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6-197호 김금영⁄ 2010.11.22 13:43:24
전시 공간에 떡하니 설치된 QR코드는 ‘역시 요즘에는 스마트폰이 대세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QR코드는 바코드와 같이 정보를 담고 있는 코드로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그 내용을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이 없어 전시를 볼 수 없는 자들은 서글퍼진다. 스마트폰이 있는 자들은 위풍당당하게 QR코드를 찍는다. 그런데 뭔가 대단한 것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돌면서 놀기’, ‘Play with me’ 등 간단한 문구가 뜬다. 갑자기 허탈해진다. 스마트폰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는 이 전시 공간에서 별다른 차이 없이 동등해진다. 이것이 최형우가 의도하는 바이다. 조각을 전공한 최형우는 우연히 마트에서 상품의 바코드를 찍을 때 단순히 가격만 나오는 것을 보고 보다 다양한 것을 담고 싶다는 생각에 미디어 아트에 눈을 돌리게 됐다. 2008년 가진 첫 전시에서는 바코드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바코드는 글자 수가 20~40자로 제한되는 등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QR코드의 등장으로 그는 사진, 영상 등 다양한 것들을 담을 수 있게 됐다. 미디어 아트 전시라 하지만 전시장 안에는 그 흔한 컴퓨터나 오디오 같은 미디어 장치가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관람객들은 불편하게 전시를 관람할 수밖에 없다. 2008년 이뤄졌던 전시에는 바코드를 읽을 수 있는 기계를 둬 다소 ‘친절한’ 전시를 선보였다. 하지만 이번에 최형우는 ‘불편한’ 전시를 제시한다. “전시를 다 봐야한다고 강요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정말 전시를 보고 싶은 분들은 스마트폰을 빌려 와서라도 보시더라고요. 저는 작품을 내놓은 상태에서 관람객에게 간섭하지 않고 뒤로 빠져있는 것이지요.” 전시는 단지 전시장 안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전시장 주변 골목 여러 곳에 최형우는 QR코드를 숨겨 놓았다. 각 QR코드는 다음 장소로 갈 수 있는 정보를 담고 있다. 마치 보물찾기 놀이를 하듯이 관람객은 숨어있는 QR코드를 찾으면서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게 된다. 하지만 최종 목적지에 도달했다 해도 상품으로 공짜 커피 쿠폰만 있을 뿐 역시 거창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전시가 QR코드로 이뤄져 있지만 정작 제가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QR코드가 아니라 전시를 보는 그 과정입니다. 숨겨져 있는 QR코드를 찾고, 때로는 전시장 안에서 스스로 QR코드를 맞춰보기도 하는, 그냥 단순하게 함께 노는 전시라고 할 수 있지요. 앞으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에 대해 이야기하는 전시를 꾸려갈 생각입니다.” www.placema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