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동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 실장 지난 8월 미국에서 발행되는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 지에 재미있는 기사가 실렸다. 바로 ‘은퇴 생활을 망치는 10가지 지름길’이 그것이다. 그 기사에 실린 10가지를 순서대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①너무 많은 부채를 안고 은퇴생활에 접어드는 것 ②생각보다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을 과소평가하는 것 ③너무 일찍 은퇴하는 것 ④충분한 보험보장을 구매하지 않는 것 ⑤인플레이션을 무시하는 행위 ⑥사회활동을 경시하는 것 ⑦은퇴 후 생활비를 하나의 소득원에 의지하는 것 ⑧저축을 충분히 하지 않는 것 ⑨저축한 돈의 관리에 실패하는 것 ⑩유족 배우자의 부양을 태만히 하는 것 등이다. 10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가볍게 지나칠 수 있는 사항은 없는 것 같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사회보장제도가 미발달한 상황에서 급속한 저출산-고령화 현상에 맞닥뜨린 국가의 국민들은 더욱 되새겨볼 만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앞의 10가지를 잘 살펴보면 ③번과 ⑥번을 제외한 나머지는 직접적으로 돈과 관련된 내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이는 너무나 당연한지 모른다. 일부 성직자를 제외하고 일반인들에게 돈 없이 현대사회를 살아간다는 것은 나침반 없이 태평양을 횡단하는 행위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기서는 노후설계에서 돈과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이른바 노후 재테크다. 오늘날 우리나라 사람들은 재테크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 붓고 있다. 부동산 열풍, 고수익을 노리고 대기 중인 엄청난 규모의 유동성 자금, 본래 목적에 어긋나는 적립식펀드의 단기자금화 등등. 그러나 그 어디에서도 노후자금 마련이라는 냄새는 풍겨오지 않는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고령화 속도가 우리의 목을 옥죄어 오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래서는 인생 2막의 가슴 벅찬 희망이 현실화되기는 어렵다. 역발상을 통한 궤도 수정이 절실한 요즘이다. 앞의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 지의 내용을 거꾸로 생각해보면 노후 재테크 관점에서 유용한 7가지 전략을 도출할 수 있다. 첫째, 은퇴하기 전에 부채의 경감에 신경을 써야 한다. 많은 부채를 안고 은퇴생활에 접어드는 것은 섶을 안고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현역 시절처럼 많은 소득을 창출하기 힘든 은퇴기에 이자까지 부담하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소득을 갉아먹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최소한 은퇴하기 10년 전부터 부채의 경감에 착수해야 한다. 이미 때를 놓친 사람이라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처분해서라도 부채를 경감해야 한다. 둘째, 생각보다 너무 오래 사는 ‘장수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의 붕괴라는 아픈 상처를 안고 있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는 조기 사망에 민감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의 조기 사망은 한 가족의 파멸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상황은 급변했다. 조기 사망의 반대인 장수가 우리의 어깨를 짓누르기 시작한 것이다. 선조들이 보면 호사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장수가 리스크로 통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과거에는 40년 정도 일하다 5년 정도 뒷방 생활을 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20~30년 정도 일하고 그에 상응하는 기간이나 그 이상을 은퇴기로 보내야 한다. 이러한 장수 리스크에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종신연금이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늘리고, 퇴직연금은 일시금이 아니라 연금으로 수령하고, 개인연금 가입을 서둘러야 한다.
또한 요즘은 옛날과 달리 자녀에게 노후를 의지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자녀에게 과도한 투자도 금물이지만, 퇴직금이나 주택처분 자금 등 일시에 거액을 손에 쥐었다면 일시납즉시연금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자녀나 친인척에게 뺏길 염려가 없다. 셋째, 충분한 보험보장을 통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인간이 한 평생을 살다 보면 수많은 사건과 사고에 노출된다. 특히 일정한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을 창출하기 힘든 은퇴기에 치명적인 질병이나 사고에 노출되면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일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기는 힘들지만, 이런 일이 닥쳤을 때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스스로 마련할 수 있다. 바로 보험이다. 특히 사고와 질병에 대비하는 보험은 필수품이다. 보험을 통한 보장이 충분하지 않으면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넷째, 노후자금 준비에는 반드시 인플레이션이 감안돼야 한다. 은퇴 기간이 길지 않았던 시기에 인플레이션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처럼 은퇴 기간이 현역 시절과 맞먹거나 그 이상인 시대에 인플레이션은 자칫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매년 3%의 물가 상승률이 20년 정도만 지속되어도 원금은 반 가까이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노후자금을 준비할 때에는 인플레이션을 고려해 그 규모를 산출해야 한다. 다섯째, 은퇴 후 생활비를 안전하게 조달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소득원을 마련해 둬야 한다. 장구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가계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 역시 마찬가지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치가 오르는 자산이 있는가 하면, 떨어지는 자산도 있다. 이러할진대 은퇴 후 생활비를 특정 자산에 기대고 있다면, 이는 ‘모 아니면 도’ 식의 간 큰 사람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두 간이 큰가 보다. 가계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같은 동양권인 일본인은 물론 서양 사람들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부동산 사랑은 너무 지나치다. 가계자산과 관련한 최근 데이터를 보면, 일본 가계의 부동산 비중은 40% 정도, 미국에서는 35% 정도에 그치고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80%나 된다. 사랑도 과하면 병이 된다고 했다. 병을 자초할 것인가, 병을 치유할 것인가 그것은 선택의 문제이다. 여섯째, 충분한 수준의 저축을 마련하고, 이를 잘 관리해야 한다. 나름대로 노후를 잘 준비했다 하더라도 살다보면 별의별 일이 생긴다. 그런 일이 생기면 반드시 돈이 필요하다. 그때를 대비해 항상 여유 자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충분한 저축은 생활의 윤활유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별도의 계좌를 만들어 현역 시절부터 조금씩 준비해야 한다. 충분한 저축을 마련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이제는 그것을 잘 관리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저축자금을 다양한 금융상품으로 분산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 일곱째, 유족 배우자의 부양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노후자금 마련 과정에서 쉽게 빠뜨리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유족 배우자에 대한 배려이다. 특히 현행 결혼 관습을 생각할 때 남편 사후 부인의 여생이 문제다. 약 10년 정도로 예상되는 부인의 여생을 책임지는 따뜻한 남편이 되어야겠다. 이를 위해서는 보험사에서 판매하는 종신보험이 유용하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부인의 여생에 필요한 생활자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