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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통큰치킨, 좀더 통컸어야 했는데…

한국의 치킨·커피 값에 풀리지 않는 의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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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200-201호 최영태⁄ 2010.12.20 15:05:12

최영태 편집국장 미국에 오래 거주하다 한국에 와서 물건 값을 보고 가장 놀란 건 치킨 값과 커피 값이었다. 우선 치킨 값. 미국 백인들은 프라이드 치킨을 좋아하지 않는다. ‘튀긴 음식’이 몸에 안 좋다는 거부감 때문이다. 반면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는 흑인이나 멕시칸 등은 프라이드 치킨을 즐겨 먹는다. 그래서 미국에서 맛난 프라이드 치킨을 먹으려면 가난한 동네로 가면 된다. 그러면 줄지어 선 손님 덕에 금방 튀겨진 맛난 치킨을 먹을 수 있다. 반면 백인 부유층 지역에 드물게 있는 치킨집을 잘못 찾아가면 튀긴 지 오래돼 질긴 치킨을 먹어야 한다. 한국인처럼 프라이드 치킨을 ‘상식’하는 국민도 드물다. 대통령도 2주에 한 번 맛본다 했고, 보통사람들도 1, 2주에 한 번은 맛보는 게 보통이다. 미국에서 KFC 등을 즐겨 찾던 필자는 한국의 치킨 값이 한 마리에 1만8000원이나 하는 걸 보고 놀랐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닭 기르는 방식은 똑 같다. 다 닭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한다. 사료(생산 원자재이므로 관세가 많이 붙지 않는다)도 미국 등에서 수입해 먹이니 사료 값 차이도 크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피부로 느끼는 값 차이는 크니 어떤 요지경인지 모르겠다. 예를 들어보자. 미국에서 22달러 정도를 주면 어른 네 명이 배불리 먹을 정도로 ‘큰 통 치킨’을 살 수 있다. 한국에서 1만8천 원짜리 치킨을 사서 어른 네 명이 먹으면? 싸움 안 나면 다행이다. 이런 마당에 롯데마트가 ‘통큰치킨’을 한 마리 5000원에 내놨고 “이래도 밑지지 않는다”고 했으니 반응이 클 수밖에 없다. 통큰치킨 때문에 영세 치킨점이 망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만약 프랜차이즈 본사가 많은 이익을 가맹점주로부터 취하고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래서 ‘통큰치킨이 좀 더 통 크게 버텨 줬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은 커피 값. 미국에서 커피 값이라야 대개 1~2달러 정도다. 고급 레스토랑을 가도 커피 값을 많이 받지는 않는다. 커피는 한국으로 치면 물이나 보리차 정도 개념이기 때문에 음식 값을 비싸게 받을지언정 커피 값을 5달러 정도 받으면 욕먹는다. 그런데 한국에선 2000원짜리 커피는 거의 없고, 4~5000원이 기본이며, 1만원을 넘기도 한다. 5~10달러짜리 커피라니! 미국에선 상상하기 힘든 값이다. 오죽하면 남산의 고급호텔에 숙박하는 미국인들이 비싼 커피 값에 기겁해 커피 한 잔을 마시려 남산 아랫마을로 장거리 도보 여행을 하겠는가! 커피 프랜차이즈 본사 사람에게 비싼 이유를 물어 봤다. “커피숍은 목이 좋아야 하기 때문에 임대료가 비싸”단다. 그런가 싶었다. 그런데 최근 보니 홍대 앞처럼 장사가 잘 되는 곳에선 기존 분식집 등이 속속 커피숍으로 바뀌더라. 아니, 그렇다면 같은 가게에서 같은 임대료를 내는데, 라면을 팔 때는 라면+김치에 2500원을 받아도 문제가 없었고, 커피숍으로 바뀌니 물+커피국물 한 잔에 5천 원을 받지 않으면 장사가 안 된다는 소리인가? 알 수가 없다. 한국의 요지경 가격 체계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대기업이 끼면 이런 요지경은 더 심해진다. 비싼 것만 요지경이 아니다. 10년 전 4천원 했던 밥값이 10년 뒤 5천원인 눈물겨운 사연도 한국적 가격의 요지경이다. 이런 게 ‘비즈니스 프렌들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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