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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성 성 칼럼]의처·의부증은 침대에서 없어진다?

모자·남녀를 단단히 묶어주는 ‘옥시토신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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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200-201호 편집팀⁄ 2010.12.20 14:40:12

박혜성 동두천 해성산부인과 원장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내분비학 전임, 인제대 백병원 산부인과 외래 조교수 역임) 분만을 하고, 수유를 하는 동안 분비되는 중요한 호르몬이 옥시토신이다. 옥시토신이 분비되면 자궁은 수축을 하면서 통증을 느끼고, 어쩔 땐 지독한 통증으로 괴로움을 당하기도 한다. 그래서 산고를 인간의 고통 중에 최고로 치기도 한다. 하지만 옥시토신 탓에 통증만 느끼는 건 아니다. 분만할 때 어떤 여자는 옥시토신 덕분에 오르가슴을 느끼기도 한다. 분만 때 나오는 옥시토신은 그 아이를 위해 평생 희생하고 싶어지는 마음을 엄마 마음에 심어 준다. 자기 아기가 아니더라도 젖만 물리면 옥시토신이 나오고 아기에게 깊은 애정을 느끼게 된다. 낳은 정과 기른 정이 다르다고 하지만 호르몬 차원에서 본다면 모두 옥시토신과 관계가 있는 감정이 된다. 옥시토신은 출산 과정에서 산모의 몸속에서 그 농도가 급속도로 올라가면서 진통을 자극하기 때문에 그리스어로 '빠른 출산'이란 의미로 옥시토신이라고 이름이 붙여졌다. 진통을 자극하기 때문에 이 호르몬을 출산유도제로 사용하기도 한다. 출산 직후 산모나 신생아에서 옥시토신 수치가 최고조로 올랐다가 출산 후 30분이 지나면 천천히 정상치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아이와 어머니는 출산 과정에서 모두 다량의 옥시토신에 노출된다. 프로락틴과 함께 옥시토신은 젖 분비를 돕는다. 옥시토신은 모유 생산을 책임질 뿐만 아니라 유두 손상까지 방지한다. 그래서 젖이 잘 나오지 않는 젊은 산모에게 옥시토신을 처방하기도 한다. 아기에게 젖을 물릴 때 엄마 몸에서 솟구쳐 나오는 옥시토신은 모유를 통해 아기 몸속으로 들어간다. 엄마와 아기를 옥시토신 호르몬이 더욱 끈끈하게 연결시켜 주는 결과가 된다. 이래서 옥시토신은 산모와 유아의 사랑스러운 관계 형성의 기본이 된다. 옥시토신 분비가 증가하면 산모는 만족감과 편안함, 행복을 느낀다. 덕분에 혈압은 낮아지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 농도는 떨어진다. 이렇게 좋은 기분은 또 아기에게 전해진다. 암쥐에게 옥시토신을 투여해 모성애를 자극하면 암쥐들은 어린 쥐처럼 보이는 물건까지 헌신적으로 돌본다. 반대로 옥시토신 분비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면 어미 쥐들은 아기 쥐를 내팽겨친다. 모성애에 이 호르몬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젖을 물리면 엄마 몸속의 옥시토신 농도가 높아지면서 아기 사랑하게 되고, 엄마의 옥시토신을 모유로 먹은 아기는 엄마 더욱 믿어 옥시토신이 소중한 역할을 하는 것은 엄마와 아기 사이뿐이 아니다. 남녀의 사랑에서도 이 호르몬은 중요하다.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매일 부드러운 마사지를 받은 쥐들은 마취 없이 수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적인 상태가 되었다. 접촉을 통해 옥시토신 분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사람의 경우에도 쓰다듬거나 마시지를 하거나 섹스를 하면 옥시토신이 증가한다. 연인들 사이의 깊은 스킨십은 옥시토신을 폭발적으로 분출시킨다. 사랑받는 여자가 편안해 보이고, 정서적으로 안정적인 것도 옥시토신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과 관계있다. 반대로 사랑을 못 받는 여자는 히스테리컬해지고 정서적으로도 편안하지 못하며 우울해 하기도 한다. 이런 실험 결과도 있다. 면접시험을 보는 여성들 중 한 그룹에만 남자 파트너가 여성의 목을 마사지해 줬다. 그러자 옥시토신 수치가 올라가면서 심장박동이 느려지고 손 떨림이 멈췄다. 얼굴엔 화색이 돌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도 줄었다. 나머지 여성들은 이런 마사지를 받지 않았다. 그 결과 이들 여성들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고, 면접에서도 나쁜 점수를 얻었다. 부드러운 신체 접촉은 옥시토신을 분비시킨다. 따라서 몸 또는 마음이 아프거나, 우울증 또는 불면증에 시달리는 여성에게 이런 신체 접촉은 약이 된다. 그래서 많은 여성들이 스킨십을 원한다. 어루만지는 행위는 우리에게 행복감을 준다. 그래서 사랑을 할 때는 스킨십을 해야 한다. 키스나 포옹이나 쓰다듬는 행위는 모두 옥시토신을 분비시킨다.

