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그림에 대한 열정과 의지로 ‘사랑’ 전파하는 문활람

천연석채로 만들어낸 청명하고 은은한 색감…일본서 색채보존학도 공부

  •  

cnbnews 제198호 김대희⁄ 2010.11.29 13:40:29

-봄을 사랑한 나무가 있었습니다. 따스한 햇살과 바람의 손길을 주던 봄을 보던 나무는 참 행복했습니다. 어느 날, 봄은 가을을 남겨 주고 떠났습니다. 그리고 풍성하던 나무의 모습은 조금씩 야위어 가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나무는 봄을 그리워했습니다. 야윈 푸르름 대신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빨강이 되어 나즈막히 말했습니다. “널 만난 것 후회 없어”- 서정적으로 다가오는 위 글귀는 작가노트의 일부분이며 글로 쓰인 스케치이기도 하다. 서울 창천동 작업실에서 만난 문활람 작가는 닥지에 천연석채를 사용해 작업하는데 직접 촬영한 사진을 참고하면서 스케치와 메모를 통해 그림을 그린다. 특히 감성이 가득 담긴 그녀의 메모는 작가노트가 되기도 하는데 그녀가 그릴 작품에 나타낼 분위기와 색감 그리고 느낌 등을 기록해 놓는다. 어린 시절부터 오직 화가가 되겠다는 꿈 하나만을 간직하고 살아온 그녀는 미술적 감각뿐 아니라 공부에도 재능이 뛰어났다. 예고를 거쳐 미대에 입학한 그녀는 대학시절이 쉽지만은 않았다. 보고 그리는 건 좋았지만 개념적인 이론에 부딪혔다고 한다. 그러던 중 고고미술사학과로 편입하면서 이론에 집중하게 됐다.

“실기는 이미 익숙해져 있었던 차에 고고미술사학과로 편입을 하면서 배우는 게 많았어요. 회화와 이론을 알고 나니 재료적인 것들이 궁금해졌어요. 그러다 교수님의 권유로 일본을 가게 되면서 종이부터 붓까지 미술 재료에는 수많은 종류가 있고 나에게 맞는 것이 따로 있다는 걸 알게 됐죠. 현재하는 석채 작업은 한국서도 했었지만 대부분 인공적이었죠. 천연 석채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 일본에서 처음으로 보게 됐고 지금까지 주재료로 쓰고 있어요.” 그녀가 쓰는 붓과 천연 석채(천연 광물성 안료)들은 모두 일본서 직접 공수해온 재료들이다. 같은 돌에서 나온 안료라 할지라도 입자에 따라 색이 다르며 작을수록 고와진다. 무엇보다 돌가루를 갤 때 힘과 속도에 따라 색이 확연히 달라진다고 한다. 사실 그만큼 비용도 많이 들고 힘들지만 인공 석채와는 달리 색이 청명하고 은은해 질리지 않고 시간이 갈수록 빠져들게 된다고 그녀는 설명했다.

특히 원색이 강한 석채는 까칠까칠한 입자로 인해 색의 진하고 옅음을 나타내기가 힘들다. 때문에 딱딱한 느낌이 강한데 그녀의 그림은 일반적인 회화를 보는 듯 잔잔하고 은은함이 돋보인다. 여기에 종이는 닥지를 쓰는데 투박하지만 무거운 석채를 견딜 만큼 질기고 수명도 오래가기 때문이다. 이렇게 닥지와 천연 석채의 만남으로 볼수록 깊고 진한 아름다움을 머금은 작품이 완성된다. 원래 동양화를 했던 그녀는 미술 기법에도 관심이 많았다. 눈에 띄는 점 중 하나는 일본으로 건너가 동경예술대학에서 문화재 보존과학 박사과정을 거치며 색채보존학을 공부하고 작업하는데 8년을 투자했다는 점이다. 이는 전통기법을 배우고자 하는 그녀의 생각에서 비롯됐다. 주제 또한 고구려 고분벽화의 과학적 보존과 수복을 전공하면서 고구려 벽화전을 국내에서 열고자 계획하고 있다. 이론과 실기 그리고 재료와 기법 등을 배우고 공부하며 쌓아온 모든 경험은 결국 그림을 잘 그리고자 하는 그녀의 열정과 의지로서 그림을 정말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됐다. “석채는 고구려 고분벽화나 고려불화, 조선조 불교회화까지 폭넓게 사용됐는데 오래도록 고운 색감을 유지하기 때문에 신화적이고 종교적이며 생명력 넘치는 영원한 세계를 구현해요. 일본에서 문화재 보존과학을 배우면서 주로 연구실에서 일했기 때문에 연구를 바탕으로 작업에 응용하고 있어 보람되고 큰 도움이 됐죠. 일본에서 배우고 연구한 기법과 방법을 많은 작가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그녀는 그리고자 하는 소재에는 국한되지 않고자 한다. 그리고 싶은 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 한 가지 그녀가 그리는 모든 그림에 담기는 주제가 있다. 바로 ‘사랑’이다. 다른 모양과 다른 느낌의 그림이지만 모두 사랑을 담고 있다. 그녀가 느낀 이 같은 사랑은 종교적인 깨달음에서 얻은 신앙적인 체험과 경험을 바탕으로 사랑을 그림으로 풀어가고자 하는 점에서 출발했다. 즉 그녀의 모든 작품 속 사랑은 종교적 성찰의 사랑이자 감사하는 마음이다. 앞으로도 사랑은 영원한 주제와 소재가 된다고 말하는 그녀는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점들을 항상 메모하고 그림으로 그려나가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사랑의 실천 중 하나로 전시를 통한 수익금을 좋은 일에 쓰고 싶다. 내년에는 이탈리아 등 유럽 쪽에서 전시를 하며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는 사랑의 실천을 이루는 그 첫걸음으로 한국에 돌아와 첫 번째 개인전을 서울 평창동 갤러리 아폴로에서 11월 17일부터 26일까지 열었고 그에 따른 수익금 일부를 케냐의 선교 사업 후원을 위해 쓰기로 했다. 어떤 계획 없이 우연한 계기로 열린 전시지만 큰 의미가 됐다고 말하는 그녀는 “한 걸음 한 걸음 실천하는 마음으로 차근차근 사랑을 전하고 싶다. 지금도 많이 힘들지만 경험을 쌓고 연구해나가는 과정으로 생각한다”며 힘든 기색 없이 밝고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