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5일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개막된 ‘삼총사’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동명소설을 뮤지컬로 만든 작품이다. 탄탄한 이야기, 화려한 캐스팅과 무대, 귀에 익은 음악 등으로 무장한 ‘삼총사’는 지난해 초연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앙코르 무대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두 번째 공연은 유준상, 민영기, 김법래, 엄기준, 김무열 등 기존 배우와 함께 서범석, 최수형, 김진수, 규현(슈퍼주니어), 제이(트랙스), 다나(천상지희 더 그레이스) 등 초연 때보다 화려하고 젊어진 배우 캐스팅으로 관객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이들 가운데 민영기(37)는 2010년을 특히 바쁘게 보낸 배우다. 지난 5월 탤런트 이현경과 결혼해 유부남 대열에 오른 민영기는 ‘삼총사’까지 공연 다섯 편, 음반(‘The 1st’) 취입 등 숨 가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일 때문에 달콤한 신혼생활도 반납했다. “결혼 전부터 약속한 공연이어서 안 할 수가 없었어요. ‘사마이야기’는 1년 전부터 얘기가 됐고, ‘모차르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도 그렇고요. ‘삼총사’는 앙코르 공연할 때 ‘다음에도 무조건 같이하자’고 약속했죠. 신혼생활도 중요하지만 약속은 사회생활에서 더없이 중요하니 이해해 달라고 아내에게 신중하게 말했고 아내가 허락해 줬어요.” 초연 때 오페라 가수 출신 로맨티시스트 ‘아라미스’로 여심을 사로잡은 민영기는 이번에도 같은 역할을 연기한다. 초연 때도 함께했던 유준상(아토스 역), 김법래(포르토스 역)와 삼총사가 되어 무대 위에서 ‘우리는 하나!’를 외칠 생각에 즐겁다는 그다. 공연을 한 주 앞두고 충무아트홀에서 만난 민영기와 다사다난했던 그의 2010년과 2011년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그는 ‘삼총사’와 최근에 발표한 음반 이야기가 나오면 목소리에 힘이 강하게 들어갔다. 이현경과의 2세 계획도 털어놨다. -두 번째 하는 삼총사, 어떻게 달라졌나요? “아이돌 스타 제이와 규현이 들어오면서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어요. 달타냥이 더 어려지고 쾌활해졌죠. 이번 공연은 초연과 앙코르 때보다 더 버라이어티하게 만들기 위해 펜싱 장면을 늘렸고요.” -같은 작품을 연이어 또 출연하면 관객과 언론의 관심이 배우의 연기 변화에 쏠리기도 합니다만. “재해석하고 리바이벌하면서 오히려 정리된 느낌이 있을 수 있죠. 초연 때 몰랐던 부분을 더 세밀하게 느낄 수 있어 좋고요. 새로 합류한 배우들과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윈윈(Win-Win)하게 될 것 같습니다.” -유준상과는 ‘잭 더 리퍼’에서 더블캐스팅으로 라이벌 관계이다가 ‘삼총사’에서는 형제 같은 역할로 호흡을 맞추는데요, 기분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합니다. “유준상 형이 ‘삼총사’ 초연 때 저와 무대에서 함께 연기하다가 ‘잭 더 리퍼’ 때 같은 역할이니까 만날 시간이 없어서 재미없다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형과 더블일 때는 경쟁보다 아쉬움이 더 커요.” -아라미스는 로맨티시스트인데요, 실제로 낭만적인 남편인가요? “하하. 저는 이벤트를 못하는 남편이에요. 그런데 이번에는 아내가 저와 결혼하고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거든요. 그래서 아내를 위해 무얼 해줄까 고민하다가 아내가 트리를 갖고 싶다고 해서 트리 재료를 사왔어요. 아내를 소파에 앉혀 두고 제가 트리를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게 했죠. 아내가 흐뭇한 미소를 짓더군요. 