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케이 갤러리는 인사동 길 중간쯤에서 골목으로 접어들어가면 왼쪽으로 보인다. 인사동 길은 여러 나라에서 구경 온 수많은 인파로 하루 종일 북적대지만 더 케이가 위치한 골목 안쪽은 여느 다른 골목길처럼 평범하고 때론 한가롭다. 하지만 새 전시가 오픈하는 매주 수요일 오후가 되면 뒷골목에서도 작가들과 그 작품들에서 뿜어져 나온 욕망과 열정, 환희와 기대의 소용돌이가 물결처럼 흐른다. 중앙에서 살짝 비켜나 겉으로 한가롭게 보이는 그곳도 알고 보면 예술과 비즈니스의 치열한 각축장인 것이다. 그 곳에서 더 케이 갤러리는 겉으로는 잔잔하지만 속으로는 야심차게, 정중동의 뉴 웨이브를 일으키는 주목할만한 공간으로 성장하고 있다. “저는 정말로 진정한 화상이 되고 싶어요. 돈을 버는 것은 진정한 화상이 되고 나면 따라올 수도 있는 것이라 생각해요. 부차적인 것이지요.” 올해로 아트 딜러 경력이 11년째인 더 케이 티나 김 대표는 진정한 화상이란 경제적 이익을 좇는 사람이 아니라 좋은 작품을 찾아내 이를 널리 알리는데 성공한 사람이라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어느 화랑 운영자치고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없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김 대표는 유난히 일에 대한 열정이 넘쳤다. “더 케이가 가회동에서 인사동으로 옮긴지 만 1년이 지나는 동안 정말 많은 전시회를 열었어요. 2개 홀을 매주 새로운 작가로 초대해 전시했으니 숨 돌릴 틈 없었죠.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열심히 해야지요.” 그녀는 이어서 구상 중인 여러 가지 전시 기획 아이디어들을 거침없이 설명했다. “다가오는 연말에는 기금 마련 쇼를 할 계획입니다. 매년 말에 고객 초청 이벤트 식으로 전시회겸 파티를 열어 수익금을 좋은 곳에 쓰는 행사랍니다. 내년 초에는 신인 작가 선발전인 'grow out'전으로 화단에 첫발을 내딛는 새내기 작가들을 홍보할 거예요. 금년 초에 처음 시작했는데 잠재성이 무한한 작가들을 많이 찾아냈어요. 이어서 지역 작가 기획전이 계획돼 있는데 전주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초청할 예정입니다. 물론 그 사이에 초대전과 대관전도 빈틈없이 진행되겠지요.” 기자는 티나 김의 일에 대한 확신과 추진력 그리고 에너지 넘치는 포스를 느끼며 그녀의 경력과 백그라운드가 궁금해졌다. 프로필을 요청하자 “프로필은 중요한 것이 아니에요. 사실 특별히 내세울 것도 없어요. 다만 지난 11년 간 우리 문화를 외국에 소개하는 아트 비즈니스에서 전력을 다해 달려온 것뿐입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 대표는 퍼시픽 아일랜드에 거주하며 관광 비즈니스 전문가로 활동하다가 1999년 3월 한국 고미술에 관심 있는 해외 바이어 그룹을 프로모션하면서 미술계에 입문하였다고 한다. 2002년 고미술아카데미 1기 과정을 수료하고 본격적인 엔틱과 고미술품 딜러 일을 시작한 그녀는 한국 문화를 외국에 보급하는데 기여한 공로로 유홍준 문화재청장의 표창을 받기도 했다. 현대미술품 거래는 2006년부터 시작했는데 가회동에 Gallery The K를 오픈하면서 현대미술 전시회를 만들어 나갔고, 2009년 현재의 인사동 공간으로 옮겨 왔다. 더 케이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는 70%가 기획전이고, 30%는 대관을 한다. 대관전의 경우에도 김 대표와 고경 큐레이터가 전반적인 어시스턴트를 한다. 더 케이의 공간적 장점으로는 지하 전시장과 2층 전시장이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승강기를 통해 연결되어 상황에 따라 통합 또는 분리된 전시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전시장 천장이 높아 큰 작품이나 설치 작품도 무리 없이 소화된다. 또한 스쳐가는 발길보다는 애호가의 관람이 많아 작품에 대한 격조 있고 집중적인 감상이 이뤄진다는 점도 좋은 점이다. 더 케이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작가들은 30세에서 49세까지의 신진 작가군이다. 화단에서 이미 명성이나 인기를 확보한 작가들만을 바라보지 않고 김 대표(1966년생)와 함께 내일을 향해 성장해 나갈 유망 작가들과 동행한다는 계획이다. 비록 시장 상황이나 거래 여건이 어렵더라도 멀리 보고 투자해나가겠다고 생각한다. 김 대표가 작가를 바라 볼 때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점은 역시 ‘작가들의 창의성’이라고 한다. 대중들의 선호도를 존중해야 하므로 인기 트렌드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자기만의 독특한 아우라를 보여주지 못하는 작품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믿는다. 스승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작품들, 단기간에 주목받으려고 애쓰는 작품을 만드는 작가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다. 김 대표는 “늘 진정한 예술인을 만나고 싶지만 그리 쉽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3~4년의 불황기를 겪고 있지만 내년에는 해외시장에서부터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희망적인 예측을 하며 “작가들도 배고프고 힘들겠지만 포기하지 말고 오히려 더 많이 작업하면 좋은 날이 올 것이다”라고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