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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인터뷰]원종신 작가가 만드는 회화와 사진의 행복한 하모니

시간과 공간이 중첩되는 몽환적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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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92호 김대희⁄ 2010.10.23 13:03:28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사진으로 찍은 작품과 그림으로 그린 작품은 같아 보일 수 있지만 분명히 다르다. 사진 같은 그림이라는 극사실화라 할지라도 사진과 회화의 경계는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진과 회화가 섞인다면 어떨까? “제 작품은 사진이라고 해서 사진이 아니고 그림이라고 해서 그림이 아닐 수 있어요. 사진과 그림의 경계가 없이 계속 섞는 작업이에요.” 서울 가락동 작업실에서 만난 원종신 작가의 작업 철학은 바로 사진과 그림의 경계 허물기로 이를 계속 추구해나가고 있다. 때문에 회화와 사진 그리고 컴퓨터 세 가지의 작업을 통해 작품을 만들어간다. 그녀의 작품을 처음 보면 사진인지 회화인지 정말 애매할 정도로 분간하기 힘들다.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원종신의 작품은 마치 환상을 꿈꾸듯 몽환적인 느낌이 강렬하지만 사실 그 속에는 현실의 세계가 담겨 있다. 여러 이미지가 중첩되면서 실재하는 풍경이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비현실적 풍경이 된다. 다채롭게 중첩된 이미지는 시간의 흐름을 나타낸다. 현실과 비현실이 하나로 재구성된 새로운 공간 “현재의 작업은 평면이라기보다 공간 작업으로 볼 수 있어요. 시간과 공간이 합쳐진 또 다른 공간을 만드는 작업이기 때문이죠.”

원종신이 공간 작업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대학 시절 조소를 전공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학생 시절부터 그림을 그리며 작가가 되고자 했던 그녀는 예고를 졸업하고 서양화과를 가려 했지만 조소가 미술의 더 큰 틀을 볼 수 있다는 선생님의 조언에 조소과를 가게 됐다고 한다. “대학시절은 행복했지만 졸업 후 모든 걸 다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았죠. 하지만 다시 힘을 내서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부모님이 저를 위해 기도하시는 모습 등을 보면서 부터에요. 작업을 쉬다가 다시 시작했을 때는 가장 먼저 동그라미를 그렸죠. 동그라미를 그리다보면 마음이 안정되고 편해지면서 과거를 회상하게 돼요. 그러다보면 희망이 생기고 용기도 얻었어요.” 느낌이 밝은 작품도 있고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도 있지만 그녀가 만드는 작품은 모두 희망을 담고 있다. 제목들도 희망을 나타내며 작품에 등장하는 별과 구름도 희망을 암시한다. 원종신의 초기 작업은 낙서였다. 잡지에 낙서를 하는 등 그림 같은 사진을 만들고자 했다. 이 같은 생각에 사진과 그림을 합치게 됐고 자신이 만든 공간을 다른 공간에 넣기도 하면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낸다. “현실에서는 미국 백악관에 누가 낙서를 할 수 있겠어요. 하지만 내 작업에서는 모든 걸 내 맘대로 할 수 있죠. 나만의 세계를 만들고자 했어요. 나도 보는 사람도 가상의 세계를 마음대로 상상할 수 있고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현실과 비현실의 세계를 합쳐 재구성했어요.”

사진? 회화? 시작과 끝은 자신도 알 수 없어 사진과 회화가 합쳐진 그녀의 작업은 어디서부터 시작될까 의문이 들지만 정해진 시작이 없다고 한다. 먼저 그림을 그리고 싶으면 그리고 사진을 찍고 싶으면 찍고, 섞어보면 좋겠다 싶을 때는 둘을 합쳐보고, 그림에 사진도 넣고 붓터치도 넣고 계속 쌓아가면서 여기에 시간과 공간을 넣는 작업을 한다. 때문에 사진으로 끝나는 작업이 있는가하면 그림으로 끝나는 작업이 있다. 이처럼 비계획적으로 진행되기에 끝을 알 수 없다. 또한 일반적인 사진편집과는 다른 느낌으로 붓 터치의 느낌이 강하다. “작업은 중간에 쉼 없이 한 번에 끝내요. 그림을 그리고 사진으로 찍고 또 그리고 찍고를 반복하는데 더는 그릴게 없다고 느낄 때 끝내지만 사진으로 끝날지 그림으로 끝날지 알 수 없어요. 그림과 사진의 경계를 찾지 말고 작품 그 자체로 즐기고 감상하면서 함께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마치 하나의 드로잉처럼 보면서 현재의 공간이 아닌 다른 공간을 상상하고 즐거워하면 된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작업하는 그 순간을 즐긴다는 그녀는 작업을 시작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며 편안하게 꿈을 꿀 수 있어 좋다고 한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여러 장소가 되는 작품 속 배경은 모두 그녀가 직접 경험했거나 가봤던 풍경 또는 그곳에서 상상했던 풍경들이다. 특히 건물이 없으면 허전한 기분이 든다는 작품 속 풍경에는 대부분 건물이 등장한다. “건물은 무언가 낙서를 하기위한 요소로 제격이에요. 지금까지는 인물이면 인물, 건물이면 건물만을 소재로 했는데 앞으로는 인물과 건물을 합쳐보려 해요. 유명해지지는 않아도 오래도록 모두가 좋아하는 작품을 만드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유행이라는 대중적 요소에도 아랑곳 않는 원종신은 “내 그림은 유행을 쫓아가지 않는 나만의 놀이로 내가 가장 즐거워하는 드로잉”이라며 “작품을 통해 행복을 전하고 싶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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