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기획은 누구보다도 더 잘 할 자신이 있어요. 기획으로 승부를 걸겠습니다.” 종로구 혜화동에 있는 아뜰리에 아키(atelier aki)를 운영하는 김은경 관장의 말이다. 금년 4월에 문을 연 아키는 혜화동 로터리에서 주택가로 100미터쯤 들어간 곳에 위치해있다. 인사동이나 사간동 같은 갤러리 밀집 지역이 아니고, 근처 대학로처럼 사람들 왕래가 빈번한 곳도 아니다. 갤러리 아키가 자연스럽게 다른 갤러리와 차별화될 수 있는 이유이다. 한가한 곳이기는 하지만 갤러리를 찾아가는 골목에 소극장 연우무대와 예술인 스튜디오들이 자리 잡고 이국적 카페와 레스토랑들도 있어 대학로에서 넘어온 예술의 향기가 감지된다. 아뜰리에 아키가 들어선 건물은 마당에 잔디가 깔린 아담한 3층 주택이다. 이 집 1층을 개조해 전시 공간으로 만들었다. 전시장 내벽은 검정색과 갈색, 회색 톤의 인테리어로 시공돼 모던하고 전위적인 분위기이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는 한국화가 송동욱 작가의 전시가 끝나는 마지막 날이었다. 흰 여백에 먹으로만 그려진 수묵 작품들이 갤러리 내부의 진하고 어두운 색들과 대비되며 마지막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 “사실 저희 갤러리에 걸리는 작품들도 덩달아 강렬한 느낌이 드는 경향이 있어요. 위치로 보나 규모로 보나 아틀리에 아키가 인사동이나 청담동에 있는 화이트 큐브 갤러리와 똑같이 갈 수는 없다고 보았어요. 다른 갤러리와 경쟁하는 곳이 아니라 아키만의 특별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전시 공간은 3~4개의 작은 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 면적은 40평 정도이다. 각 방이 나눠져 있는 동시에 연결돼 있어 작품 감상의 밀도를 높이는 장점도 있어 보인다. 노출 콘크리트 천장에 감미롭게 부딪히는 음악, 블랙 톤의 벽에 비치는 은은한 조명, 진한 커피 향 등은 이국적인 분위기의 카페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자칫하면 공간이 작품을 지배할 수도 있는 실험성이 내포된 아키의 독특한 인테리어는 전문 건축가와 김은경 관장의 공동협업 작품이다. 비록 골목 안쪽에 위치한 조용한 집이지만 ‘오프 혜화’라고도 불리는 예술동네에 들어서는 갤러리인 만큼 ‘예술의 모태가 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한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여성 관람객 일행이 들어와 작품 관람을 하고 가고, 근처에 사는 어린 여자 아이가 빼꼼히 들여다보고 가기도 했다. 그림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이 오는지 묻자 김 관장은 “여기는 초대하지 않은 사람은 오지 않아요. 저 분들은 예외네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아키가 상업 갤러리인 점은 분명하지만 그보다는 작가와 관람객들 모두가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한다. 편히 쉬고, 이야기하고, 작품을 음미하는 장소였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아틀리에 아키에는 김은경 관장과 방희성 실장, 남궁홍 인턴큐레이터 등 세 사람이 일하는데 실장은 국제 업무에 뛰어나고, 큐레이터는 고객관리에 능통하다고 한다. “멋진 전시를 열고, 작품 판매에 성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세 사람이 늘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즐거워야 작가와 고객에게 기쁨을 줄 수 있겠지요”라고 유쾌하게 말하는 그녀에게 혹시 어려운 점은 없는 지 물어봤다. “늘 어려워요. 전시란 사람들에게 작가와 작품을 쇼잉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항상 인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한데 일을 하다보면 인간적인 것과 프로적인 것 사이에서 갈등을 느낄 때가 많아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공부한 그녀는 한동안 해외 명품 브랜드의 예술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며 미술계 네트워킹을 구축할 수 있었다. 2005년도에는 키아프(KIAF) 사무국 소속으로 아트 페어 업무에 참여했는데 이때 미술 관련 일을 집중적으로 배웠다. 국내 화랑들의 다양한 특성과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었고, 해외 갤러리들의 선진적 운영 방법들도 익혔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직접 갤러리 운영을 하게 된 이유도 그런 경험이 밑바탕이 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에 대한 에너지가 넘치는 그녀에게 아틀리에 아키의 비전이 무엇이냐고 묻자 “잘 굴러 가기입니다”라고 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