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배 가천의대길병원 신경과 교수 두통은 말 그대로 머리 부분에서 느껴지는 불편한 느낌과 통증을 말한다. 기원전 3000년경에 존재했던 고대 바빌론 문서와 이집트 파피루스 문서에서도 두통에 대한 언급이 있을 정도로 두통은 오랜 기간 인류를 괴롭혀온 증상이다. 또한 문명이 급격하게 발달하고 다양한 직업과 환경에 노출되면서, 두통은 가슴통증과 피로감에 이어 현대인이 세 번째로 많이 호소하는 증상이 됐다. 두통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는 두통을 ‘뇌가 아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의 뇌 세포 자체는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도 통증을 느끼는 이유는 뇌를 둘러싸고 있는 뇌수막과 혈관, 근육, 신경분지들이 여러 가지 원인으로 당겨지고 눌리고, 수축되고 확장되면서 조직 내의 말초신경이 자극되고, 이런 자극이 중추신경계로 전달돼 ‘머리가 아프다’는 통증으로 인지되기 때문이다. 두통은 주관적인 증상이다. 두통의 존재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특별한 검사실 소견은 아직 없는 게 현실이다. 또한 개별적으로 두통을 일으키는 원인이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구조적인 병변(病變: 병이 원인이 돼 일어나는 생체의 변화) 및 기질적 요인이 배제된 경우라면, 증상 및 징후의 조합으로 두통을 진단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다른 원인 없이 두통 그 자체가 하나의 질환으로 간주되는 경우를 ‘일차성 두통’이라 한다. 일반적으로 환자들이 호소하는 양성, 급-만성 두통의 대부분이 여기에 속한다. 두통의 종류 및 증상 두통 학회는 두통을 긴장형 두통, 편두통, 군집성 두통과 만성 돌발성 반두통, 구조적 병변과 연관성이 없는 원인 미상의 두통으로 분류한다. 긴장형 두통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두통이다. 긴장형 두통은 갑자기 생긴 두통이 아니라 은근히 오래 전부터 아파 왔던 증상을 말하는 것으로 근육이 긴장하면서 생긴다. 긴장형 두통을 앓는 사람들은 ‘머리가 띵하고 무겁다’, ‘머리에 띠를 두른 것 같이 조여 든다’고 호소한다. 또한 대부분 뒷목과 목덜미 부위를 손으로 잡으며 ‘뻣뻣하고 당긴다’고 말한다. 긴장형 두통은 오랜 긴장 상태를 유지하거나, 과로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상황에서 주로 생긴다. 어깨와 목덜미, 얼굴 근육이 지속적으로 긴장과 수축 상태에 있으면 지나가는 말초신경이 눌리면서 자극이 중추신경계로 전달돼 머리에 통증을 느끼게 된다. 긴장형 두통은 심해졌다 약해졌다 하면서 적게는 몇 시간 동안, 길게는 하루 종일 나타난다. 긴장형 두통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심리적 치료나 마사지, 냉온찜질 등을 받고, 평소 올바른 자세를 취해야 한다. 필요하면 약물요법을 받을 수도 있다.
뇌세포는 통증 못 느껴. 뇌가 아픈 게 아니라 뇌 주변의 뇌수막-혈관-근육-신경 등이 자극받아 통증이 뇌로 전달되면서 “아, 머리 아파” 되는 것. 편두통 편두통은 흔한 두통 중 하나로 뇌와 눈, 자율신경계 등 여러 기관들에 증상이 나타난다. 편두통 발생률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보통 여자에서 남자보다 두 배 내지 세 배 더 많이 나타나고 연령이 증가할수록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편두통이 주로 발생하는 연령대는 25~34세 때이다. 편두통이 생기면 심장이 뛰는 것 같은 박동성과 욱신욱신 하는 통증이 주로 한쪽 머리에서 발생하면서 속이 울렁거리고 토하게 된다. 하지만 한쪽 머리가 아프다고 해서 모두 편두통은 아니다. 편두통은 머리 양쪽에 나타날 수도 있다. 증상의 흐름은 두통을 앞둔 전조증상 기간 → 두통 발작기간 → 두통 후 기간으로 나눌 수 있다. 편두통이 생기는 기전은 간단히 이야기하기 어렵다. 여러 가지 복잡한 원인에 의해 두개골 안팎의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팽창하고 수축함으로써 심장이 머리에서 뛰는 듯한 박동성 두통이 일어난다. 태어날 때부터 혈관계가 민감하다고 여겨도 무방하며, 가족력이 있는 비율이 높다. 편두통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아이들은 두통보다 어지러운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45세 이전까지는 뇌졸중의 위험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또한 편두통은 △두통은 없으면서 특별한 이유 없이 속만 울렁거리고 △눈부심, 시야장애, 발음장애, 의식변화, 안구운동이상, 몸의 한쪽이 마비돼 움직이지 못하는 반마비를 동반하기도 한다. 이처럼 편두통은 머리 한쪽이 아픈 단순 두통이 전부가 아니라, 경미한 증상부터 뇌졸중에 이르는 심각한 합병증이 따라올 수 있는 증세다. 속이 울렁거릴 때 위장관의 문제 탓에 어지러운 증상을 빈혈이나 귀의 달팽이관 이상, 혹은 아주 심각한 뇌 문제로 스스로 판단해 수년간 자신의 몸과 마음을 고생시키는 환자들이 꽤 많다. 편두통을 유발하는 물질로는 초콜릿, 치즈, 지방질 음식, 오렌지, 토마토, 양파, 붉은 포도주 등이 있다. 이러한 식품들에는 편두통 유발물질인 티라민(tyramine)이 많다. 따라서 편두통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런 음식들을 멀리해야 한다. 편두통 환자들은 진통제를 복용하며 자가치료를 하기도 한다. 편두통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큰소리와 자극적인 냄새를 피하고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군집성 두통 이름 그대로 한동안 증상이 없다가 두통이 발생하면 일정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두통이 발생하는 증세다. 알코올로 유발되는 특징이 있는 군집성 두통은 야간에 발생하는 경우가 흔하며, 히스타민(histamine)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여자보다는 남자에게 흔히 관찰되고 결막충혈, 콧물, 눈물이 동반되는 경우가 흔하다. 두통의 가장 큰 특징은 최고 몇 년 동안이나 증상이 없다가 일단 증상이 생기면 수 주 동안 하루 중 일정한 시간, 특히 야간에 발작성으로 증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원인은 명확하지 않지만 산소를 흡입하면 증세가 경미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에서 간단히 언급한 ‘일차성 두통’의 약물요법에서는 절대로 진통제가 주축을 이루지 않는다. 따라서 일반인들은 두통이 있다고 진통제를 남용하거나 관련 없는 약물을 복용한 뒤 두통이 치료되지 않는다고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일차성 두통 치료에 쓰이는 일부 약물은 주의를 요하므로 반드시 신경과 전문의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또한 두통을 방치하면 만성화돼 여러 성격의 두통이 섞이면서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두통이 심하면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