아이들도 부드러운 스킨십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정서적으로 편안해진다. 목욕할 때나 목욕 후에 부드럽게 마사지를 해 주면 좋다. 스킨십에도 요령이 있다. 분당 40회 정도 속도로 쓰다듬을 때 옥시토신이 가장 많이 분비되고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실제로 사람이 애정을 갖고 쓰다듬어 줄 때 그 정도 속도가 나온다. 우리는 직관적으로 최적의 스킨십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서도 남녀 차이는 나타난다. 우선 남성은 여성보다 피부가 20%가량 두꺼워 물리적으로 부드러운 신체 접촉에 다소 둔감하다. 피부에는 접촉 자극을 수용하는 감각세포가 1제곱미터당 3000여 개나 있다. 이 감각세포는 부드러운 스킨십을 경험하면 좋은 감정을 전달해 옥시토신을 분비시킨다. 심연의 감정 세계로 인도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여자는 남자보다 얇은 피부로 스킨십에 따라 옥시토신을 더 쉽게 생산할 뿐 아니라, 옥시토신을 ‘느끼는’ 능력도 탁월하다. 이는 여성의 옥시토신 수용체가 남성의 그것보다 다섯 배나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 똑같이 쓰다듬어 줄 때 여자는 쾌감을 5배나 더 민감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결론이다. 사랑하면 터치해 줘야 한다는 게 바로 이런 이치 때문이다. 옥시토신은 신뢰와도 관계한다. 한 실험에서 참가자 절반에만 옥시토신을 흡입시켰다. 이들에게 돈을 나눠 주고 투자를 하도록 시켰더니 옥시토신을 흡입한 피실험자들은 최대 금액을 과감하게 베팅했다. 반대로 옥시토신을 흡입하지 않은 사람들은 적은 금액만을 투자했다. 옥시토신이 많으면 ‘더욱 믿는 마음’이 돼 다소 위험을 부담하더라도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게 되지만, 옥시토신이 부족하면 사람이 쪼잔해진다는 결론이다. 이처럼 옥시토신이 풍부한 사람은 상대를 믿고 대담해진다. 옥시토신 덕분에 신뢰감이 넘치는 사람은 남에게 돈을 맡기거나 빌려주기도 잘 한다. 남녀 사이에 좋은 성관계를 가져야 옥시토신이 잘 분비된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를 잘 믿는다. 성관계가 좋지 못 하면 남녀 사이에 신뢰감이 형성되기 힘들 서로 사랑해야 믿고 통장도 주고, 돈도 맡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주 만지고 사랑하는 남녀는 옥시토신이 풍부해 잘 믿지만, 옥시토신 적으면 서로 의심하고 다른 이성에 눈돌리기 시작 성행위를 하는 동안 남녀 모두 혈중 옥시토신 농도가 올라가며, 옥시토신 양이 최대치로 오를 때가 바로 오르가슴 순간이다. 옥시토신 양이 많을수록 오르가슴의 강도도 강해진다. 절정 때의 옥시토신 농도는 평소의 세 배 가량이나 된다. 남녀 모두 오르가슴에 오르면 잠깐 동안 의식이 혼미해지면서 자제력을 잃기도 한다. 완전히 이성을 잃고 무아지경에 빠지기도 해 프랑스에서는 오르가슴을 ‘작은 죽음’이라고도 부른다. 한 실험에서는 참가자에게 옥시토신을 흡입시킨 뒤 자위행위를 시켰다. 옥시토신을 흡입한 사람들은 전원 오르가슴에 도달했으며, 난생 처음으로 오르가슴을 느꼈다는 사람도 있었다. 이와 반대로 인공적으로 옥시토신의 작용을 억제시키자 오르가슴을 느껴도 왠지 기쁨과 쾌감이 최고조에 달하지 않아 시원치 않았다고 대답했다. 옥시토신은 암컷, 바소프레신은 수컷에게 파트너에 대한 충실을 촉진한다. 정절에 미치는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의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두 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하는 물질을 들쥐에게 투여했다. 그러자 파트너에게 충실했던 초원 들쥐들이 갑자기 상대를 가리지 않고 교미하기 시작했다. 즉 정든 짝을 헌 신짝처럼 차버리고 단지 성적인 만족감을 얻기 위해 새 짝을 찾는 상태가 된 것이다. 사람도 남녀 모두 섹스를 할 때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이 분비된다. 따라서 이 호르몬이 두 사람을 결속시키고, 애착을 갖게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런 호르몬의 역할 때문에 섹스 뒤에는 사랑한다는 말을 더 쉽게 한다. 섹스에서 사랑으로 발전하는 데에는 결속감을 주는 이 두 호르몬이 큰 역할을 한다. ‘우리 몸이 만드는 아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들 호르몬은 남녀 사이에 안정감과 애착감을 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고, 친밀감을 높여 파트너에게 충실하게 만든다. 사랑하는 사람과는 소 닭 보듯 살 게 아니라 옥시토신을 펑펑 분비시키는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려면 아침, 저녁으로 안아 주고 키스하고, 스킨십을 하거나 맛있는 섹스를 해야 한다. 옥시토신 사랑을 하자. 그래야 신뢰를 주거나 받을 수 있고, 상대를 위해 희생정신을 발휘할 수 있지 않겠는가? 믿지 않는데 통장을 맡기고 신뢰하겠는가? 친밀감이 없는데 다른 이성에게 눈길이 가지 않겠는가? 믿고 친밀하지 않은데 사랑이 깊어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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