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태 편집국장 경기도 성남시에서 공무원들이 승진의 대가로 이대엽 전 시장의 조카며느리에게 5500만 원을 건넸다는 혐의로 관계자들이 구속됐다. 그리고 전 시장의 조카는 공사 하청의 대가로 6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역시 구속됐다. 이 조카 부부는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시장의 친인척에게 돈을 줘야 승진할 수 있는 성남시 청사에서 ‘자리팔기’는 전방위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 검찰은 승진의 대가로 부하 직원에게서 5천 만 원을 받은 성남시 5급 공무원 이 모 과장을 지난 10월 22일 구속한 바 있다. 관직을 사고팔기? 많이 들은 얘기다. 조선시대에 나라가 망하기 전, 돈을 주고 관직을 사고, 일단 관직에 올라 임지에 부임하면 현지 주민들로부터 본전의 몇 배를 뽑아내기 위해 지역민들의 등골을 빼냈다는 얘기를? 그래서 조선이 비참하게 망했다는 얘기를? 더구나 이런 매관매직은 성남시만의 문제가 아니란다. 이미 지난 2007년에 공무원노조는 “6급 공무원이 5급으로 승진하는 데 대체로 행정직은 5천만 원, 기술직은 1억5천만 원을 지자체장에게 주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노조는 “6급에서 5급으로 승진하면 정년이 3년 정도 연장되고, 이렇게 되면 급여와 공무원연금이 늘어나고 과장 직함을 갖기 때문에 5천만 원을 줘도 손해가 아니라고 당사자들은 생각한다”고 매관매직이 성행하는 이유를 밝혔다. 2007년 당시에 이미 공주시와 울산 등 지방에서 관련 사례들이 잇달아 적발돼 돈을 주고받은 공무원들이 구속됐다. 이처럼 고발과 구속이 있었지만, 당국의 단속은 거의 없었고, 이제 수도권 공무원까지 매관매직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것이다. ‘한강의 기적을 이끈 것은 양심적이고 능력 있는 공무원들’이라고 평가받는 나라에서 공무원들이 매관매직이라는 수백 년 묵은 구습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것은 한국의 성장동력이 끝나가는 증거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필자는 미국에서 10년을 살았지만 ‘공무원들이 매관매직을 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도대체 공무원 자리라는 게 돈을 주고 사고팔 만큼 수지맞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공무원의 연봉 수준이 그리 높지 않을뿐더러, 공무원 자리에 앉는다고 해서 짭짤하게 ‘생기는’ 혜택도 없다. 반면 한국은 공무원 또는 공기업 직원의 연봉이 대한민국 평균보다 훨씬 높고, 모든 복지혜택을 최고 수준으로 누리고, 거기다가 ‘생기는’ 것도 많으니 매관매직은 아주 합리적인 투자요, 팔고 사는 사람에게 수지맞는 장사다. 공(公)자 들어가는 자리를 봉사하는 자리가 아니라 ‘최고의 자리’로 만든 공무원-정치인의 합작품이 드디어 한국 사회를 밑바닥부터 갉아먹는 현상이다. 공무원들이 자리를 사고팔면서 전 국민의 도덕적 해이를 앞장서 부추기는 나라, 그래서 공무원에 대한 신뢰가 최저 수준인 나라,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사회안전망 탓에 여자들이 ‘출산 사보타지’를 벌여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인 나라. 이런 나라에 과연 미래는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