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번지가 2010년의 마지막 전시로 12월 9일부터 2011년 1월 2일까지 서은애 개인전 ‘유쾌한 은둔’전을 연다. 이번이 6번째 개인전인 서은애는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던 다양한 형식의 동양화 작업을 새롭게 선보인다. 그녀는 수묵화의 전통적 화법을 이용해 인간이 가진 이상향에 대한 상투적인 이해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한다. 고전 작품의 토대 위에 현대적 이미지들을 표현해 어색하지만 그 풍경 속에 이미 한 몸이 된 듯 편집된 화면은 작가만의 새로운 작품 세계를 탄생시킨다. 여기에 옛 그림과 시를 읽으며 교감하고 이를 작품에 투영시킨다. 화면에 표현된 사람의 얼굴은 작가 자신의 얼굴이며 작가는 그렇게 그림 속으로 들어가 그림의 주인공이 되어 산수를 유람하고 신선이 되기도 하면서 달관의 경지에 이른 지혜롭고 여유로운 삶을 연기한다. 화면에 펼쳐진 풍경은 과거의 모습이지만 과거에 속한 것이 아니며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작가의 모습 또한 현재의 그녀는 아니다. 그녀는 이렇듯 예나 지금이나 꿈꾸는 우리들의 이상향을 현대적으로 표현한다. 이는 그녀 스스로가 꿈꾸는 이상향의 세계이기도 하다.
미술평론가 박영택은 “서은애는 작업실 공간에서 선인들이 추구했던 행복한 삶을 반추한다. 유한한 인간 세상에서 겪는 온갖 풍파를 담담히 여겨내고 희로애락에 부침하며 견디는 모습도 읽어본다. 그들이 꿈꾸었던 지극히 인간적이고 보편적인 행복과 욕망 역시 곰곰이 되새겨 보았다. 본인 역시 그와 무관하지 않은 행복과 욕망을 꿈꾸고 있음을 알았다. 다만 시공간이 다르다 뿐이지 인간이란 존재가 겪는 모든 것들은 불변한다. 예술은 그 불변하는 ‘인간’의 모든 문제를 다룬다”고 평했다. 이번 전시에서 서은애는 두루마리 형식의 휴대용 미니 산수, 자개 작품, 1885년 청대 말기에 발행된 화보집 ‘시중화’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화책 형식의 작품 등 다양한 형태의 신작도 선보인다. 특히 액자에 비단을 두른 작품에서 비단은 그녀가 작품의 색과 느낌 등 적절하게 어울릴 수 있는 색으로 직접 골라서 작업했다고 한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서은애만의 독특한 동양화 작품들과 함께 각자 꿈꾸는 이상향의 세계를 떠올려보는 소중한 시간이 된다. 서은애는 1970년 울산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대학, 대학원을 졸업했고 현재 동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02)722~3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