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리뷰]김수연展 , 갤러리 라메르 1.5~1.9

인간의 이기심으로 정복된 자연, ‘조류 박물관’

  •  

cnbnews 제204호 이선유⁄ 2011.01.10 13:58:02

전시장을 가득 채운 새와 벌 잠자리 사이로 어디선가 금방이라도 싱그러운 풀내음이 날 것만 같았다. 전시장 입구 모퉁이에 앉아 수줍게 청아한 미소를 건네던 작가는 작품과 닮아 있었다. “아이들의 그림에는 새, 나무와 같은 자연이 많이 등장하죠. 그런 순수함에 동화돼 저도 새와 자연을 좋아하게 됐고, 자연스레 작업의 소재로 사용하게 됐습니다.” 새를 좋아하고 자연에 관심이 많다는 김수연은 그저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만 담지는 않는다. 그녀는 인간의 비뚤어진 욕심과 이기심으로 상처 입은 자연의 모습 또한 그려낸다. 어린 시절 누구나 자연물을 채집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지나가다 예쁜 식물을 발견하곤 책갈피 사이에 꽂아 말린다거나, 학습을 목적으로 매미와 같은 곤충을 잡아 화학처리해 보존하는 곤충채집까지 채집의 대상과 방법은 다양하다. 김수연은 이러한 ‘채집’ 행위에서 자연에 대한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을 발견한다. 자연을 ‘채집’하는 것은 자연의 아름답고 생생한 순간을 인위적으로 보존해 자기 소유욕을 채우기 위한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이 반영된 행위이다. “뭔가를 소유하려고만 하는 인간의 욕심, 그러한 욕심이 반영된 작은 행위가 채집이라고 생각해요. 특히나 자연에 있어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죠. 환경 파괴도 결국 인간의 욕심에서 시작된 것이니까요.” 김수연은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여겨 소유욕을 채우고 이익만을 좇는 인간의 이기심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다. 그녀의 작업에는 병 속에 죽어 있는 곤충과 새가 주로 등장하는데, 이는 인간의 이기심이 반영된 현실을 재현하고 있다. 왜곡 없이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표현된 이미지는 인간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녀의 작업에서 곤충과 새 등의 표현은 판화기법으로 이뤄졌다. 판화라는 기법은 그녀가 말하고자하는 이야기와도 상통한다. 복제가 가능한 판화에서 ‘에디션(한정수량)’이라는 특성은 그녀의 작품에 등장하는 ‘수량이 한정된’ 멸종위기의 동물들과 닮아 있다. 또 석판을 여러 번 찍으면서 점차 뭉개지고 희미해지는 동물의 형상을 통해 점차 파괴돼 사라져가는 자연을 보여준다. 판화작품에는 국제 판화 규격에 맞춰 싸인, 에디션 넘버, 제목, 제작년도를 표기하도록 돼있다. 김수연은 작품에서 새의 발에 묶여있는 박제동물 인식표를 재현해 그 양식을 표기함으로써 또 한 번 판화와 교차되는 의미를 보여준다. “작가는 참 이기적이게도 행복한 직업 같아요. 자신의 취향에 따라 작업을 하고,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을 관객들하고도 나눌 수 있으니까요. 자연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한 저의 이번 ‘조류박물관’전을 통해 관객들에게 자연과 인간의 욕심을 한번 되돌아볼 수 있는 여운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