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발 사정(司正) 폭풍이 여의도 정가를 휘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여야 정치권은 검찰의 칼날이 어느 쪽으로 겨누고 있을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태광그룹, C&그룹 등 대기업에 이어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이하 청목회)의 정치권 입법로비 의혹, 그리고 경기 고양시 식사지구 재개발사업 비리 의혹까지 수사선상에 오르자 자칫 정치권으로 칼날이 향하지 않을까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특히 지난 해 ‘박연차 게이트’로 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폐지론에 직면했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김홍일 검사장)가 1년 반을 절치부심하며 벼려온 칼날이 C&그룹으로 향한 것을 공식적인 신호탄으로 서울과 지방의 각 지검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정-재계를 겨냥한 수사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이렇듯 막 시작된 사정 한파가 시계제로 상태로 빠져들면서 연말로 접어드는 우리 사회도 꽁꽁 얼어붙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에 재계는 이 같은 검찰의 행보가 경제를 해칠 것이라고 우려하는 상태. 그러나 검찰은 “잘못된 기업 관행이 국민에게 끼치는 폐해는 더욱 막대하다”며 당분간 칼을 거두지 않을 기세다. 서슬퍼런 검찰의 ‘사정폭풍’, 여의도를 강타 대검 중수부는 10월 21일 서울 장교동 C&그룹 본사와 대구의 C&우방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는 동시에 임병석 회장을 자택에서 체포했다. 1주일 뒤 10월 27일에는 전남의 C&중공업과 광양예선을 추가로 뒤지는 등 1년 4개월만에 동면(冬眠)에서 깨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서 서울서부지검은 지난달 한화그룹 본사를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압수수색 릴레이’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이어 태광그룹 본사와 이호진 회장의 빌라, 서울지방국세청, 태광의 주거래 은행, 한화호텔&리조트 등이 차례로 조사를 받았다. 이와 동시에 C&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날 태광실업 비자금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이 회장의 모친 이선애(82) 태광산업 상무의 자택과 은행 대여금고가 수색 당하기도 했다. 이에 뒤질세라 서울중앙지검은 10월 28일 현 정권의 실세 기업인이자 이명박 대통령의 절친한 친구여서 ‘살아 있는 권력’으로 불리는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대우조선해양의 협력사인 임천공업에서 40억 원대 금품을 챙긴 혐의를 받은 천 회장은 두 달 전 일본으로 출국한 뒤 검찰의 소환을 계속 거부하고 있다. 중앙지검이 천 회장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날 경남 창원지검은 뇌물수수 혐의로 민주당 최철국 의원의 경남 김해 사무실을 동시에 뒤졌고, 서울북부지검은 청목회가 현역 국회의원 30여명을 상대로 벌인 ‘입법 로비’ 의혹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재계 위주로 진행되던 검찰 수사의 불길이 마침내 정계로 옮아붙은 것이다. 검찰의 현란한 ‘검무(劍舞)’가 어디로 향하는지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다. 과거에는 정권 출범 초기에 대형 비리 사건들을 손보는 경향이 강했던 검찰은 현 정부 초반에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행보를 보였다. 2008년 4월 총선이 있었고 곧바로 터진 촛불사태로 사정 활동의 적절한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검찰은 ‘박연차 게이트’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지만 노 전 대통령의 서거 뒤 후폭풍에 휩쓸리면서 사상 최악의 시련을 맞았고, 이후 다시 몸을 낮춘 상태에서 1년여를 지내야만 했다. 그러던 차에 ‘공정사회’라는 집권 중반기의 화두는 검찰권에 활력을 불어 넣는 동력원이 됐다는 분석이다. 검찰은 숨죽이고 살면서도 끊임없이 각종 범죄 정보를 모았고, 결국 검찰이 살길은 수사밖에 없다는 조직논리가 작동하면서 사정 활동에 대대적으로 나서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의 사정이 본격화된 데 대해 정ㆍ재계에서는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거나 기업 활동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야, 검찰의 ‘전방위 수사’에 촉각 곤두세워 특히 재계에서는 서열 10위권 안의 대기업 서너 곳이 중수부의 다음 수사 대상 리스트에 올랐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대기업 임원은 “하반기의 경기 전망이 상당히 불투명한 상태에서 기업 수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수사 대상이 아닌 기업들까지 신경이 많이 쓰인다”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도 “다음 수사 대상이 어디더라는 식의 소문이 돌면서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하고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검찰의 이번 