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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인터뷰]조문기 작가 CHO MOONKI

위트 섞인 상상력과 원초적 이미지로 관객의 호기심 자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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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04호 김대희⁄ 2011.01.12 10:50:20

우리가 살아오는 일상의 모습은 예술가들에게 있어 자연 풍경만큼이나 자주 쓰이는 소재가 된다. 현대인들의 일상은 나 자신이 살아가는 삶의 무대이기도 하기에 친근하고 빠르게 와 닿는다. 하지만 그만큼 가벼우면서 때론 쉽게 질릴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 자유로운 상상력과 재치가 덧붙여진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서울 신수동 작업실에서 만난 조문기 작가는 작품을 통해 현대인들의 일상적인 모습에 신선하고 독특한 상상을 던진다. 그는 평범한 일상을 자신만의 상상으로 풀어가며 작품 속에 기발한 생각과 위트를 섞어 놓는다. 때문에 그의 작품은 가벼운 듯하지만 삶의 모습 그대로를 전하는 게 아닌 자유롭게 상상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하기에 친근함과 기괴함 그리고 모호함 혹은 관람자의 일반 관념에 혼돈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일상의 한 모습만을 던질 뿐 어떠한 정답을 요구하지 않고 그 앞뒤 이야기의 상상은 관람자의 몫으로 맡긴다. “우리가 흔히 보거나 겪는 일상의 모습이 소재에요. 특히 드라마나 영화 등에 많이 등장하는 일상의 모습을 나만의 상상으로 풀어가죠. 그중에는 떠도는 소문 등 어떠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상상하게 되는 느낌과 이야기들도 있죠. 개인적인 상상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어린 시절부터 혼자 그림 그리기를 너무 좋아했고 그것이 유일한 취미였다는 그는 잘하는 것 중 하나도 바로 그림으로 그림 그릴 때가 집중력이 가장 좋았다고 한다. 이후 예고를 졸업하고 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예술과 관련해 다양한 분야(설치·퍼포먼스·미디어아트 등)에 관심과 욕심이 많았던 그는 학창시절 자신만의 틀을 넓혀가고자 여러 가지 시도를 했지만 성에 안 차는 등 다가가기 쉽지 않고 어려움이 많았다. 현재 회화에 집중하지만 지금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발전시켜 도전해보고자 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고 한다. 그의 그림은 소재가 달라져도 그림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형식에는 변함없다. 자신의 일이 아닌 남의 일 인양 보여주는, 제삼자의 입장에서 알 수 없는 이야깃거리를 상상하게 만든다. 그림의 전체적인 정서는 드라마처럼 한국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그는 “그림마다 이야기가 있지만 유치한 이야기”라며 “유치한 생각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그의 작품은 특이한 구도를 가진다. 스냅사진처럼 포착한 사람들은 어떠한 감정도 읽을 수 없는 무표정으로 다소 도식적이고 딱딱한 모습이다. 마치 멈춰진 일상의 한 장면처럼 구체적 이야기는 노출하지 않은 채 현재 보이는 상황만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독특한 일상 풍경이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표정없는 얼굴에서 비장한 느낌이 들도록 했고 평면적 작업도 르네상스 시대 성화예술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일상적이기도 하지만 무언가 신비롭고 무게감이 들도록 했다. 성화의 느낌에 스냅사진 같은 느낌을 주고자 한 의도다. 이는 그가 만든 재미요소 중 하나다. 여기에 기괴하면서 해학적인 느낌 또는 우리 민화의 느낌을 섞어 묘한 느낌을 주는 등 여러 가지 다양한 느낌을 넣고자 했다. 작품 속 얼굴이나 신체 등 한 부분을 잘라 궁금증까지 자아낸다. 무엇보다 보이는 그대로 직관적으로 만든 작품명에서 그의 작명 센스가 돋보인다. ‘출근길’ ‘전구갈기’ ‘옥상에서’ ‘돌림병’ ‘굴절과 분산’ 등 정말 어떠한 생각도 필요 없는 있는 그대로의 제목이다.

“작가의 생각이 들어갈까 봐, 메시지를 숨기기 위해 제목은 항상 직관적으로 만들어요. 관람자들이 알아서 상상하고 생각하도록 유도하는 거죠. 오히려 작가의 생각이 너무 드러나면 관람자들의 상상에 방해가 되고 무엇보다 그림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함이에요.” 기존 그의 작업을 보면 남자들이 많이 나오는 남성적 작업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그 범위가 넓어졌다. 그동안 남자들을 위주로 그렸지만 내용적인 면과 다양한 상황이 연출되면서 여자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이발소의 모습 등 남자들만의 상황이 많았어요. 한국사회의 가부장적인 영향이 크죠. 안쓰러운 현대남자들의 현실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어요. 최근에는 드라마나 영화 등 미디어의 영향으로 교감이 있는 모습을 표현하면서 여자도 자주 등장해요.” 그동안 그룹전 참여가 많았던 그는 4년여 만에 2010년 11월 24일부터 12월 19일까지 인사동 갤러리밥에서 2번째 개인전을 가졌다. 오랜만에 갖는 개인전이라 부담감도 많았지만 오히려 전시를 더 해야겠다는 마음이 강해졌다고 한다. “개인전을 열면서 너무 많은 걸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이 많았어요. 하지만 막상 열고 나니 용기가 생겼죠. 앞으로 회화를 꾸준히 하면서 드로잉전도 열고 싶어요. 그리고 드로잉 위주의 책도 내고 싶고, 전시도 활발하게 하도록 노력할거에요. 아직 작업이 많지 않은데 연작도 하면서 작업을 많이 생산할 계획이에요.” 그의 그림에서처럼 우리의 삶을 상상하다 보면 수만 가지 생각과 이야기가 끊임없이 흐른다. 만약 흐름이 멈춘다 해도 그것은 끝난 것이 아니다. 그와 관람객이 만들어가는 그 그림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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