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 대응해 응사한 K-9 자주포탄 80발이 과연 어디로 떨어졌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거리 40㎞ 이상으로 최대 3분간 분당 6발을 사격할 수 있는 K-9 자주포는 살상 반경이 가로 50m×세로 50m에 달하기 때문에 이 범위 내에 있는 인명이나 시설은 거의 온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화력을 가진 자주포 80발이 북한의 개머리, 무도 해안포기지를 향해 집중적으로 발사됐기 때문에 북측에 엄청난 피해가 났을 것으로 군은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북측이 어떤 피해를 당했는지에 대해서는 북측이 유-무선 교신을 하면서 피해 상황에 대해 일체 입을 다물고 있기 때문에 상세한 관련 첩보가 입수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999년 1차 연평해전 때는 30여명이 사상했다는 첩보를 유-무선 통신으로 감청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에는 북한 해안포 기지 주변의 위성사진과 정찰화면에도 정확한 피해 상황이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80발 중 상당수가 바다로 떨어진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K-9 자주포는 1989년 개발에 착수한 뒤 10여년의 연구 개발 끝에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삼성테크윈에 의해 생산됐으며 1999년 연평도에 처음 배치됐다. K-9 자주포를 북한 지역으로 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군 관계자들도 그 성능과 위력에 많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북한 측 피해 상황, 아직도 오리무중 따라서 11월 23일 연평부대에서 북측 무도 해안포 기지를 향해 대응 포격을 했을 때 기지 주변에 탄착됐고 산불이 발생한 것이 관측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합참의 한 고위 관계자는 “북측 피해를 분석하려고 하지만 제한적으로 식별되고 있다”며 “무도와 개머리 지역에 화재가 발생했고 개머리 지역에는 다수의 피탄 흔적이 식별됐으며, 무도 지역에서도 교통호가 매몰되는 등 맞은 흔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북측에 많은 피해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북측의 암호 체계가 바뀌어 피해 상황을 파악할 수 없다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보 당국은 우리 군의 대응사격 80발 중 45발의 탄착 지점을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북측의 피해상황과 나머지 35발의 행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은 12월 1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우리가 80발의 대응 사격을 했는데 45발에 대해서는 탄착 지점을 확인했다”며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45발 가운데 30발은 122㎜ 방사포를 쏘았던 개머리 지역에, 15발은 76.2㎜ 해안포를 발사한 무도에 탄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나머지 35발의 행방과 함께 K-9의 살상 위력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북측 피해 상황이 어느 정도로 파악되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의 피해 상황이 바로 드러나지 않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북측이 의도적이고 계획적으로 도발을 감행했기 때문에 미리 피해를 줄이기 위해 병력과 장비를 대피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북한군 포병 출신 탈북자들은 우리 군의 대응 사격이 13~14분 만에 이뤄지면서 북측 개머리 지역에서 방사포 사격을 가한 병력과 장비가 이미 대피한 뒤였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 강원도 김화군의 포병 중대에서 근무했다는 탈북자 박건하(가명) 씨는 “이번에 연평도를 공격한 북한의 방사포는 122mm로, 발사 후 갱도로 철수하는 데 보통 10분도 걸리지 않는다”면서 “우리 군의 대응 포격으로 북한 포병 부대가 직접적 피해를 봤을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개머리-무도 해안포기지 피탄 흔적 있다” 45발 중 나머지 포탄은 육지가 아닌 바다에 떨어졌거나 육지에 떨어졌더라도 위성사진에 포착되지 않는 지역에 탄착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국회 정보위 소속 한 의원은 “45발 중 상업용 위성으로 확인한 14발은 탄착점이 확인됐는데 전부 다 북한의 포 진지 위쪽 논바닥이 떨어졌더라”며 “(그곳에) 6개 포 진지가 있었는데 그 뒤쪽으로 다 떨어졌다”고 전했다. 한편 국정원은 12월 2일 우리 군이 대응 사격한 포탄 80발 가운데 15발이 북한 무도 내 위치한 해안포 부대(중대본부) 진지 안에 떨어졌다고 추가로 밝혔다.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와 언론에 우리 군이 발포한 포탄 탄착 지점이 포착된 북한 해안포 기지인 무도 지역의 위성사진과 이를 절반으로 축소한 위성사진 등 모두 2점을 공개하면서 이같이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 해안포 기지 내에 떨어진 포탄들 가운데 막사와 가장 인접해 떨어진 포탄과의 거리를 두고 한나라당 이범관, 민주당 최재성 의원 등 여야 정보위 간사들은 논란을 벌였다. 