대기업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가 한화와 태광그룹에서 시작돼 전 정권 때 몸집을 불린 호남 기업인이 이끄는 C&그룹으로 확대되면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 등 구 여권을 표적으로 한 기획 수사”라며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C&그룹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 급성장했고 창업주 임병석 회장이 전남 영광 출신이라는 점에서 당시 여권 실세들을 겨냥한 표적 수사가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벌써부터 검찰과 당 안팎에서는 몇몇 전-현직 호남 중진 의원들의 실명이 거론되며 ‘로비 연루설’이 떠돌고 있다. “호남 출신 인사 가운데 빠져나갈 사람은 거의 없다더라”는 흉흉한 소문까지 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이름이 거론된 정치인들은 일단 겉으로는 “소문은 들었지만 모르는 일이다”라거나 “검찰이 헛발질하는 것”이라며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경계하는 빛이 역력하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10월 27일 국회 연설에서 “국민은 ‘공정사회’라는 허울로 포장된 의도된 사정에 대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검찰 수사를 정면 비판했다. 현재 민주당은 검찰 수사의 추이를 좀 더 지켜보자며 본격적 대응은 미루고 있는 상태지만, 검찰이 민주당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정황이 보다 분명해지면 전면 대응할 태세다. 이에 대해 이춘석 민주당 대변인은 “창업주가 호남에 연고를 두고 있다고 해서 특정 세력을 타깃으로 할 수 있겠느냐. 우선 수사의 방향을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구여권을 대상으로 한 수사로 진전된다면 야당에 대한 노골적 선전포고이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한 발 더 나아가 “이번 검찰수사는 기업에 대한 수사가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 방지를 위한 정략적 차원의 수사”라며 “민주당의 지지율이 높아지고 당대표에 대한 긍정적 보도가 나오자 이를 두려워해 야당 파괴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은 그동안 수사 때마다 피의 사실을 공표하면서 야권 정치인과 기업 비리를 바기닝(유죄협상제도: bargaining)하려 했고, 이번에도 편파수사 행태를 보일 것”이라며 “민주당 입장에서는 경각심과 경계심을 늦출 수 없으며, 만약 야당 탄압을 위한 수사로 결론이 난다면 검찰은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 ‘검풍(檢風)’ 파장 가늠하느라 촉각 세워 한나라당 역시 겉으로는 성역 없는 검찰 수사를 촉구하면서 수사를 둘러싼 정치 공방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여의도에 불어 닥칠 검풍의 파장을 가늠하느라 촉각을 곤두세우기는 마찬가지다. 안형환 대변인은 “검찰은 성역 없는 수사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며 “정치권 역시 이해관계에 따라 검찰 수사를 비판하지 말고 차분히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정치인의 연루 가능성을 의식한 듯 검찰이 언론에 수사 내용을 ‘흘리는’ 방식으로 정치인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의 이러한 반응은 C&그룹 수사를 놓고 야당이 구여권 인사를 겨냥한 정략적 차원의 표적 수사라는 비판을 제기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 태광그룹의 경우 2008년 12월 방송법 시행령이 개정된 직후인 2009년 1월 케이블TV 사업체인 큐릭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정-관계를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조만간 여권에도 검풍이 불어 닥칠 수 있다는 관측이 없지 않다. 더구나 청목회가 지난해 청원경찰법을 개정하기 위해 국회 행정안전위와 법제사법위에 소속됐던 여야 의원들에게 ‘입법로비’를 펼쳤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로비대상 의원 명단을 확보하고 조만간 소환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등 여권도 뒤숭숭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특히 문제의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거명되고 있는 의원들은 모두 “적법하게 처리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수천만 원을 받았다’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은 돈도 있다’ ‘청목회가 돈 봉투도 돌렸다’ 같은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당 의원들은 “청원경찰법 개정안은 입법로비가 불필요했던 법”이라는 반응이다. 경찰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청원경찰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키 위해 직급을 일부 조정한 개정안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추진된 것으로 여야 모두 처리에 공감했다는 주장이다. 