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수채화란 장르에 몰입해 온 장광의 작가의 전시가 신사동 메이준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은은하고 투명한 수채화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이번 작품들에는 빛의 감미로운 율동이 퍼지고, 색의 온화한 울림이 스며들어 있다. 오프닝에 찾아온 손님들을 맞는 작가는 짐짓 차분한 모습이었지만 눈빛에서는 긴장되고 설레는 마음이 내비쳤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전시는 10년 6개월간의 캐나다 이민 생활을 청산하고 다시 돌아온 작가의 귀국 보고회 성격으로 감회가 깊기 때문일 것이다. “캐나다에서의 삶은 제게 새로운 정신세계와 독창성을 접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삶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제 예술세계에도 충격을 주었지요.” 하지만 그의 작품들은 예나 지금이나 수채화 본연의 자세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수채화 고유의 표현방식과 소재도 본연의 모습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그러나 그림에서 엿보이는 자연스러우면서도 세밀한 표현력과 고도의 완성도는 작가의 경륜이 깊어졌음을 증명한다. 평화스럽고 정적인 꽃, 새, 알, 악기, 교회 등의 소재는 보는 이를 구도자의 경건함과 명상의 세계로 이끈다. “이번 작품들에는 자연스런 번짐과 터치를 통해 물의 맛이 더 느껴지도록 그렸어요. 배경과 소재 자체만을 묘사하려 한 것이 아니라 그를 통해 정신적 세계와 추상성을 담으려 했어요.”
그림을 보고 있으면 생명, 구원, 평화, 삶의 향유와 같은 단어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너무 경건하고 고요해서 어쩌면 ‘삶과 죽음은 하나’라는 절대자의 메시지를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다. 50대로 접어든 작가의 예술적 경지가 완숙의 단계로 접어들기 때문일 것이다. 이승훈 사이미술연구소장은 “장광의는 수채화라는 영역에 있어서 독보적인 회화적 성취를 해나감으로써 현대적 매체에 경도되어 있는 현대미술의 편향성 속에서도 자신만의 영역을 지속적으로 개척해나가고 있으며, 수채화라는 한 장르에 대해 지속적으로 기법적 완성과 내용적 깊이의 성숙을 위해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작가이다”라고 평한다. 02)543-5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