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옥생 (미술평론가, 한원미술관 큐레이터) 여성이라는 개념이 문명 발달 이후 존재했던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여성으로서, 남성과의 비교에 의한 고전적으로 부여된 역할로 생긴 ‘사회적 소산물’이라는 점을 우리는 여전히 간과하고 있다. 사실 수천 년에 걸친 여성에 관한 정의는 성녀와 마녀의 극단적인 이중적 원형을 벗어나고 있지 않다고 한다. 여성을 그리는 정연연은 이런 인류의 오랜 시각 속에 고착된 여성의 이중적 시각과 관념들, 여성의 심리를 연구해 나가듯 아름답지만 치명적인 여성들을 그려내고 있다. 그녀의 그림은 종이 위에 수채화를 사용함으로써 식물과 여성이 결합돼 가볍게 때론 유영하듯 여성적인 도상들이 유령처럼 춤을 추듯 연출되고 있다. 식물은 꽃과 동일 선상에서 이해되는 상징으로서 죽음의 부활이나 생명력, 생명의 순환적 의미들을 내포하고 있다. 작가의 유년기에서부터 현재까지 여성에 관한 경험들이 함축된 머리 위에 빼곡히 장식하고 있는 상징의 덩어리들은 여성의 숙명, 운명, 희망, 사랑, 평화와 같은 작가의 숨겨진 여성의 생각들에 관한 집합체이다. 풍성하게 머리를 장식한 여인들 속에서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응집하며, 과거로부터의 상처, 기억들을 환기시키거나 치유하고, 본래의 자신의 심리적 상태나 여성의 내재되 심리를 고백하는 내면의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림을 섬세하고 정교하게 그리며 몰입하고 토해내는 반복의 과정 속에서 작가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정연연의 작품은 아름답다. ‘매혹적이다’와 같은 형언할 수 없는 매력, 꽃과 열매에서 느껴지는 매혹적인 힘과 부드러운 우아함, 달콤함과 같은 감성으로 부풀어 올라 있다. 이런 자아적 환희, 황홀경에 빠진 이미지들 속에서 작가는 수면과 맞닿은 곳에 도사리고 있는 즉물적이고 중독적이면서도 치명적인 심리의 연출을 시도한다. 이는 시바(Shiva)가 탄생과 생명의 신이지만 동시에 파괴의 신인 것처럼 여성은 꽃이나 생명으로 이야기되지만 섬뜩한 상처가 공존하고 있음과 같은 것이다. 양파껍질과도 같이 미로와 같은 알 수 없는 그녀의 n개의 비밀들이 작가의 화면에서 살아나고 있다. 이 매혹적인 그러나 치명적인 여성들에게서 작가의 상처를 발견하게 되는데, 이는 우리 모두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경험할 수 있는 트라우마이기도 하다. 지난 작업의 한 과정 속에서 유희와도 같이 자연스러운 자기치유의 과정을 경험하거나 감상으로서 치유의 과정과 승화를 경험하게 되는 것은 작가의 화면이 주는 일종의 즐거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