당시 행안위원이었던 한나라당 모 의원은 “200만원 전후의 월급을 받는 청원경찰은 서민 중 서민으로 당시 분위기는 국회가 이들을 도와 줘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청목회로부터 적지 않은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거론된 한 민주당 의원은 “후원금은 모두 합법적이었다”며 “검찰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여야 의원들 사이에는 검찰의 수사를 국회 입법권에 대한 도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개정안 처리 당시 행안위원이었던 민주당의 다른 의원은 “합법적인 후원금까지 처벌하려 하면 입법 활동을 관두든지 후원금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목회 로비의혹 수사에 술렁이는 여의도 검찰의 수사 전개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지나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11월 1일 “국회의원이 후원금 10만원 받은 것까지 범죄시하는 것은 국회의원을 너무 무시하는 것 아니냐”며 “검찰이 너무 지나치게 수사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안 대표의 이 발언은 소액 다수의 후원을 일일이 확인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검찰 수사가 자칫 정치권에 대한 경시 풍조를 확산하고 여야 간 ‘표적 사정’ 논란을 일으킬 수 있음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리고 청원경찰법 개정 당시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이었던 한나라당 조진형 의원은 “서민 중의 서민인 청원경찰들을 위해 반드시 통과시켰어야 했던 법으로, 조금의 후회도 없다”며 “입법 과정에서 불법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당시 행안위원이었던 장제원 의원도 “청원경찰법은 보편타당하고 설득력 있는 법안이었다”며 “청원경찰 측에서 소액 다수의 후원금을 낸 사실을 파악하고 이를 돌려준 바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의 한 최고위원은 “검찰이 전방위 수사를 벌이면서 구체적 근거를 얘기하는 게 아니라 설만 흘리는 것 같다”고 불만을 터뜨리면서 “청목회 사건만 해도 고의로 돈을 받은 정치인은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대대적인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정치인 연루 사실이 입증될 것이라는 예상도 없지 않다. 검찰 출신인 한 중진 의원은 청목회 사건에 대해 “문제의 핵심은 소액 다수의 후원금이 아니라, 입법 대가로 거액의 현금 거래가 있었는지 여부”라며 “검찰이 정치인을 대상으로 소환 수사에 나서면 현재 거론되는 33명 중에서 옥석을 가리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이런 강경 반응은 정치인 본인의 인지 여부와 무관하게 상임위 유관단체 등으로부터 후원금이 들어오는 현실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한번 후원금이 문제되기 시작하면 그 문제에 대해 자유로울 수 있는 의원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당 안에서는 여야가 국회 차원에서 검찰 수사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회 입법권을 보호하기 위해 당시 행안위원이었던 여야 의원들이 공식적으로 입장을 내는 동시에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무총장 등 책임 있는 인사가 함께 우려를 표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이를 위해 한나라당과 접촉할 예정이면서 강경한 대정부 투쟁도 다짐하고 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아니면 말고 식으로 야당을 겨냥한 사정을 하는 것은 예산 국회와 4대강 사업을 놓고 야당 길들이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며 “앞으로 철저히 대응하고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국회 차원의 대응에는 부정적인 자세다. 자칫 집권 여당이 검찰을 압박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으며, 더구나 수사를 받는 당사자가 나설 경우 국민에게 변명하는 듯 한 인식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여야 부글부글…국회 차원 대응 주장도 나와 이와 관련한 정치권의 반응은 우선 국회의 11월 1일 대정부질문에서 야당 의원들이 정치적 목적에 의한 ‘표적 수사’와 ‘정권 비호용 수사’가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자 여당 의원들이 검찰의 ‘당당한 대응’을 요구하며 맞서는 방식으로 노출됐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C&그룹 수사와 관련해 “대검 중수부가 최근 C&그룹 수사로 다시 등장한 것은 사정 정국으로 몰고 가려는 정권의 음모”라며 “중수부는 표적수사, 보복수사의 대명사로 피의 사실 공표는 중수부의 전매특허이며, 이번 수사에서도 재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원혜영 의원도 “이 정권 들어 웬만한 호남 기업 중에 세무조사를 받지 않는 기업이 없다고 한다”며 “중수부가 1년6개월 만에 재개한 수사가 이미 망한 호남 기업(대상)이고 해당 그룹 총수는 즉각 구속한 반면 한상률 전 국세청장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은 해외 도피 중인데 이것을 공정한 수사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따졌다. 이에 한나라당 박민식 의원은 “이런 사건이 생길 때마다 정치권 한쪽에서는 ‘표적수사다’, ‘편파수사다’ 하는 얘기가 나오는데 검찰 수사 개시 요건이 있는 것이 아니냐. 