이런 행동이 낭만과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아내와 저는 식탁에 촛불만 켜놓고 앉아서 와인 한 잔 마시면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해요.” -결혼할 때 직접 축가를 불러서 화제가 됐는데요, 평소에도 현경 씨에게 노래를 자주 불러주나요? “평소에는 잘 안 부르죠. 아내에게 노래를 가르쳐 주면서 부르는 정도입니다.” -결혼하고 나서 더 젊어지는 것 같은데요, 그 비결은 뭐죠? “저도 제가 회춘하고 있다는 걸 느껴요(웃음). 와이프가 저의 스타일리스트거든요. 옷도 아무거나 못 입게 하다 보니.” -여러 작품을 몰아서 하면 헷갈리지 않으세요? “한 작품을 하면서 다른 작품을 연습하면 대사나 노래가 헷갈리지 않으냐고 묻곤 하는데요, 상대방의 대사를 잘 들으면 내 대사나 마음이 떠올라서 헷갈리진 않는 것 같아요. 보통은 남의 대사도 외우니까요. 그게 배우란 직업이죠.” -뮤지컬 스타에서 ‘이현경 남편’이란 호칭도 많이 보이는데요, 기분이 이상하지 않습니까? “처음에는 기분이 상했어요. 민영기 하면 나름대로 뮤지컬계에서는 알아줬는데, 언제부턴가 ‘이현경-민영기 커플’ ‘이현경-민영기 부부’라고 부르니까요. 아내는 그런 저를 배려하겠다고 인터뷰 할 때마다 타이틀을 ‘민영기-이현경 부부’라고 해달라고 부탁한다고 하더군요(웃음). 뭐,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잃어야 한다는 생각은 있어요. 사랑하는 아내를 얻었으니 명성이나 그런 것은 잠시 접어도 될 것 같아요. 그런 게 행복인 거죠.”
-남성 캐릭터가 매력적인 작품을 많이 해 왔는데요,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나 역할은 무엇입니까?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요, 첫 손 꼽는 작품은 제게 남우신인상을 준 ‘로미오와 줄리엣’입니다. 첫 주인공 작품이어서 그런지 애착이 가요. 두 번째는 ‘화성에서 꿈꾸다’의 정조 역할입니다. 이 역할로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공부를 많이 했거든요. ‘삼총사’는 남자만의 의리로 작품이 이뤄질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즐겁게 할 수 있어서 애착을 많이 갖게 됐어요. ‘삼총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하고 싶어요. 퇴물 삼총사들과 새로운 삼총사가 한 무대에 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웃음).” -자신과 가장 잘 어울리는 역할은 뭐라고 생각하죠? “‘사극이 잘 어울리는 배우’ 1위로 민영기를 꼽은 기사가 있는데요, 그 타이틀을 정말 좋아합니다. 어떤 분야라도 1위를 할 수 있다면 영광이죠. 애착이 가는 배역 역시 역사적인 인물이고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인물도 시대극에 있지 않을까 싶어요.” -민영기 하면 김법래, 서범석이 떠오르곤 하는데요, 실제론 어떤 관계인지 궁금합니다. “함께한 작품이 많아서 그렇게 느끼나 봅니다. 서범석 씨와는 ‘겨울 나그네’에서 제가 민우를 연기할 때 현태 형으로 호흡을 맞췄고, 그 전년도에는 ‘지킬 앤 하이드’에서도 지킬로 각자 무대를 꾸몄습니다. 김법래 씨는 제가 뮤지컬을 하기 전에 오페라를 전공하고 있을 때 처음 본 배우인데요, ‘어째서 저 사람은 뮤지컬을 하고 있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노래를 잘했어요. 성악을 전공해서 더 관심이 가는 배우죠.” -최근 대중음악 가수로 데뷔했는데요, 그 계기는 뭔가요? “10년이 넘게 뮤지컬 배우로 살다보니 이제는 뮤지컬 마니아뿐 아니라 대중에게 저를 어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도전하게 됐어요. 외도라고 지적하는 분도 있지만 저는 도전이라고 생각해요. 음반을 낼 계획은 몇 년 전부터 있었지만 그때는 뮤지컬 하이라이트 곡이나 팝페라를 생각했는데요, 그것 역시 대중에게 다가가기 힘든 것 같아 대중음악 음반을 냈습니다.” -타이틀곡 ‘걷다가’는 어떤 노래인가요? “‘걷다가’ 하면 쓸쓸함이 저절로 떠오르지 않나요? ‘니가 걸어가다가 멈추지 못해서 언제든 돌아와’라는 가사가 나오는데요, 겨울과 잘 어울리는 따뜻한 멜로디가 특징인 음악입니다.” -성악 전공자이기 때문에 가요를 부르기는 어색했을 것 같은데요. 어려운 점은요? “별로 어렵지 않았어요. 프로듀서 김태훈 피디가 사전에 노래를 듣지 말라고 한 덕이죠. 