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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이일우 展: 침묵의 목소리 - 묵음(默音)의 조건

샘터갤러리 10.6~24, 비쥬얼 아트센터 보다 10.2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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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93호 편집팀⁄ 2010.10.25 11:08:47

신수진 (사진심리학자, 연세대 연구교수) 이일우의 신작 ‘침묵의 목소리’는 다양한 정서 상태를 보여주는 인물들을 다뤘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슬픔, 분노, 좌절과 같은 강한 정서적 표현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이는 현대 인물사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호하고 애매한 표정이나 제스처와는 확연하게 차별화된 모습이다. 그런데 사람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이 배경이다. 사진의 배경은 바닷가임을 짐작케 하는 단서들을 지니고 있지만 구체적이지 않다. 수평선이 정확하게 가로로 놓이도록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인물이 상세히 보이게 노출을 조절하다보니 하늘과 바다는 그야말로 배경일 뿐 현실적인 이야기를 끌어낼만한 구체성은 최소화됐다. 한적한 바닷가는 등장인물들이 평정심을 잃게 된 일상의 장면들과 분리된 어떤 장소를 상징한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정서를 표출할 수 있는 곳, 그래서 평정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이상적이며 한시적인 공간을 상징하는 것이다. 절제된 자연 풍경은 시간을 압축한다. 오랜 시간을 품고 있는 자연은 보편성과 맞물려 있다. 등장인물 개개인이 그토록 힘겹게 토로하고 있는 구구절절한 이야기들을 일일이 열거하지 않고도 그것이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인 고통이라는 사실을 공감시키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들의 사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들은 서로 다른 옷차림, 서로 다른 자세, 서로 다른 표정으로 서로 다른 정서, 서로 다른 삶의 무게를 보여준다. 사진 속 인물들을 변별시키는 힘은 정서로부터 나온다. 정서란 본디 외부의 자극을 통해서 추론되고 촉발되는 특징을 지니므로, 그들의 정서에는 사연이 담겨있을 것이다. 우리는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드러내는 정서반응을 보면서 처음엔 그 이야기를 궁금해 하기도 하고 그들의 정서 상태에 공명하기도 한다. 정서적 공명이 일어나는 것은 그들의 정서를 거울처럼 비춰내는 것과는 다르다. 우리들 각자 자신의 마음속에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기 힘들어 숨겨둔 사연으로부터 불러일으켜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다른 사람의 강한 정서 반응을 관찰하는 것은 드문 일일 뿐 아니라 심리적인 부담도 크다. 하지만 작품 속 인물들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 나는 그들에게 아무 것도 해줄 필요가 없다. 그래서인지 묵음(默音) 상태로 울려오는 그들의 고통은 쉽게 나의 것이 된다. 내 안에 깊숙이 눌러왔던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의 소리가 공명한다. 때론 침묵이 어떠한 소리보다 절실하게 느껴지는 건 딱 그만큼의 인간적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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