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명옥 차의과학대학 보건복지대학원 교수, 전 국회의원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감미로운 단어는 ‘사랑’일 것이다. 2011년 올해의 모든 삶의 순간에 사랑이 살갑게 녹아 있고, 모든 인간 관계에도 사랑이 면면히 흐르기를 바래본다. 필자 이름 석 자의 영어 앞자는 a.m.o.이다. 이 단어가 공교롭게도 스페인어로 “사랑”이라는 명사이자 또한 이태리어, 라틴어, 스페인어 등으로 ‘I Love(목적어는 어떤 것이 붙어도 된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도록)’란 뜻이어서 어렸을 적부터 사랑에 관해 나름대로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며 살아 왔다. 아름다운 자연과 환경에 대한 사랑, 가족 간의 사랑, 모성애, 부성애, 형제애, 자매애, 친구 간의 사랑인 우애, 일에의 열정, 남녀 간의 사랑, 하느님에 대한 사랑은 물론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심까지…. 이 amo 단어에 학문이라는 logy를 접합해 amology(사랑학)를 만들어 이를 학문의 영역으로 정리하게 되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사랑 중의 사랑, 삶과 사람에 대한 결정적인 사랑이 정치라는 생각은 17대 국회의원이 되고야 깨달았다. 앞에 예를 든 대부분의 사랑이 매우 개인적인 데 반해 정치는 이웃과 사회를 사랑하고 국가와 민족을 사랑하는 사회적인 사랑이다. 이때부터 ‘사랑의 정치학’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피붙이에 대한 사랑은 기독교 시대가 열리면서 ‘이웃을 사랑하는’ 인류적 차원으로 확대되고, 프랑스혁명에선 형제애적 사랑이 기본철학으로 등장.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사랑과 정치의 연관성을 역사적으로 고찰해 본다. 우선 고대의 개념부터. 기원전 4세기 무렵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한 정치의 고전적 정의로 되돌아가 보자. 그는 정치란 공동선을 궁극의 목표로 삼기 때문에 실천과학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를 윤리에 연결시켰고, 정치의 목표는 선을 가져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치가 개인 혹은 그룹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고 공동선을 위해 존재한다고 말했다. 후에 더 깊이 논의하겠지만, 요즘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정의’와 ‘사랑의 정치학’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다. 마이클 샌델 교수는 자신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에서 정의를 행복, 자유, 미덕의 3가지 관점에서 분석했다. 고대에서 근대, 현대에 이르는 정치철학들의 관점을 예리하게 분석하며 정의를 바라본 것이다. 고대를 거쳐 기독교 역사가 시작되면서 사랑은 인척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관계에서 벗어나 보편성의 특징을 갖게 된다. “네 이웃을 네 몸 같이 사랑하라”는 기독교의 메시지는 보편적 형제애에 대한 무한대의 확대 개념이다. 가정이나 인척 관계를 넘고, 남녀노소를 불문해 국가, 인종, 종교를 초월한 모든 사람을 형제자매로 여기고 수용하는 ‘형제적 관계’가 펼쳐진 것이다. 그리스도에 의해 모든 사람이 형제자매로 받아들여짐으로써 전 인류는 유일한 한 가정이 됐다. 결국 크리스천 안의 사랑은 인류를 형성하는 가치이며, 대단히 보편적인 가치로 정립됐다. “하느님은 사랑”이라는 ‘성삼위적 아가페 사랑’의 가치가 기독교의 탄생과 역사로 보태졌다. 즉 종교의 하느님은 관계의 하느님, 사랑의 하느님으로 인류 역사에 깊숙이 영향을 미치게 된 셈이다. 이후 유럽 근대 정치의 발전은 프랑스혁명의 3대 정신과 함께 사랑의 철학에 의해 큰 전환점을 돈다. 근대 정치의 혁명적 근간을 이룬 프랑스 혁명에서 사랑은 기본 철학이었다. 다음 회에는 이를 고찰한다.