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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나형민展, 갤러리포월스 12.22~2011.1.15

경계에 서있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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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202-203호 편집팀⁄ 2010.12.27 13:46:34

박영택 (평론가·경기대교수) 나형민은 자신이 살고 있는 현재의 도시풍경을 그린다. 그곳은 한국사회의 보편적인 풍경, 일상적인 도시풍경이다. 그 풍경은 또한 특정한 장소의 재현이라기보다는 작가의 관념 속에 자리한 도시, 현실풍경 이미지다. 그는 “도시란 무엇인가, 우리를 둘러싸고 이 현실풍경은 어떤 것일까”를 그림 속에서 질문한다. 마치 산수화가 우주 자연의 이치를 규명하고 그 공간을 지배하는 법칙에 대해 사유하는 그림으로서 기능했다면 그에게 도시풍경화는 자신의 삶의 이루어지는 이곳에 대한 해명의 성격이 강해 보인다. 그는 자신이 거주하는 현재의 공간, 풍경을 내려다본다. 관찰한다. 마치 영화 ‘베를린천사의 시’의 첫 장면에서 천사가 도시를 내려다보듯, 고담시를 내려다보는 배트맨처럼 말이다. 혹은 번화한 파리를 거닐던 벤야민이나 아니면 도원경을 꿈꾸며 산수를 소요하고 와유하던 옛 선비들의 동선을 연상시킨다. 그는 산수 대신 이곳의 현재 풍경을 다룬다. 그곳을 소요하고 그로 인해 떠오른 단상과 느낌을 이미지화한다. 그것은 생각의 도상화이자 느낌의 구조화다. 그런데 그가 기술하는 이 도시, 현실풍경은 다소 비관적이다. 도시는 가짜 환상으로 모조 된 곳이다. 도시는 수많은 이미지, 기호들로 뒤덮여 있다. 그 이미지들은 일종의 유토피아를 시각적으로 확인시켜준다. 그러나 그 유토피아는 동시에 어디에도 없는 ‘유토피아’에 다름 아니다. 도시는 영속성보다는 일시성의 연속이다. 그림 속에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도시풍경이 둥실 떠있다.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더러 새들이 날아간다. 덧없이 사라져가는 순간의 모습 같기도 하고 여유롭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작가는 구체적인, 특정한 장소를 그렸다기보다는 도시를 대변하는 혹은 현재의 이곳 풍경을 상징적 이미지로 연출하고 있다. 현실과 환상이 기이하게 경계를 맞대고 있는 이 풍경은 단지 도시에 대한 비관적 인식으로만 기울거나 도시가 제공하는 유토피아에 함몰되는 데서 벗어나 그 사이, 경계에서 진동한다.

우리가 거주하는 일상적인 도시풍경 혹은 한적한 어느 풍경을 잡아내고 있는 이 그림은 황토 빛으로 적셔져 있다. 모필을 공들여 발라나간 흔적은 황토색 물감을 수묵처럼 다루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모노톤으로 조율된 현실풍경은 강렬하게 빛나는 파란 하늘과 어울리는 듯하면서도 꽤나 이질적으로 위치해있다. 하늘과 땅의 차이만큼이나 말이다. 빽빽한 건물과 간판, 박제처럼 자리한 나무가 몇 그루 서 있는 적조한 풍경에는 인적이 부재하다. 사람이 지워진 풍경은 순간 비현실감을 안긴다. 비근한 도시의 골목길과 계단, 주택단지, 그리고 빌딩과 간판들이 가득한 풍경은 조합된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는 도시가 결국은 커다란 판타지 이미지에 머물고 있음을 깨닫는다. 진정한 유토피아는 이 지상도시에 가설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대신 그는 그림 안에서 우리가 미처 체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공간에 대한, 어떤 경계를 넘나드는 환영, 예술적 체험을 안기는 한편 현대인들에게 공간의 정체성에 대한 환기를 불러일으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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