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천남 (미술평론가) 방병상은 현대 도시문명사회를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여가 방식과 주변 생활 풍경에 대한 지적인 관찰을 통해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인간가치와 공간가치에 대한 인식을 재고한다. 그는 도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대표적 지역인 경기북부, 파주에서 사라져 가는 것과 남겨진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안타까움, 또 새롭게 생겨나는 것들에 대한 기대 및 경계 심리와 같은 상대적인 가치들을 담담하게 담아내고 지적하고 있다. 작가는 일상 주변의 사소한 이야기들을 특유의 시선으로 부담 없이 담아내고 제시한다. 최근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파주에 정착한 그는 파주, 교하지구를 방문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보았을 법한 일반적 풍광들을 담는다. 특히 가건물 형식의 구조체들에 남다른 관심을 보인다. 남들이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이 구조물들은 나름의 내부공간 질서와 속살을 가감 없이 드러내 놓는다. 과장된 견고함과 매스를 앞 다퉈 자랑하기 보다는 위선 없이 있는 그대로를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그는 건물 구조물 등과 같은 물질 뿐 아니라 바람, 구름, 빛, 소리 등과 같이 비물질적인 것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는다. 물질을 통해 직접적으로 무언가를 담아내고 지적하고 말하기보다는 때론 비물질적인 것들을 통해 그것을 더욱 크게 흔들거나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려는 태도를 취한 것이다. 결코 아름다울 수만 없는 일몰 광경을 담은 작업은 화장터와 납골당, 공동묘지 등이 많은 자신의 거주 지역에서 경험하는 죽음에 대한 철학과 삼팔선을 지척에 두고 있는 분단의 현실에 대한 지적 성찰에 다름 아니다. 다른 하나는 상실이다. 우리 주변은 무언가가 너무 빠르게 생겨나고 사라진다. 생성, 소멸의 과정을 마치 영상작업의 점프 컷(Jump Cut)처럼 풀어내며 상실을 경험하게 한다. 그는 언젠가 사라져 버릴 미래적 상실까지도 동시에 경험하게 한다. 상실을 통해 희망을 말하고 강조하려 하는 것이다.
방병상은 존재를 드러낸 수영장의 바닥 구조물이 가진 독특한 표정과 무질서 속에서 일정한 방향성과 패턴, 즉 질서를 발견한다. 정말 사소하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들 사소한 것들, 그 표정이 일정한 방향성을 보인다는 점이다. 그것은 희망일 수 있다. 특히 나무 폐 처리장의 켜켜이 쌓여 있는 나무들이라든가 선인장의 집합적 이미지, 치어나 성어들의 움직임에서 읽혀지는 집단적 방향성은 삶을 향한 강한 집념과 죽음으로부터 부활, 고난한 삶을 인내하고 극복하려는 강한 의지를 반영한다. 반복은 힘이다. 방병상 개인은 물론 보는 이에게 힘과 희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