될 당시의 장밋빛 전망은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 퇴직연금을 도입하면서 그동안 쌓아 놓았던 퇴직금마저 중간정산하는 예상외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노후 자금 적립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노후 자금을 갉아먹는 희한한 광경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이라는 세 가지 ‘연금다리’가 있다. 3중의 연금다리 위에서 행복한 은퇴를 묻자 개인연금 역시 마찬가지다. 국민연금과 퇴직금만으로는 부족한 노후 자금을 스스로 준비하라고 세제혜택까지 주면서 1994년에 도입했지만, 세제혜택만 빼먹고 노후 자금 준비라는 본래의 목적은 희석되어 있다. 개인연금은 연말정산용이라는 말이 이를 증명한다. 이래서는 장수가 인간 탐욕의 덫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 허용하는 것은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을 스스로 내팽개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면 미래를 환히 밝힐 수 있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은 현재의 생활에 불편을 끼치지 않는다. 이들 연금에 들어가는 자금은 가처분소득이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연금 역시 한번 가입하면 해약이 자유롭지 못하다.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지금 당장 빼내 쓰겠다는 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된다. 요즘 같은 소비사회에서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돈은 먼 미래를 준비하는 데 더없이 소중한 자산이다. 연금은 안락한 여생을 위한 곳간을 차곡차곡 채우는 소중한 자산이다. 연금은 현재 생활에 지장을 가져오지 않으면서 노후대비를 도와주는 열쇠이다. 하루라도 빨리 3층으로 된 튼튼한 연금의 다리를 건설해야 한다. 견우와 직녀의 만남을 위해서는 오작교가 필요했듯이 우리의 현재와 먼 미래를 이어주기 위해서는 연금교(年金橋)가 필요하다. 그 위에서 행복 은퇴의 길을 물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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