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큰 재미를 못 본 건설사들이 올해는 일찌감치 해외시장 진출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히고 나섰다. 새해 연휴를 마친 건설사 CEO들은 지난 3일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저마다의 사업 구상을 발표했는데, 이 중 공통으로 언급된 것은 바로 ‘해외시장 진출’이었다. 작년 국내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경험한 건설사들은 해외시장, 그중에서도 플랜트 건설로 새 돌파구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건설사들의 경쟁은 바다 건너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대우 “해외 시장에 사활 건다” 지난 한 해 업계 최초 연간 해외수주 실적 110억 달러 돌파 등 세계 시장에서 리더의 면모를 보인 현대건설은 연속성 있는 경영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올해도 작년에 이어 ‘변화와 혁신을 통한 지속성장 기반 구축’으로 경영목표를 정했다. 현대건설은 다른 건설사보다 한 발 먼저 새해 사업전략을 세우고 이 안에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계획을 포함시켰다. 현대건설의 새해 사업전략에 따르면, 해외부문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작년 50%였던 해외매출을 올해 60%로 늘릴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작년에 110억 달러(한화 약 12조 8000억 원)의 해외공사를 수주해 단일 기업의 해외공사 수주로는 처음으로 100억 달러 시대를 열었다. 이에 현대는 지난해 성장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기 위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신성장동력 확보 △고부가가치 해외공사 수주 △사업 포트폴리오 다양화 등을 통해 회사의 미래가치를 향상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작년에 현대건설 김중겸 회장은 발주처, 해외 파트너, 해외 현장을 찾아 해외 출장 24회에 26만km 거리를 여행했다. 지구를 6바퀴 반 도는 대장정이었다. 김 회장의 이러한 동분서주는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2015년까지 매출 23조, 수주 54조, 영업이익 2조 2000억 원을 달성해 ‘세계 톱 20’에 진입하겠다는 야망을 품고 있다. 대우건설도 해외사업의 비중을 올해 전체의 40%까지 확대할 계획을 공개했다. 서종욱 대우건설 대표는 3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2010년도 경영 실적이 극히 저조했으며, 2011년에도 건설경기 호전과 부동산시장 조기 회복을 낙관할 수 없다”며 “힘들었지만 국내 건설시장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부문을 성장의 한 축으로 정해 해외 지향적으로 제도와 시스템을 정비하고 인적 역량 확충을 지속한 한 해였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는 올해 계획으로 “해외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해외 부문의 비중이 40%가 남도록 할 것”이라며 “해외 사업의 주력 본부인 플랜트사업본부 안에 3개의 실을 신설해 전문성을 강화했고 해외 사업 견적 기능도 일원화했으며, 엔지니어링 분야를 중점 육성-확충하고 IT를 비롯한 해외중심 시스템 혁신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서 대표는 “한동안 부진의 터널에 빠져 있던 우리 해외 사업이 그간의 거점 국가 확장을 통해 이제는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진입하고 순항을 거듭해 나갈 것”이라며 기대감을 높였다. 덧붙여 그는 “국내 시장이 축소되는 만큼 해외시장에서의 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이라며 “대우건설이 선도 위치에서 냉철한 사고로 치열하게 현재를 가꾸고 미래를 개척하지 않으면 낙오할 것”이라고 경각심을 불어 넣었다. SK건설도 올해 해외 경쟁력을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SK건설은 작년에 인도, 에콰도르,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카타르 등 다양한 지역에서 플랜트, 건축 등의 사업을 통해 2조 4600억 원어치의 수주를 올렸다. 이에 SK건설의 윤석경 부회장은 3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올해는 미국의 휴스턴, 인도 뉴델리,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의 해외 지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가격 및 수주에서 경쟁력을 갖춰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SK건설은 이를 통해 내년까지 성장과 내실을 동시에 추구하면서 재무구조의 건전성과 사업구조 가능성을 국내 최고 수준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GS건설-삼성물산 등 “세계시장에 맞은 기업문화 정착” 일부 건설사들은 해외 시장에서의 시장 점유율 확대를 넘어서 아예 기업 문화를 세계 시장에 맞출 것을 신년사를 통해 직원들에게 주문했다. 지난해 1조 5000억 원의 수익을 해외에서 올린 GS건설은 2010년에 수주한 공사들이 초기 공사 과정을 마치고 올해부터 매출 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GS건설이 올해 3조 원 이상의 수익을 해외 시장에서 거둘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GS건설 허명수 사장은 3일 신년사에서 “해외 시장에서의 수주 기회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수행 부문의 실효성을 높이고 지원 부문의 역량을 세계 표준에 맞춰 세계 최상급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성장 드라이브를 더욱 가속화함으로써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작년에 CEO가 교체되면서 해외 시장 진출에 가속도를 낸 삼성물산도 이르면 올해부터 가시적인 수익을 해외 시장에서 거둘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의 정연주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사업 수행 역량을 세계 수준으로 심화하는 한편 세계적인 기업에 걸맞게 조직문화를 혁신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정 사장은 〃세계적인 기술력 확보와 엔지니어링 역량을 강화하겠다〃며 〃현지화를 바탕으로 한 글로컬리제이션(Glocalization: 세계화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현지 국가의 기업 풍토를 존중하는 경영방식)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세계적인 협력 업체를 발굴해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0년 3분기에 많은 해외 공사를 수주한 대림건설은 특이하게 ‘정도경영, 투명경영’을 언급하고 나섰다. 김종인 부회장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우리에게 한 차원 높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경영을 요구하고 있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경영은 그동안 대림산업이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정도경영 투명경영과 근본적으로 동일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덧붙여 “정도경영, 투명경영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핵심 경쟁력임을 다시 한 번 뚜렷이 인식해야 할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고객들과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지속 가능한 기업 가치를 창출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이 작년 해외 시장에서 올린 수익이 전체 매출의 24~25%를 차지하며, 이 비중이 올해는 30% 이상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 “올해 해외 시장 각축전 뜨거울 것” KTB투자증권의 백재욱 연구원은 “국내 시장은 수도권과 서울의 부동산 경기가 조금 좋아지는 것 외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해외 건설 시장이 국내 시장의 부진을 메우는 효자 노릇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이왕상 연구원은 “건설사들이 올해는 그동안 큰 비중을 차지했던 중동을 대신해 중남미 지역이나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 대한 진출을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연구원은 “중동 지역 중 이라크는 전후 재건 때문에 건설 수요가 꾸준히 있지만, 안전성 문제 등의 이유로 국내 건설사들이 진출을 꺼려왔던 지역”이라며 “최근 일부 건설사들이 이 지역에 대한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중동 지역에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