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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추상화의 흐름을 읽다

박서보 회고전, 국제 갤러리 11.25~201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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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198호 김금영⁄ 2010.11.29 13:25:15

캔버스는 작가의 마음을 가득 담아내는 곳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캔버스는 수련을 거듭하면서 자신을 비우는 곳이라 말하는 작가가 있다. 그가 바로 1950년대 불모지였던 한국 미술에 파격적인 추상 미술을 소개한 박서보이다. 국제 갤러리가 박서보의 60여년의 작업 여정을 돌아보는 회고전을 11월 25일부터 내년 1월 20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는 연필로 반복적으로 선을 그은 전기 묘법시대(1967~1989)와 화면에 겹겹이 올려놓은 닥종이, 한지에 물감을 얹어 적신 뒤 손가락과 도구를 이용해 미는 후기 묘법시대(1989~현재), 건축적 밑그림을 여러 단계의 의식적 과정들로 구성한 에스키스 드로잉(1996~현재) 등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진다. 박서보는 1957년 한국 엥포르멜(Informel) 운동에 참여하며 그의 예술 세계의 기틀을 쌓았다. ‘비정형’을 뜻하는 앵포르멜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일어난 추상 회화 운동으로 기하학적 추상에서 벗어나 격정적이며 주관적인 것이 특징이다. 박서보는 1960년대 중반부터는 유전질, 허상 시리즈를 발표하며 보다 발전된 추상 표현주의를 선보였고, 1970년대 이후에는 묘법 회화를 선보이며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했다.

캔버스에 나란히 그어져 있는 선들은 잔잔한 파도 물결을 연상케 하면서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이전 작업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화사한 색채로 이뤄진 작품들도 눈에 띈다. 이는 작가가 추구하고 있는 ‘치유의 예술’과도 맥락이 닿아 있다. “빠르게 변해가는 디지털 사회에서 예술은 스트레스를 빨아들이는 흡인지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림을 보면 행복해지고 안정을 찾아야지 스트레스를 받으면 되겠어요?” 작품 하나하나에는 작가의 삶과 가치관이 녹아들어 있어 친근하게 다가온다. 무수히 이어져 있는 선들 사이에 불쑥 들어가 있는 빈 공간은 그가 감명을 받았던 수평선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제주도에서 택시를 타고 가다가 바닷가를 봤는데 하늘과 바다가 이루고 있는 수평선이 너무나 아름다웠죠. 이것을 작품에 대입했어요.” 어느덧 팔순을 맞은 그이지만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하루에 12~14시간 작업하며 남들과 똑같은 것에서 벗어나 항상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자 한다. “남과 다르게 생각하고, 남과 다르게 행동하며, 남과 다른 방법으로 표현하고자 애써왔습니다. 좋은 술이 오랜 숙성 과정을 거치듯 말입니다. 영원히 쉬게 되는 그 날까지 계속 작품 활동을 이어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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