검찰이 자신 없게 말하니까 의혹이 증폭되는 것”이라며 검찰에 당당한 대응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김황식 국무총리도 “정부와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여야, 지역과는 전혀 관계 없이 모든 수사 업무를 집행해야 한다는 게 당연하고 그런 방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청원경찰에 대한 열악한 처우를 개선한 것은 의원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며 “대가성이 의심스러우면 조용히 수사하면 되지 내사 단계에서부터 언론에 대고 검찰이 나팔을 불어대서야 하겠느냐”고 따졌다. 이어 이 의원은 “검찰 수사가 야당 탄압, 정치권 옭아매기 아니냐”고 추궁하면서 “검찰의 피의 사실 공표죄에 대해서도 확실한 문책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추측보도에 불과한 것이지 검찰에서 흘린 사실은 없다”며 “억울한 의원들이 없도록 철저히 감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은 “흘리지 않았는데 어떻게 보도가 되느냐. 검찰에서 장난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질타했다. 하지만 검찰은 ‘범죄는 성역을 가리지 않고 수사한다’는 원칙 아래 본연의 갈 길을 간다는 입장이어서 이번 사정폭풍의 진로가 어디로 꺾일지는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우병우 대검 수사기획관은 “기업을 잘못 운영했을 때 국민과 사회에 끼치는 피해 범위가 광범위한데 총체적 책임을 묻는 기관이나 조사가 없었다”며 “(감사원, 금감원 등 다른 사정기관은) 자기 분야만 볼 수 있기 때문에 결국 검찰 외에는 전체적으로 보고 책임을 물을 적임 기관이 없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부지검 잇단 사정수사…정치인에게 ‘저승사자’ 한편 이처럼 검찰발 ‘사정 폭풍’이 전국에 휘몰아치는 가운데 서울북부지검(검사장 이창세)이 정치인들을 향해 직접 칼을 뽑아들며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정치권에 대한 수사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검중수부와 서울서부지검이 C&·한화·태광그룹 등 기업 오너의 비자금 의혹을 대대적으로 파헤치는 것과 달리 북부지검은 전·현직 국회의원의 비리 연루 의혹을 잇달아 파헤치고 있다. 북부지검이 정치인 사정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은 지난 9월.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헌금을 받은 혐의로 9월9일 김희선 전 의원의 자택과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김 전 의원이 혐의를 강력히 부인한 데다 예전에도 비슷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2006년 8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적이 있어 검찰로서는 수사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만만찮은’ 상대였다. 하지만 검찰은 동대문지역 구의원 출마자부터 현직 시의원까지 관련자를 줄줄이 소환해 조사한 끝에 10월 21일 김 전 의원을 마침내 구속기소함으로써 뚝심을 과시했다. 김 전 의원을 상대로 몸풀기를 끝낸 북부지검은 칼집에서 꺼낸 칼을 거둬들이지 않은 채 여의도를 계속 겨냥하고 있다. 북부지검은 2008년 6월 성북구의 D고등학교 측이 “공시지가 80억 원 상당의 뒷산 부지 매각을 도와 달라”며 건넨 현금 2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여당 모 의원의 보좌관 A씨를 입건하며 수사에 나섰다. 그리고 한나라당 친이계 중진인 장광근 의원이 원외 시절이던 2005∼2008년 동대문의 중견 H건설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5천여만 원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단서를 포착해 10월 19일 보좌관 고 모 씨를 불러 조사한 데 이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조만간 장 의원을 직접 소환해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전·현직 여야 의원을 겨냥한 수사를 잇달아 벌이자 정치권에서는 ‘북부지검은 정치인의 무덤’ 또는 ‘정치인들의 저승사자’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이처럼 개별 정치인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던 북부지검은 10월 28일 여의도 정가를 다시 한 번 깜짝 놀라게 하는 사건을 발표했다. 북부지검은 청목회가 청원경찰의 처우개선 내용을 담은 청원경찰법 개정을 위해 2008∼2009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500만∼5천만 원을 건넨 정황과 단서를 포착해 수개월 동안 계좌를 추적하는 등 내사를 벌여 왔던 것이다. 장기 내사 자료를 토대로 북부지검은 10월 26일 청목회 관계자 11명에 대해 일거에 압수수색과 신병 확보까지 마치는 대담함과 신속함을 보여 대검중수부의 사정 수사를 연상케 했다. 이에 대해 북부지검의 한 관계자는 “정치인 수사는 파장이 크고 결과를 장담할 수 없어 조심스럽다”면서도 입법 로비 의혹에 연루된 일부 의원을 뇌물수수 혐의로까지 처벌할 수 있음을 시사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성역 없는 수사’를 외치는 북부지검은 곧 연루 의혹 의원의 보좌관들을 먼저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정-재계를 폭넓게 아우르는 검찰의 전면적 수사가 어느 쪽으로 진전될지 여의도 정가는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