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과 따사로운 햇살 그리고 시원한 바람에 가을은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이다. 특히 경복궁과 같은 서울 고궁에는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과 외국 관람객들로 연일 북적인다. 이런 가운데 ‘궁’을 소재로 작업을 한 홍성덕 작가가 서울 동교동 대안공간 도어에서 ‘공간 妃 조선’이라는 전시명으로 10월 7일부터 30일까지 개인전을 연다. 그는 우리 역사를 소재로 한 작업을 기다리다 자신이 직접 나서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촬영 소재는 궁이 많지만 주제가 궁은 아니에요. 주제는 ‘조선’이죠. 조선을 타이틀로 작업하고 싶지만 그 범위가 너무 넓어 어떤 시점대를 중심으로 점차 넓혀가면서 깊어져요. 조선시대 인물들의 이야기가 주된 내용인데 이를 글로 쓸 수도 없고 시각적으로 보이기 위해 소재가 궁이 됐어요.” 홍성덕의 작품은 서양적인 도구에 동양적인 사상이 깃들어 있다. 그렇다고 이 둘이 섞이는 건 아니다. 그는 이를 찻잔(서양적 도구인 사진)과 그 속에 담긴 내용물(동양의 사상)로 비유했다. 또한 사진은 도구일 뿐 만들어지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흔히 사진은 진실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반대로 거짓이라고 생각해요. 현실을 찍는다고 하지만 시간은 계속 흐르고 찍히는 순간 이미 과거가 되기 때문이죠. 사실을 반영한다고 해도 과거를 투영한 평면체로 이론적 혼돈을 벗어날 수 없어요. 인간의 입장에서만 진실일 뿐 절대적 진실은 아니라는 얘기죠. 내 작업은 이러한 근본적으로는 거짓인 사실 투영이라는 관념에 대한 반사적 작업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어요.”
때문에 그의 작품에는 순간을 나타내는 시간대와 공간대가 사라져 언제인지를 가늠할 수 없다. 과거-현재-미래가 하나의 공간이 되고 어떤 과거도 어떤 현재도 없다는 것을 말한다. 색감 또한 그가 꿈에 봤던 아니면 상상했던 색으로 표현한다. 생각하고 느꼈던 색이 나올 때까지 수없이 작업을 반복하기에 작업도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2D와 3D의 중간인 반입체적 작품으로 시공간을 허무는 홍성덕의 작품은 사진이 아닌 회화 또는 판화처럼 보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