보통은 가이드 음악을 듣거나 악보를 보고 난 뒤에 노래를 부르기 마련인데 제가 일단 보면 분석을 할지 모르니 그냥 즉흥적으로 담백하게 부르자고 해서 그 말에 따랐어요. 아무 준비 없이 갔는데 간 자리에서 앨범을 만들어 줬고요. 힘든 점을 꼽자면 뮤지컬 배우다 보니 노래에 감정이 안 실릴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감정을 빼는 일이 힘들었어요.” -뮤지컬 배우는 뮤지컬 노래를 입에 달고 살 것 같습니다. 애창곡은 뭡니까? “저도 대중가요를 좋아해요. 김범수나 이적의 노래를 주로 부르죠. 애창곡은 ‘다행이다’와 ‘보고 싶다’입니다. 아내요? 아내는 주로 ‘뽕짝’을 부릅니다(웃음).” -노래와 연기, 어느 쪽이 더 즐겁나요? “둘 다 너무 즐거워요. 그래서 뮤지컬을 하나 봅니다. 음반 작업을 해보니 노래도 너무 즐겁고 연기는 뮤지컬을 10년 동안 하면서 재미를 느꼈고요. 뭐가 더 재미있다고 규정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좋아요.” -드라마나 영화에 진출할 계획은요? “물론 도전할 생각이 있습니다. 섭외는 많이 들어 왔는데 무대와의 약속을 확실히 지키지 못하고 외도하는 것 같아 말곤 했었죠. 지금은 아니고요.” -시아준수나 규현 등 아이돌 가수들의 뮤지컬 무대 데뷔를 지켜본 선배 배우로서 그들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저는 그 친구들의 장점을 높이 삽니다. 아이돌 스타가 괜히 아이돌 스타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거든요. 특히 시아준수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모차르트!’를 할 때는 염려 반 기대 반이었어요. 연습실에서 앳되고 어설픈 모습을 많이 보인 터라. 또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뮤지컬 경험이 많은 배우에게도 결코 쉬운 무대가 아니거든요. 그런데 무대에 세워 놓으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미친 듯이 연기를 하는 거예요. 정말 깜짝 놀랐죠. 규현과는 아직 무대에 서지 못해서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그 친구도 시아준수처럼 기대가 많이 됩니다.” -아이돌 가수들의 뮤지컬 진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세요? “저는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10~20대의 눈을 뮤지컬 쪽으로 돌린 계기가 되니까요. 그 중에는 뮤지컬을 전혀 안 보는 친구도 많을 텐데, 좋아하는 아이돌을 통해 뮤지컬을 처음 접하면서 뮤지컬에 매력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시아준수를 보러온 팬 중에 저를 보고 반해서 가기도 하고요(웃음). 아이돌에게는 무대가 무섭지만 즐겁다는 사실과, 배우와의 화합을 알게 하고, 저희들은 아이돌과 함께하는 것을 배울 수 있으니 시너지 효과가 됩니다. 하지만 도전하는 친구들에게는 진정성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어요. 겁 없이 도전했다가 손가락질 당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다행인지 모르지만 저와 함께한 (아이돌) 친구들은 그런 적이 없네요(웃음).” -연말연시를 어떻게 보낼 계획입니까? “공연을 하면서 보낼 것 같아요. 올해는 결혼도 하고 음반도 내고 작품도 다섯 편 이상 하고 정말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습니다. 내년도 기대가 됩니다. 결혼 일주년이 있고 2세도 준비해야 하고 특별한 2011년이 될 것 같아요.” -공연 계획은요? “일단 ‘삼총사’ 지방 공연이 있고, 5월에는 ‘모차르트!’에서 또다시 대주교 역할로 인사드릴 것 같습니다.” -끝으로 관객과 ‘CNB저널’ 독자들에게 한 말씀. “우선 ‘삼총사’로 연말과 내년 초에 여러분을 만나고 싶습니다. 최근 음반도 냈고 좀 더 편안하고 벽이 없는 민영기로 다가가기 위해 노력할 테니 여러분도 저를 편안하게 봐주길 바랍니다. 올 한 해도 마무리 잘 하고 내년을 기쁘게 맞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