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하반기를 보내고 있는 증권가에서는 일찌감치 내년 시장에 대한 전망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일단 증권가에서는 내년 코스피시장이 올해 하반기의 상승세를 계속해서 이어갈 것이라는 데에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업종이 내년도 시장을 주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안개 속에서 헤매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KTB투자증권의 박석현 연구원은 “내년에는 은행 업종의 약진이 눈에 띌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타 증권사에서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는 IT(정보통신) 업종에 대해서는 “초과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상반된 예측을 내놨다. 박 연구원이 제시하는 2011년의 은행주와 IT주, 그리고 자동차 관련 주에 관한 전망을 소개한다. -은행주를 호의적으로 평가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연간 단위 업종 수익률 변화를 살펴보면, 전년에 특히 부진했던 업종이 바로 다음 해에 높은 상승률을 보이는 현상이 일부 업종에서 발생한다. 내년에는 은행과 제약 업종이 이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식시장에서 은행주는 -15.4%의 시장대비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는데, 내년에는 플러스 수익률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 전문가들은 은행 업종의 내년 주당순이익이 21.4%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주요 20개 업종 중 3위에 해당하는 성장률이다. 또한 시장 전체의 성장률인 6.3%를 3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또한 경기선행지수 증가율과 은행 업종은 다른 업종보다 상대적으로 밀접한 상관성을 보이는데, 경기회복에 따라 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자연스럽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은행 업종에 대한 투자가 주춤했던 까닭은 무엇인가? “은행업종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저평가’다. 은행 업종의 앞으로 12개월 P/E(주가수익배율)는 7.9배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밑에서 세 번째에 해당할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P/B(주가순자산비율)도 세계 금융위기와 같은 특이한 상황을 제외하면 역사적으로 높은 시장대비 할인율이 적용되고 있다. 은행 업종이 저평가되는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이어지면서 국내 은행의 대출 증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투자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록 구조적 문제와 규제 완화와 관련된 정책적 불협화음이 지적되고는 있으나 순환적인 경기 확장기에는 자산가격의 호전이 뒤따를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내년에 국내 경기 사이클이 확장국면으로 진입하면 부동산 시장도 다소나마 회복될 여지가 있다.” -은행 업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IT 업종은 다소 냉정하게 평가했다. 이유는? “올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IT 업종은 업종별 수익률의 상위권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러나 10월 현재 IT 업종은 연간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되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내년에 IT 업종의 투자 환경은 장점 못지않게 약점도 많다고 판단된다. 이것은 시장대비 초과 수익률 달성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IT 업종에 대한 투자 비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IT 업종의 투자비중을 줄여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직 IT 업종에 대한 부정적인 이익 전망이 주가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 모건스탠리지수에 따르면, 10월 현재 국내 반도체 업종의 앞으로 12개월 P/E 값은 7.3배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주요 20개 업종 중 최하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게다가 공급 조절에 따른 가격안정도 가시화되지 않았고, 태블릿 PC의 영향력도 아직 미지수이기 때문에 일단 IT업종에 대한 투자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IT 업종의 부진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은 없는가? “아직까지 그런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IT주의 장기적인 시장대비 P/E 추이는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최근 5년간 한국 모건스탠리지수에 기록된 IT업종의 시장대비 P/E 추이는 2009년을 제외하고는 장기적인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2009년은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시행된 해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시장 상황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IT 업종은 계속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IT 업종의 내림세가 심해질수록 지나친 이익 변동성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IT 업계의 안정성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업종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자동차 주에 대해서는 다소 유보적인 투자의견을 제시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일단 자동차주는 올해 주식시장을 이끈 대표적인 주도주라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특히 주가 상승이 대부분 이익 성장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일단 자동차업종의 2010년과 2011년 EPS(주당순이익) 전망은 올해 2월 초 이후 각각 41.9%와 37.9% 상향 조정되며 가장 두드러진 성장을 보이면서 국내 증시의 전체 EPS 상향조정을 주도했다. 또한, 올해 자동차주의 상승 기반이 전적으로 이익 전망 성장과 함께 이뤄졌기 때문에 이익 성장이 계속 호조를 보이는 한 자동차주의 강세는 지속될 것이다.” -자동차주에 투자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면? “일단 자동차주의 투자비중을 갑자기 줄이거나 하는 전략은 옳지 않다. 그러나 올해 자동차주에 대한 투자전략을 구성할 때는 몇 가지 딜레마가 있다는 것을 미리 염두에 둬야 한다. 가장 큰 딜레마는 만약 상대적으로 성장이 정체되면, 시장의 상승률을 이길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된다는 점이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국내외 공장가동률이 더 이상 올라가기 힘든 한계에 다다른 상황 속에서 추가적인 이익 창출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내년에 현대-기아차 신차 라인업의 판매가 둔화될 경우, 주가의 추가 상승이 이어져도 시장과 비교하면 초과수익을 달성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아울러 자동차 업종이 환율에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이라는 점도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환율 리스크는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강세와 엔화에 대한 원화 강세에 모두 노출될 위험이 있다.” -내년 주식시장을 전체적으로 전망한다면? “일단 내년 코스피지수는 2500포인트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상-하반기로 나눠서 살펴보면, 상반기에 상승탄력이 집중됐다가, 하반기에 상대적 둔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상-하반기 투자전략에 차별성을 둬야 할 것이다. 참고로, 내년 주식시장에서 높은 수익률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은 화학, 조선, 기계, 유통, 금융, 지주회사, 인터넷, 의약품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