이 위성 사진은 연평도 도발 이틀 뒤인 11월 25일 촬영된 것으로, 사진에는 북한군 기지 내 막사 및 각종 지원 시설의 모습과 함께 노란색 원으로 15발의 탄착 지점이 표시돼 있었다. 이에 대해 국정원 측은 “15발 중 2발은 건물로부터 10m 반경에 각각 떨어졌다”면서 “K-9 자주포의 피해 반경이 50m라는 점에서 건물 2채 외에도 주변 건물의 일부 파괴가 추정된다”고 보고했다. 물론 국정원은 이들 건물 2채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최 의원은 “지원시설이나 창고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1발은 막사로부터 25m 정도 떨어진 지점에 탄착돼 막사 일부가 피해를 입었을 수 있다”면서 “중대본부 내 15발이 떨어져 상당한 인명 피해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K-9 자주포의 피해 반경은 50m이지만, 살상반경은 25m라는 점에서 막사와 불과 25m 떨어진 곳에 포탄이 떨어졌다면 인명 피해가 있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최 의원은 “국정원 측은 오전 동일한 사진을 설명하면서 막사와 가장 가까이 떨어진 포탄의 거리를 50m라고 했다가 이제 와서 30m, 25m라고 정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 간사인 이 의원은 “국정원의 설명은 포탄과 막사의 거리가 25m라고 확실하게 얘기했다. 국정원이라는 기관이 허위로 보고한 게 아니다. 믿어 달라”고 반박했다. 또 국정원이 ‘지름 50m’의 기준을 표시한 빨간색 큰 원을 놓고도 여야의 논란은 계속됐다. 이와 관련 최 의원은 “빨간색 큰 원은 국정원이 그려온 것으로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고, 이 의원은 “빨간색 큰 원은 전문가를 통해 그린 것이고, 엉터리나 추정한 게 아니다”라고 맞받아쳤다. 김무성 “대응사격 80발 중 35발은 바다로 떨어져” 국정원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바다에 인접한 쪽의 진지에 포탄 10발이 집중적으로 떨어졌으며, 나머지 5발의 흔적은 막사와 지원 시설로 추정되는 건물 사이에 일렬로 형성돼 있었다. 그리고 앞서 국정원은 이날 오전 정보위 예결심사소위에서 언론에도 공개한 위성사진과 함께 같은 지점의 위성사진 1장, 개머리 지역에 대한 아리랑위성 사진 1장 등을 공개했다. 이들 사진을 통해 확인된 탄착 지점은 무도 15발과 개머리지역 20발 등 총 35발로서, 개머리지역의 20발에는 논-밭에 떨어진 것으로 이미 확인된 14발이 포함됐다는 게 정보위원들의 설명이다. 최 의원은 “개머리 지역의 20발 중 오늘 추가로 탄착 지점이 확인된 6발은 기존에 공개된 14발보다 (방사포 진지에서) 더 떨어져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 정보분석 기업 ‘스트래트포’ 웹사이트에 게재된 북한 개머리 지역 위성사진을 보면 K-9 자주포 피탄 흔적 14곳이 모두 북한 논밭에만 나타나 있는 반면 길을 사이에 두고 북한군 방사포 6문이 나란히 배열되는 포대로 추정되는 곳에는 피탄 흔적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즉 우리 군이 대응 사격으로 발사한 K-9 자주포가 상당 부분이 북한의 군사 시설을 타격하지 못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편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12월 2일 북한의 연평도 무력 도발 당시 우리 측의 대응과 관련해 “K-9 자주포 80발이 발사됐는데 위성 사진으로 탄착점이 확인된 것은 45발이며 나머지 35발은 바다에 떨어졌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탄착점이 확인된 45발 중 14발을 사진으로 확인한 결과 북한 포 부대는 언제인지 모르게 빠져나가 버렸고 한발도 명중하지 못했으며 14발은 모두 주변 논과 밭에 떨어졌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어 김 원내대표는 “K-9 자주포가 반경 50m를 쑥대밭으로 만든다고 국방위에서 보고받았으나 (이번 대응 시) 논에 조금 흩어진 것밖에 보이지 않았다”며 “가슴 떨리는 심정으로, 국가정보원장이 모두 정밀 조사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국민에 알려야 한다. 국민이 군의 현 상황을 알아야 하며 이번 일이 군 쇄신을 위한 전화위복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리고 김 원내대표는 “내가 국방위에 있었는데 대북 국방 태세를 점검하고 회의를 할 때마다 완벽하게 준비돼 있다는 답변을 들었으며 백령도에서 하룻밤을 자면서 체제를 보았고 세계 최고 성능인 K-9 자주포의 사격 시범도 여러 차례 보았다”며 “북한이 포문을 열고 사격하면 5분 안에 초정밀 K-9 자주포가 대응사격을 해 북한 진지를 쑥대밭을 만든다고 보고해 우리를 가슴 흐뭇하게 만든 적이 있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와 함께 국회 정보위 권영세 위원장은 북한의 추가 도발 징후에 대해 “국정원 측이 3∼4개의 도발 가능 징후를 꼽았으나,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이를 간과할 수 없으며, 모든 가능성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권 위원장은 ‘8월 감청을 통한 북한의 도발 징후 확인’과 관련해 “(브리핑에서) 과장되게 나간 것 같다”며 “당시 유선이 아닌 무선, 비문이 아닌 평문으로 이뤄진 교신을 감청했고, 북한의 기만 통신이 많다는 점에서 8월 감청 건을 연평도 사태 징후로 연결 짓는 것은 무리”라며 “또한 청와대에 보고했더라도 전반적인 보고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